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서상옥
새까만 눈동자의 아가씨 겉으로는 거만한 것 같아도,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정말로 나는 반했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이하 생략)
쾌남가수 남진이 불렀던 노래 가사 한 토막이 떠오른다. 지난 봄날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부부동반 하라는 통보를 받고 시간을 재촉하면서 서두르고 있었다. 여느때보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한참 만에 나타난 아내에게 무얼 차리기에 그토록 늦느냐고 짜증스런 말을 던지자, 자고로 여자는 멋을 내야 하는 거야, 멋을 내다 죽으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학창시절의 정을 쌓아 온지도 어언 40년에 5년을 더해온 모임이라 유달리 관심이 큰 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젊게 보이려는 여성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자는 오로지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마음이 고와야 더 아름다워진다.
일찍이 로마의 시저를 죽응에 이르게 한 에집트의 여왕 크래오파트라나 핸드백이 900여 개, 구두가 3,000켤레가 있었다는 필리핀의 퍼스트 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는 아주 뛰어난 미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자라고는 하지 않는다.
나는 감수성이 예민했던 젊은 시절에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로미오와 주리엣’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모정’ 등이 아직도 머리에 맴돌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항상 가슴속에 머물러 동경의 대상으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이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소국의 공주 역할을 맡은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일약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레고리 펙과 로마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장면에서 헵번은 특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였다. 청순하면서도 가련하지 않는 외유내강형의 이미지를 보여준 헵번이다.
그녀는 ‘전쟁과 평화’ '녹색의 정원‘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에서 때로는 깜직한 아가씨 이미지로, 때로는 고상한 기품을 지닌 여인으로 나와 인기를 누렸다. 겉보기에는 약하지만 남자에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자의식이 강한 여성상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캐릭터는 만년의 헵번이 유니세프 사업에 발 벗고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녀는 허리우드를 대표하는 영원불멸의 배우 마릴린 먼로처럼 육감적이고 풍만한 몸매로 뭇 남성들을 사로잡는 육체파 여우가 아니다. 그녀는 오직 섹스어필이 아닌 청순한 이미지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관능적인 배우 에리자베스 테일러는 평생을 멋진 남자들과 아름다운 보석에 싸여 화려하게 살았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의 미의 기준으로 볼 때 참으로 예쁜 얼굴이다. 그와 반대로 헵번은 소녀 보호본능인 20인치의 가는 허리로 모든 남성들을 매료시키기에 그만이다. 그 사슴 같은 눈망울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영원한 미가 아닐까? 외모보다 마음을 아름답게 가꾼 헵번이 진실한 미인이라고 느껴진다.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소말리아에서 인류의 연인으로 기억되는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말이다. 온갖 영예를 안고 은막에서 은퇴한 후, 유니세프(unicef) 친선대사로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데 자신을 바치고, 그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았다.
2006년, 게일리 미러지의 세월이 흘러가도 ‘가장 아름다운 여인’ 1위로 선정되었다. 1999년 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선정한 “지난 100년 간 가장 위대한 100명의 스타” 중 3위에 올랐다. 은막의 천사 오드리 헵번은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운 영혼을 지녔던 사람 같다. 63세에 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아들에게 남겨준 글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말이라 정말 가슴이 찡하게 저려온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너 자신이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하고,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네가 나이 들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또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 되어야 한다.
오드리 헵번은 그야말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한 은막의 천사였다. 비록 나이 많은 여자라도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보톡스나 온갖 수술로 노년을 보내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보다 마음을 아름답게 가꾼 오드리 헵번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아닐까? 여성의 아름다움은 결코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머물고 있는 영혼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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