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873,541
오늘방문 : 721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551
오늘글등록 : 2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032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송병운
작성일 2009-03-13 (금) 18:09
ㆍ추천: 0  ㆍ조회: 2267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송병운


 “당신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을 보고 싶습니까?”

“내 인생에 있어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째, 제가 사랑했던 남자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습니다.
둘째, 저는 예수님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셋째, 저는 정원에 놀러 가고 싶습니다.”

이 대화는 ‘KBS 스페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취재진과 주인공이 나눈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싱가포르 출신의 ‘데레사 첸’이라는 여인이다. 볼 수 없거나 듣지 못하는 한 가지 장애만 있어도 고통스러운데 이 사람은 둘 다 문제가 있는 소위 시 ․ 청각 장애인이다.

 그녀는 1943년 싱가포르에서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다. 특히 중국의 ‘경극’을 무척 좋아하여 장래에 경극가수(opera singer)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런데 14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은 장애인이 되었다. 절망적인 삶속에서 고통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때로는 죽어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하느님! 나는 그토록 영원한 형벌을 받을 만큼 죄를 짓지 않았어요.”
라고 울부짖기도 하였다. 늘 방안에 파묻혀 지내면서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소식을 들은 싱가포르 맹인학교의 엘리자베스 초이 교장이 접촉을 시도하였다. 삶의 의욕이 없는 그녀에게 지금의 불행이 이 세상에서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은 너를 극진히 사랑한다며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이 초이 교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그녀는 어둠속에서 뛰쳐나와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초이 교장은 1960년에 미국 최고의 맹인학교인 메사추세스의 퍼킨스 학교에 그녀를 입학시켰다. 이 학교는 헬렌 켈러가 졸업한 학교인데 끊임없이 ‘너도 헬렌 켈러처럼 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특히 헬렌 켈러의 스승이었던 앤 설리번 선생의 헌신적인 교육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가장 먼저 공부를 시작한 것은 영어였다. 듣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처음 배운 단어는 가방(bag)이었다. 교사가 ‘bag’이라는 단어글자판을 만들어 손가락으로 모양을 익히게 했다. 다음에는 실제로 가방을 만지게 하여 그 가방과 글자를 연결시켜 인식하게 하였다. 그 다음에는 발음을 가르치게 되는데 듣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교사가 그녀의 손가락을 교사의 입술에 대게하고 ‘bag’의 발음을 하여 떨림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대고 그 떨림대로 소리를 내게 하였다. 물론 그녀는 본인이 내는 소리가 제대로 되었는지, 어떤 발음으로 나오는지 알 수는 없었다. 초이 교장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었다.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속상해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모든 걸 배우겠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그녀는 이처럼 눈물겨운 과정을 거쳐 중국어, 영어, 라틴어, 스페인어 그리고 프랑스어까지 습득하였으며 졸업할 때는 수학과목 전교 수석도 차지하였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의 특정 위치를 영어 알파벳으로 정해놓고 그 곳을 짚어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만 통용되는 것인데 이것을 ‘손가락 알파벳’이라 하였다.

육체적 장애가 있었지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여느 사람과 같았다. 다행히 1968년에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스계 프랑스인으로 둘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불행은 끝이 없었던 것일까. 결혼을 약속한 그 남자가 후두암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크리스마스가 오면 고통스러운 날이 되고 만다. 그녀는 외쳤다. 神은 하나뿐인 사랑마저 가져갔다고……. 그래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사랑했던 남자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고 했던 것이리라.

그녀는 1973년 싱가포르로 돌아와 맹인학교에서 시각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 취재진이 神이 당신에게 장애를 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명쾌하게 답변하였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입니다.”

데레사 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살면서도 힘들어하고, 때로는 좌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이 여인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요즈음 자신의 삶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특히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은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크다. 아직 사리 판단력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 줄까봐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큰 교훈을 준다. 어떤 경우의 학생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평범한 학생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더 큰 희생과 사랑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데레사 첸이 엘리자베스 초이 교장이나 퍼킨스 학교의 앤 설리번의 사랑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그녀가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2009. 3. 13.)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천적 이순종 2009-04-30 2872
초록이색 이해진 2009-04-29 2187
전주 가맥집 술맛 최기춘 2009-04-28 3211
사랑에 빚진 자 이해진 2009-04-28 2131
4월 이야기 최윤 2009-04-28 2635
매사엔 때가 있거늘 김상권 2009-04-27 2310
동심으로 하루를 보내고 채선심 2009-04-27 2264
전주살이 박인경 2009-04-27 2442
흰머리들의 새싹회 김동영 2009-04-27 2721
흰머리 이경옥 2009-04-26 2363
고향산책 이기택 2009-04-25 2873
오이 미라 신팔복 2009-04-24 2539
동백절화 정영권 2009-04-23 2244
이 충무공의 얼을 이어받아 김길남 2009-04-23 2484
부부 김세명 2009-04-22 2290
청남대 단상 김정길 2009-04-22 2341
우리 할머니 김분희 2009-04-22 2348
사랑의 달 5월 김학 2009-04-21 2212
첫승 이순종 2009-04-21 2347
짝꿍 장병선 2009-04-21 2494
1,,,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32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