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873,544
오늘방문 : 724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551
오늘글등록 : 2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032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경옥
작성일 2009-03-15 (일) 07:47
ㆍ추천: 0  ㆍ조회: 2103      
나비야 청산 가자
나비야 청산가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이경옥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서 자고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가자

 작가 미상의 이 시조를 생각해 낸 것은 퇴근시간쯤이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 등록하고 처음 수업을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처음이란 것이 늘 그렇듯이 ‘청산가자’고 굳은 마음으로 등록할 때와는 달리 빗줄기 사이로 살근살근 다가오는 시간 앞에서 나는 빙빙 돌고 있었다.
흘러가던 시냇물이 기나긴 여정 앞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여울목의 마음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로 가야할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교보문고로 가고 있었다. 마음이 책 속에 묻혀 오도 가도 못하면 그걸 핑계 삼아 하루쯤 머물다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뜻하지 않게 몇 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 목소리였다.
“딸아, 사랑 한다.”
평소처럼 늘 다정한 목소리였다. 엄마에 대한 부끄러움이 내 속에서 뛰어다녔다. 아니, 달아나고 있었다.
 10분쯤 걸어서 도착한 평생교육원 103호 강의실, 처음 만나는 얼굴들……. 그들의 굳은 표정 속에는 언뜻언뜻 청산 같은 묵직한 각오가 배어나고 있었다. 강의실은 문학을 공부하는 방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설픈 감이 있었지만 소박하면서 그런대로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일단 언 내 마음을 내려놓기에 충분했었다. 나름대로 문학의 꿈을 가지고 온 많은 학우들의 소개를 들으면서 잠시 나 자신을 올려놓아 본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가 못 견디게 그리워 몸부림치며 토해내 듯 남긴 몇 줄의 글들을 모아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글로 남기고 싶다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던 말들이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눈 내리는 겨울날에도 내 신발은 언제나 따뜻했다. 부뚜막에 연탄집게를 벌려 올려놓고 그 위에 운동화를 따뜻하게 덥혀 신게 해 주셨던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동상(凍傷)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 나이까지 왔다.
 내 나이 마흔 일곱, 내 아들이 그 만큼 더 자라서 얼마 전에는 새 둥지를 마련했다. 발이 시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랐지만 이 어미는 어느새 나의 어머니를 흉내 내고 있다. 할머니와의 추억이 부족한 내 아들과 어린 조카들에게 할머니의 삶과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세상살이 고달픈 어느 하루쯤, 그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이 훈훈해져 가을이면 들국화가 넉넉한 할머니 집 앞 마당을 찾게 해주고도 싶다.
 그 어머니는 나를 오늘의 나비로 만들어 주었다. 천천히 그리고 진솔하게 꾸밈없이 가고 싶다. 가다가 저물거든 꽃잎에서도 자고 꽃이 푸대접하거든 쉬어가는 느린 걸음이어도 나비를 만들어준 어미의 사랑으로 청산엔 꼭 가보리라 마음을 다진다.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천적 이순종 2009-04-30 2872
초록이색 이해진 2009-04-29 2187
전주 가맥집 술맛 최기춘 2009-04-28 3211
사랑에 빚진 자 이해진 2009-04-28 2131
4월 이야기 최윤 2009-04-28 2635
매사엔 때가 있거늘 김상권 2009-04-27 2310
동심으로 하루를 보내고 채선심 2009-04-27 2264
전주살이 박인경 2009-04-27 2442
흰머리들의 새싹회 김동영 2009-04-27 2721
흰머리 이경옥 2009-04-26 2363
고향산책 이기택 2009-04-25 2873
오이 미라 신팔복 2009-04-24 2539
동백절화 정영권 2009-04-23 2244
이 충무공의 얼을 이어받아 김길남 2009-04-23 2484
부부 김세명 2009-04-22 2290
청남대 단상 김정길 2009-04-22 2341
우리 할머니 김분희 2009-04-22 2348
사랑의 달 5월 김학 2009-04-21 2212
첫승 이순종 2009-04-21 2347
짝꿍 장병선 2009-04-21 2494
1,,,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32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