▒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서상옥
ㆍ작성일	2009-08-23 (일)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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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아연휴양림을 찾아서
와룡자연휴양림을 찾아서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평생교육원수필창작그금요반 서상옥

참으로 오랜만에 우정의 꽃을 피우는 날이다. 교직동지들이 뜻을 모아 정을 나누어 온지도 벌써 십여 년, 우리 五人方(다섯동지)은 매월 정기적인 만남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계절 따라 부부동반으로 전국 명소를 찾아 관광을 즐겼으며 동남아 해외여행도 다녀 왔었다.

그런데 우리 오인방(五人方)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봉사적인 최영옥 선생에게 문제가 발생하였다. 사진작가 활동을 하면서 중국 황산까지 다녀오더니만 허리에 이상이 생겨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병원에서 척추수술을 하다 잘못되어 중풍으로 돌아 아주 주저앉고 말았다. 한 때는 의식도 흐려서 헛소리를 하는 때도 있었다. 지금도 노인병원을 전전하며 투병중에 있어 가슴 아프다. 간간이 병원을 찾아 갈 때마다 고부라진 손목을 잡고 눈시울을 적시며 지난날을 회상하곤 한다.

그 분이 쓰러진지 3년이 지나면서 우리 오인방(五人方)은 자연히 사인방(四人方)이 되어 소극적인 모임이 되었다. 그러던 차 금년에는 유달리 폭염이 겹쳐오는지라 더위를 피하고자 시원한 계곡을 찾아 피서를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리산 계곡을 찾기로 했으나 대부분 여러 번 가 보았던 곳이고 또 하루 일정으로는 벅차다고 해서 전주에서 가까운 장수군 천천면 와룡자연휴양림을 선택하였다. 장수는 천혜의 청정지역으로 사과의 주산단지이며 장안산 국립공원과 함께 장수경주마 목장, 논개사당 등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우리 모임 중에는 전방 수송부대 장교 출신으로 수학을 다루어 온 이 선생이 있는데 독도법에 능하여 전국 어느 명소던 모르는 곳이 없다. 자기는 몇 번째 와 본 장소지만 이곳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휴양지는 없다고 한다. 결국 이 선생의 알선으로 목적지를 이곳으로 정하고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 몇 가지 과일을 준비하여 차에 싣고 26번 국도로 진입하여 목적지로 향했다.

좌우로 파란 물감을 퍼 부어 놓은 듯한 산길을 힘차게 달렸다. 가슴이 확 트이는 것만 같았다. 덥쳐 오는 폭염을 뒤로 떨쳐 버리고 경쾌한 드라이브가 되었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렸을 때 진안과 장수 천천면으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서 13번 국도로 내려 와룡자연휴양림을 찾아들었다. 도로 주변에는 가로수들이 녹엽으로 여름을 식혀 주고 있었다. 진입로 중간에는 푸른 하늘을 담아 파란 호수가 낚시꾼을 유혹하고 있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타고 올라갈 때 벌써부터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관리소 직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주변에는 식당과 매점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있었다. 뜻밖에 무궁화 꽃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청정한 산곡에서 피어나는 무궁화 꽃은 몹시도 맑고 깨끗한 향기를 뿜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화에 대한 애착심을 새삼스럽게 느껴 보았다.

와룡자연휴양림은 해발 650~1200m의 금강 발원지로서 휴양림구역이 다섯 개의 계곡, 상봉(시루봉)인 오계지를 연계하여 어채형(홍어)형상을 이루고 있는 천혜의 청정지역이다. 맑은 계곡의 물줄기와 야생화 및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사계절 아름다운 산행코스로 최적의 휴양처라고 한다.

구역 면적이 104ha나 되는 이곳은 하루 수용 인원이 1,200명 정도이며 시설물로는 산림문화 휴양관을 비롯해서 부엉이, 소쩍새방 등 12개 동의 산막이 있었다. 편의 시설로는 야영 텐트장과 평상이 80여개, 공동 취사장이 5개소나 있으며 식당과 매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어린이 물놀이터를 비롯해서 사계절 썰매장과 수영장이 설치되어 있어 손님들이 마음대로 즐길 수 있었다. 산속 빽빽한 숲속에는 통나무집 몇 채가 꿈꾸듯이 차분하게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아주 깊숙이 올라가 평상 두개를 빌려 가볍게 짐을 풀었다. 좔좔좔 소리치며 서늘한 바람을 몰고 오는 계곡물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는 듯했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 손발을 담궈 보았다

'야! 정말 시원하다.' 가슴까지 서늘했다. 도연명이 부럽지 않았다. 무릉도원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로다. 예가 바로 신선계곡이 아닐까? 폭염과 함께 열대야의 고통에서 해방된 우리는 세상만사 근심 걱정 모두 털어 버리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살고 싶었다.

얼마동안 더위를 식히고 식당으로 내려와 주문해 놓은 비빔밥으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올라가 남자들은 등산길에 올랐다. 산사태를 방지하고 수량 조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방댐을 옆으로 끼고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보내는 얼음골을 지나 완만한 산등성이를 타고 올랐다. 쉬엄쉬엄 한 시간 남짓 오르니 다리가 팍팍하게 무거워오고 등에서 땀이 솟았다. 역시 나이를 이길 장사는 없나 보다. 소나무를 비롯해서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잡목으로 어우러진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참동안 산림욕을 했다. 산사람은 이러기에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했던가. 피톤치트의 혜택을 마음껏 누려본 셈이다. 등골에 젖는 땀을 식히면서 남자들만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껏 웃어 보았다.

옛사람이 되어버린 교직동지 이야기도 나왔다. 칭찬거리도 있었지만 짠돌이들을 흉보는 이야기가 더 많지 않았나 싶다. 짙푸른 녹엽사이로 서늘한 그늘을 밟으며 조심조심 하산 길에 나섰다. 돌 틈 사이로 소살대며 흐르는 물소리가 큰 계곡으로 이어 갔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산곡을 헤쳐 가는 계곡물은 작은 폭포가 되어 웅덩이를 이루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저만큼 작은 소에서 한 쌍의 누드 사진이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는 장면이 영상처럼 떠 올랐다. 마치 프랑스 인상파 르느아르의 멱감은 여인들이 연상되었다. 나부의 발랄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 강하게 어필되어 눈길을 끌었다. 스케치북이라도 있었으면 속빠른 크로키로 저장하고 싶은 충동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는 머리를 뒤로 하고 야호를 외치며 천천이 내려 왔다. 어느 사이에 한 폭의 리얼한 그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언제까지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안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평상에 내려 왔을 때 목마름을 적셔 주는 과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 그림자가 서서히 잠겨올 때 짐을 꾸리고 귀갓길에 올랐다. 상쾌한 기분으로 차에 올라 되돌아오다가 그 유명한 화심 순두부집에서 저녁을 때우기로 했다. 언제 와 봐도 초만원이다. 내부 시설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손님들의 구미를 끌었다. 우리 일행은 여기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익산팀과 분산해서 제 갈 길로 찾아 들었다.

어둠이 깔려올 때에야 아늑한 집으로 찾아 들었다. 테라스에 진열되어 있는 꽃들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200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