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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9-03-23 (월)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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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나들이
완도 나들이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전북향토문화연구회 향촌탐사팀이 완도를 찾았다. 같이 간 일행은 거의 70세를 넘은 노인들인데 희망자가 많아 늦게 온 사람들은 되돌아갔다. 46명이 전주를 출발하여 봄이 찾아오는 남녘으로 향했다. 400리 먼 길을 단숨에 달려 완도에 닿으니 낮 12시였다.

먼저 찾아간 곳은 완도수목원. 상왕봉 자락에 마련되었는데 천연활엽수 680여 종이 서식하는 아열대식물의 보고였다. 길 가의 나무도 파란 잎을 나부끼며 우리를 맞았다. 이름도 생소하고 줄기와 잎 모양도 가지가지였다. 산 전체가 처음 보는 나무들이었다. 동백나무 회양목 정도만 아는 나무이고 모두 새로웠다. 이름만 들었지 보지 못했던 굴거리나무도 처음 보았다.

온실 안으로 들어가니 열대식물이 가득했다. 길 따라 한 바퀴를 도는데 이상하게 생긴 식물이 많았다. 아마릴리스는 백합 같았고 나팔 비슷한 큰 꽃을 아래로 숙이고 있었다. 야자수도 여러 종류고 줄기가 널빤지처럼 생긴 식물도 있었다. 향이 좋은 식물과 열매가 빨간 것도 있는데, 서로 자기를 보아 달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식물원을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는 걸려야 할 것 같았으나 다음을 기약하고 아쉽게 돌아섰다.

다음은 구계등으로 갔다. 9계단으로 언덕을 이루어 구계등이라 한다는데 둥근 자갈이 해변에 널리 깔려 있엇다. 보길도 예송리 바닷가와 같았다. 작은 것도 있지만 지름이 50cm도 넘는 큰 것도 많아 마치 물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러 큰 돌 있는 데로 가서 살펴보았다. 모난 돌이 이렇게 파도에 부딪혀 둥글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상상해 보았다. 자연에 비하면 인생은 참으로 짧다. 이곳은 완도에 왔다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유명한 곳이다.

완도읍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신지도로 건너갔다. 섬이지만 연육교가 놓여 차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이광사 정약전 이세보 등이 유배를 와서 살았던 곳이다. 특히 조선의 명필로 이름을 떨친 이광사는 이곳에서 15년을 살다 유배가 풀리지도 않고 생을 마쳤다 한다. 노론 소론 싸움에서 패한 뒤 벼슬길에 나서지도 못하고 백부의 괴서 사건에 연루되어 죄도 없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한을 삭였을까. 살던 집을 찾았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다하여 가다가 되돌아왔다.

이세보는 철종과 가까운 일가인데 왕족을 견제하는 세력에 밀려 유배를 왔다. 위리안치되어 겪은 서러움을 망향시로 써서 유명하다. 지팡이가 손가락만하게 닳도록 통곡하며 바닷가 모래 위에 시를 썼다한다. 그 뒤부터 파도 소리가 우는 소리 같아 이 백사장을 울명(鳴)자를 써서 명사십리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운 모래가 3.8km나 깨끗하게 깔리고 경사가 완만하여 참 아름다웠다. 이런 백사장이 우리 고장 전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몸매가 날씬한 아가씨와 손잡고 백사장을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이어서 장도로 갔다. 장도는 신라 때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상활동을 하던 중심지다. 1959년에 사라호 태풍으로 목책이 드러나 탄소연대를 측정해 본 결과 신라 때 것으로 판명되어 청해진으로 확정하였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0여 차례 발굴 조사하여 사적 308호로 지정하고 오늘처럼 복원하였다 한다. 성은 외성과 내성으로 되었고 문루가 두 곳에 있었다. 성벽은 판축식 토성을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상에는 누각이 있어 사방을 바라보기에 알맞았다. 이곳에서 주변을 지나는 배들을 통제하고 해적을 소탕했을 것이라 여기니 감회가 깊었다. 성을 한 바퀴 돌아보며 우물도 구경하고 나왔다.

2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배로 건너야 했는데 배가 없어서 가지 못했었다. 오늘은 마침 사리 때라 물이 빠져 걸어서 들어 갈 수 있어 탐사를 하였다. 어찌 고마운지 몰랐다. 이제는 완도에 가 보았다고 할만하다.

요즘은 여행을 많이들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누구나 구경 다니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교통수단이 없어 그러기도 했겠지만 여행이나 관광을 몰랐던 것 같다. 먼 곳에 여행 다니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다. 일반 서민들은 노자가 없어서 생각하지도 않았고 가고 싶어도 못 갔을 게다. 1970년대부터 농촌 사람들도 관광차를 불러 여행을 다니는 풍습이 생겼다. 그만큼 잘 살게 되었고 즐기려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이다.

외국관광을 나가는 사람이 줄을 선다고 한다. 중국에 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만 관광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에 가 보아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높아지고 국력이 강해졌다는 증거다. 자기가 가고 싶어서 간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조금 심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니 뒤도 돌아보면서 살아야 되지 않을까. 이웃도 살피고 못살고 굶주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2009.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