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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오명순
ㆍ작성일	2008-08-04 (월)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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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낡음
늙음과 낡음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오명순

버스를 탔다. 어디로 가서 서야하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 학생이 얼른 일어서며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학생은 웃으며 멀찌감치 떨어져 돌아선다. 나 아직 그럴 나이 아닌데 하고 중얼거리며 앉았다. 고맙기도 하고 내가 벌써 자리를 양보 받을 할머니가 되었나 싶어 기분이 묘했다.
이럴 때도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타기에 나도 모르게 일어 서며 자리를 양보했다. 그 분은 내 얼굴을 빤히 보며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고맙다며 앉았다. 그런데 한참 후에 자세히 보니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이렇게 가끔 나는 내 자신을 모르고 착각하며 산다. 아니 몸은 50대인데 마음은 30대에 머물러 있다. 이제 어디를 가나 자리를 양보 받을 때가 더 많아질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죽음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것임이 분명하지만 누구나 태어났으면 꼭 가야 할 길인 것도 분명하다. 다만 미련이 남아 있음은 이루어야 할 꿈이 남아 있음이니 슬픔으로 마침표를 찍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꿈의 설계도를 그려야 할 것이다.
파릇파릇 하던 20대, 나는 새도 잡을 것 같던 30대, 깊이 박혀 있는 기둥이라도 맨손으로 뽑아 내야 하는 기진맥진 40대, 젊은이도 아니고 노인도 아닌 50대, 자꾸만 뒤돌아 보게되는 60대, 다 내려 놓고 부드럽고 순해지는 70대, 가슴 속에 쌓아 둔 인생의 노하우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말해 주고 싶어 하는 80대, 뒤따라 오던 그림자를 앞세우고 자꾸만 천천히 걷고 싶은 90대, 그 황혼을 누가 감히 피해 갈 수 있을까.

늙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낡아지는 것은 아니다. 젊음은 젊음대로 꿈을 이루어 가고 늙음은 또 다른 새로운 꿈이 있을 뿐이다. 늙어간다고 서러워하지 말고 낡아진다고 실망하지 말자. 늙어 가며 깨닫는 세상 이치는 찬란한 어떤 보석보다도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자기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낡아지면 낡아지는대로 새로움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낡아졌기 때문에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교훈이 있고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리라. 꿈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그 꿈으로 인하여 열정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꿈의 행진은 이 땅에 살아 있는 동안 멈추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숨지는 그 순간에도 천국에 대한 꿈이 있을 테니 말이다. 늙음과 낡음은 모음 한자 차이지만 늙음은 지혜로워지는 것이고 낡음은 새로움으로 거듭나는 동기이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낡음의 주인공은 되지 말아야할 일이다. (2008.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