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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의민
작성일 2009-03-12 (목) 15:30
ㆍ추천: 0  ㆍ조회: 2475      
S누나
S누나
                         전주안골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이의민




나는 지금 옛날의 소년 시절로 되돌아가 있다.

그 시절 나는 산과 산이 맞닿아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3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골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전주로 나와 직장생활을 하고 토요일 오후에는 시골로 내려가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다시 전주로 출근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는 S형제를 맺는 게 유행이었다. 형이나 누나가 없거나, 동생이 없는 소년소년들이 부모와 친척들의 입회 아래 의형제를 맺는 예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식적인 의형제를 맺는 건 드물고 친구들 앞에서 본인들 둘이서 의형제를 맹세하는 형식으로 거의 이루어졌다. 나도 나보다 한 살 위인 S누나를 맞이하여 즐겁게 지냈다. 나는 토요일 시골로 퇴근하여 밤에는 야학을 가르쳤다. 친구와 나 둘이서 주로 학교를 못 다닌 처자들과 아주머니들을 모아 가르쳤다.

여름에는 동네 가운데 모정에서 흑판 옆에 등불을 걸어놓고 가르쳤고, 겨울에는 동네 큰방을 빌려 열대여섯 명에게 한글과 구구단을 가르쳤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S누나와 둘이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야릇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였던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토요일 오후만 되면 마음은 어느덧 시골집으로 달려가 있었고 나는 간단한 화장품 크림과 향수 등을 선물로 준비하여 S누나를 찾곤 했다. 그렇게 행복한 세월을 한 3년 보내다가 내가 직장을 서울로 옮기면서 S 누나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어 편지만 주고받았다. 그런데 S누나 집에서 나의 편지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S누나의 받침 틀린 편지를 받고서는 마음대로 편지도 보내지 못하고 몇 년을 지내는 사이에 S누나는 시집을 갔다. 그 뒤로 우리의 관계는 멀어졌다.

어느 때던가 고향에 다니러 갔더니 그 S누나도 친정에 와 있었다. 배가 남산만 해가지고 아기를 낳으러 왔다면서 반가워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 어느 시내버스 운전기사한테 시집갔다고 했다. 서울에 있으니 자주 만나자고 했지만 그 후로는 만나지 못하고 세월을 보냈는데 지금은 어디에서 살고 자녀는 몇이나 두고 손자손녀는 또 몇이나 두었는지 궁금하다. 옛날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그 S누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200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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