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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서상옥
작성일 2008-12-15 (월) 08:23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526      
정2품 노송의 아픈 팔



정2품 노송(老松)의 아픈 팔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서상옥



푸르른 잎이 붉게 타는 태양처럼 빨간 단풍으로 내려앉는 가을이다. 행촌수필문학회 회원들과 더불어 속리산 법주사와 청남대 문학기행에 나섰다.
어린 시절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새벽잠을 설친 채 약속시간보다 10여분 전에 도착했다. 이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앞에는 한겨레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해보다 4분 앞당겨 16분 지참한 임실댁이 손수 빚은 가용주를 짊어지고 차에 오르자 버스는 출발했다.
전례 없이 45명이 꽉 채워져 회장단과 김학 지도교수님은 매우 만족해 하셨다. 이번 여행은 아주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오늘 하루 사이에 많은 글감을 거두어 오라고 하셨다. 안골 수필창작반에서 같이 배우고 익혀온 회원 외에는 대부분 낯 선 분들이었다. 나는 참여한 회원들 중 마지막 늦깎이로 등록한 45번째 회원이 된 셈이다.
흥분과 기대 속에 가을을 달리는 차창 너머로 30여 년 전의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교단생활에서 한참 정열을 불태우던 시절, 익산 지역 학생들을 인솔하고 속리산을 찾았던 기억이 소록소록 피어올랐다. 구불구불 말티고개를 넘어 속세를 떠난 승경의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 속리산에 안겼다. 한국의 찬란한 역사가 숨 쉬는 문화의 보고가 우리 일행을 반겨 주는 듯했다.
속리산은 법주사, 문장대, 정2품 소나무로 대표된다.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553)때 창건하였으며 금산사와 함께 미륵신앙의 요람이다. 매표소를 지나 무료로 입장하려 할 때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아마 빨간 등산복이 착각을 일으키게 한 모양이었다. 그 순간 철없는 아이처럼 기분이 상쾌하였다.
안으로 들어가 일주문을 거쳤을 때 이곳 문화재 해설사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한국의 유일한 목조탑인 팔상전(국보55호)을 비롯해서 3천년 만에 ‘우담바라’라고 하는 상상의 꽃이 피었다는 쌍사자석등(국보5호), 석연지의 국보와 사천왕석등, 대웅전, 원통보전, 마애여래상 등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별히 인상에 남는 것은 금동미륵대불이었다. 한눈에 안겨오는 거대한 불상이었다. 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가 동(銅)으로 주성하여 1000년간 내려오다가 대원군 집정 시 파괴되어 1967년에 다시 철근 콘크리트로 조성되었으나 낡아서 2001년 청동 불상에 개금불사하여 현재의 금동미륵대불이 되었다고 한다.
그 높이가 33m에 순금이 80kg나 들어 10억 원이라고 하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 되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불교적인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세조대왕이 국운의 융창을 기원하며 피부병을 치유하기 위해 목욕을 했다는 복천암을 거쳐 바위가 하늘높이 치솟아 흰 구름과 맞닿은 듯 절경을 이루고 있는 문장대(일명 운장대)에 오르고 싶었다. 웅장한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이 너무나도 장쾌한 곳이다. 이 산봉우리에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는 전설이 있으니 나는 사실 이미 극락에 갔다 온 셈이다.
제한된 시간에 쫓기면서 점심을 먹으려고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하다는 산촌식당에 들렀다. 나는 깜짝 놀랐다. 뜻밖에 30여 년 전 학생들과 함께 숙박했던 해주여관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지금은 해주모텔과 산촌식당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도 건장하고 활동적인 박홍식 사장이 아들과 함께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일순간 가슴이 멍해져왔다. 그렇게도 멋졌던 사나이가 이렇게 변하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동안에 보은군 군의원 활동을 16년간이나 했으며 현재는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고 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정2품 소나무를 관람하기로 했다. 법주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수령 600여년의 소나무가 마치 커다란 우산을 펼쳐 놓은 듯 하늘을 가리고 서 있었다. 일찍이 조선 세조 임금(1464)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그 소나무에 걸릴까 염려해서 ‘연 걸린다’라고 소리치자 소나무 가지가 번쩍 들려 무사히 통과했다 하여 세조가 정2품 벼슬을 내렸다고 전해 온다. 그래서 연송 또는 연거리 나무라고도 한다.
조선왕조 4대임금인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수양대군은 계유정란(1453)을 계기로 정권을 장악했다. 생살부(生殺簿)를 작성하여 정적을 모두 참형하고 형제와 조카(단종)까지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무단강권정치를 실현했다. 그러나 그는 즉위 기간 내내 단종을 죽인 죄책감 때문에 몹시 시달려 왔다고 한다. 밤마다 단종의 생모가 꿈에 나타나 괴롭혔다고 한다. 어쨌든 길가에 서 있는 소나무에 벼슬을 하사했다는 세조는 매우 호탕하고 유머러스한 사나이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 정2품 소나무는 600여년의 역사를 가슴에 안고 비바람에 지쳤음인지 한쪽 팔이 아파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어쩐지 가슴이 저렸다. 모든 역사와 인생도 언젠가는 다 저렇게 되겠지…….
한 때 차광망을 쳐 놓고 죽어가는 이 노송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던 장면이 떠올랐다. 산림청 직원들이 동원되었건만 저렇게 병들어가고 있지 않는가. 언젠가는 이 노송도 깊은 산곡에서 고목이 되어 앙상한 가지로 남아 있으리라. 괜스레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손님들의 카메라를 차곡차곡 받아놓고 셔터를 누르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00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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