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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세명
작성일 2009-03-13 (금) 14:35
ㆍ추천: 0  ㆍ조회: 2554      
사량도 봄바다
사량도 봄바다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세명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마음 속으로 불어온 봄바람을 따라 먼 길을 나섰다. 산악 회원들과 더불어 남해의 사량도로 향했다. 넓은 차창 너머로 새싹이 돋는 들녘에서는 개나리가 손을 흔들어 주고 봄바람도 손짓을 했다. 차가 통영쪽으로 갈수록 봄 내음은 더욱 진해지고 있었다. 초록빛 바다를 누비며 쾌속정에 몸을 싣고 사량도島에 도착하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마주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괜한 봄바람 때문에 무작정 산행을 따라 나선 나는 산악회원들과 가파른 산을 넘고 넘어 드디어 옥녀봉에서 쪽빛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원한 캔 맥주를 따고 진달래 꽃을 안주로 낭만을 달래며 옥녀봉의 전설을 생각해 보았다. 사량도島에 있는 이 옥녀봉은 통영시의 서편, 고성군 자란만의 동남쪽, 삼천포항의 서북방에 위치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지점에 있다. 사량도는 상ㆍ하도가 이마를 나란히 맞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옥녀봉엔 가슴 아픈 전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에 옥녀라는 어여쁜 딸을 둔 홀아비가 산 속에서 살고 있었다. 욕정에 눈이 먼 아버지가 딸에게 덤벼들어 욕정을 채우려고 했다. 딸은 부녀지간의 천륜을 거역할 수 없다며 아버지를 설득했으나, 이성을 잃은 뒤라 딸은 아버지에게 산 밑으로 가서 “음메 음메” 소 울음소리를 내면서 기어오라고 하였다.

인간의 본성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딸이 시키는 대로 천륜을 저버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아비를 피해 옥녀는 결국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드문 부녀 근친상간의 비극적인 전설이 아닐 수 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옥녀가 떨어질 때 마지막까지 옥녀를 붙들었다는 붙들 바위, 옥녀가 떨어져 죽은 자리에는 핏자국 같은 붉은 이끼가 덮여 있었다.

이어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낮게 엎드린 거문고 모습의 탄금대와 고동산은 물론 아랫 섬인 하도, 추도, 두미도, 노대도, 욕지도까지도 한 눈에 시원하게 들어왔다. 옥녀봉 정상에서 전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안고 하산하였다. 봄 햇살과 마주한 남해바다의 섬에서 본 정경은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고산 윤선도가 떠오르고 그 옛날 귀향 살이를 하던 정약전이 흑산도 바닷가에서 손짓하듯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간다.

쾌속정에 몸을 싣고 섬을 멀리 떠나려니 갈매기가 나를 환송해 주었다. '사량도 봄 바다' 산행에서 봄 바다의 추억을 한 아름 안고 사량도를 떠났다. 바람결에 풍겨오는 바다 내음은 상큼했다. 부산갈매기가 아니고 사량갈매기라 그런가, 끼룩 끼룩 갈매기 소리도 처량했다. 사량도 봄 바다는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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