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9-08-21 (금) 09:43

ㆍ추천: 0 ㆍ조회: 3140

귀여운 손자
귀여운 손자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손자는 귀엽다. 생각만 해도 예쁜 얼굴이 떠오르고,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게 손자 사랑하는 마음인가 보다.

아들딸 낳아 기를 때는 예쁜 마음이야 있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어른들이 제 새끼는 예뻐한다고 할까봐 그랬다. 부모님을 모시고 산 사람들이 옛날에 겪었던 일이다. 지금이야 부모가 있건 없건 개의치 않고 예뻐 하지만 옛날에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예뻐하고 싶어도 속으로 삭였다. 옛말에 ‘자식자랑은 반병신, 각시자랑은 온 병신’이라는 말처럼 자랑도 어려웠다. 자랑거리를 남들이 알고 말하면 겸손해 하며 별것도 아니라고 넘겨 버렸다.

손자들은 내리사랑 덕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천사같이 방긋방긋 웃는 손자가 어찌 예쁘지 않으랴. 누워만 있던 놈이 엎드리고, 기고, 또 앉기도 하면 그 때마다 웃음바다였다. 더구나 처음으로 섰을 때는 온 가족이 환호성을 질렀고, 자박자박 걸으면 식구들이 박수를 치며 난리였다.

돌잔치 때는 온 집안의 경사였다. 금가락지를 선물로 주는 게 전해오는 예의였다. 돌상에 차려진 여러 물건 중 무엇을 잡느냐로 장래를 점치며 좋아했다. 실을 잡으면 명이 길어 좋고, 연필을 잡으면 공부 잘 할 것으로 여겼으며, 돈을 만지면 부자로 산다고 기뻐했다. 경사스러운 돌떡은 온 마을에 돌려 나누어 먹으며 같이 축하했다.

말을 배워 ‘엄마’ ‘맘마’ 하다가 ‘아빠’ ‘함니’ ‘하버지’로 발달해 가면 거짓말을 보태가며 말 잘 한다고 추켜세웠다.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 잘 하는 것이 가족들의 소망이었다.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거나 1등을 했다면 입이 함박만 해졌다. 또 특기가 있어 그림그리기, 노래 부르기, 수영, 무용 등에서 상을 타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자기만 손자가 있는 양 자랑단지가 깨졌다.

요새는 막둥이 손자 지훈이가 예쁘다. 왜냐하면 어리고 걸음마를 하며 말을 배워 점점 한마디씩 익혀가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자라며 지능도 빨리 발달한다니 예쁠 수밖에 없다. ‘아빠’ ‘엄마’ 하더니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한다고 한다. 지난번 전화 할 때 ‘할아버지’를 ‘하버지’ 라 했다. 알아듣기는 하는데 완전히 말하지는 못하는 단계다.

외손녀 서경이가 어렸을 때 어떻게 재치 있는 행동을 했는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그 마음을 읽어 기쁘게 하였다. 임기응변이 대단했다. 할아버지에게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고 할머니에게서는 할머니가 첫째였다. 위층에 놀러 가면 그 집 할머니가 제일 좋다고 했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재빠르게 뛰어 놀고 번쩍번쩍 활동했다.

외손자 주환이는 조용한 학자다운 면모를 갖췄다. 누나와 달리 생각이 깊어 함부로 나대지 않는다. 놀이 감을 가지고 무엇을 만드는 것을 보면 학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손자들은 커버려 여기서 말하기가 그렇다.

나도 손자손녀가 10명이나 된다. 어느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놈이 없다. 태어나 자라면서 온갖 예쁜 짓들을 하였다. 그것을 보고 좋아하며 예뻐했다. 지금 생각해도 빙긋이 미소가 지어진다. 귀여운 손자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서 가정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큰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싶다.

(2006.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