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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송민석
작성일 2009-03-16 (월) 06:21
ㆍ추천: 0  ㆍ조회: 2153      
가짜가 판치는 세상
■ 가짜가 판치는 세상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요반 송민석(여수시 안산동)




지난 3월 둘째 주 대학동창부부 다섯 쌍이 정년퇴직기념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 관광에 나섰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9시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만인 오후 1시 제주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배를 타고 가는 동안 시끌벅쩍한 3등 객실 관광객들 속에서 부대껴야 했었다. 정감이 넘치는 한담을 나누며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들의 말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들인데도 ‘바람 한 점 없이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이것 진짜 맛있네.’ 등등 귀에 들리는 ‘진짜’라는 말투에 거부감이 들었다. 비좁은 선실 여기저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70대 후반의 할머니들도, 대학을 갓 졸업한 듯싶은 등산복 차림의 젊은이들도 말끝마다 ‘진짜’라는 소리를 사용하여 볼썽사나웠다. 사전적 의미의 ‘진짜’라는 말은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으로’라는 부사적 용어다. 세월이 갈수록 우리의 언어가 경음화되고, 과장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추세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고 각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평소 나이가 들고 배움이 많은 사람일수록 과장되지 않고 순화된 언어를 사용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학력과 무관하게 사회지도층조차도 걸핏하면 ‘진짜’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언짢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짜'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모두 '가짜'라는 말인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언어란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6.25 직후 허기진 혼란 상황에서 사이비 상이군인, 사이비 기자, 사이비 사장님들이 판칠 무렵 남대문 시장에서 ‘순 진짜 참기름만 팝니다.'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도 중국산이 우리의 식탁을 휩쓸고 있는 터라 시골장터나 노점상에서 ‘순 100% 한국산’이라는 미심쩍은 팻말을 자주 볼 수도 있다.  

퇴임 후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에 있다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벨이 울려 받으면 ‘귀하의 우체국 택배가 반송되었습니다.'라는 말투가 어눌한 신종 사기꾼들의 전화를 받곤 한다. 그들은 아마도 한낮에 집에 있는 사람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노인이거나 분별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 때마다 나는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전화를 하느냐’고 젊잖게 나무라고 전화를 끊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 동네에서도 어떤 공직자가 전화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아내 몰래 숨겨 둔 2천여만 원을 날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제는 개인정보 누출을 염려하여 동창회나 동호회 사이트에 주소나 비상연락망 조차 올리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한 때 유행가 가사처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치는 세상이 된 것일까.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치고는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못하는 사회,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후진국이다. 어떤 발표에 따르면 ‘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말을 믿느냐?’라는 질문에 스웨덴에서는 66%, 일본에서는 43%, 한국에서는 27%가 믿는다고 응답한 것을 보았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신의 벽이 높다는 증거다. 사회적 신뢰를 담보해야 할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자들부터 불신의 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야 하려니 싶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후진국이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진짜’를 내세워 상대방을 믿게 하려고 할 것 같다. 굳이‘진짜'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신뢰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말끝마다 ‘진짜'라는 말을 남용하여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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