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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윤효숙
작성일 2009-03-12 (목) 14:39
ㆍ추천: 0  ㆍ조회: 2213      
천 원어치의 행복
천 원어치의 행복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윤효숙


26세 때 결혼과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이 어언 33년이 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지만, 그 십년이 세 번이나 지나갔으니 오랜 세월이려니 싶다.
처음엔 중책을 맡으신 우리 시어머님을 따라 교회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고로 시간이 부족한데 일요일이면 낮에도 교회에 가고, 또 밤에도 교회에 가는 그러한 신앙생활이 꼭 이래야만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시어머님을 따라 할 수 없이 열심히 다니다 보니 세례도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농촌이기 때문에 봉사할 일꾼이 없어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오르간도 치는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열심히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교회에서 중책을 맡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알파코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예수님의 복음이 터키지역으로, 또 이태리 로마를 거쳐 전 유럽을 기독교문화로 꽃피웠던 기독교문화는 영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세계사를 통해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에 의해 기독교는 다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을마다 마을마다 교회가 없는 곳이 없이 바야흐로 기독교의 천국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그러나 정작 발원지인 이스라엘은 기독교 신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유럽의 교회들은 건물 구조가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곳은 무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술집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1976년 영국의 ‘닉키 검불’이라는 법률가 겸 목사님이 알파코스라는 프로그램을 창안하였다. 그 이후 현재 130개국에서 종파를 초월하여 실시하고 있다.
알파코스란 한마디로 한 번도 교회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프로그램으로 아무나 와서(A), 웃으며 배우고(L), 맛있는 식사와 함께(P), 서로 도우며(H), 무엇이든 물어보라(A)는 영어의 첫 글자를 따서 'ALPHA'라고 한다. 매 주일 하루를 정하여 10주 과정을 마치고 나면 불신자였던 사람도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하게 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그 창시자인 ‘닉키 검블’목사님이 직접 우리나라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전국의 목사님과 성도 일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1박 2일의 연수를 하게 되었다. 당연히 우리 교회에서도 참여하게 되었다.
연수가 끝나고 교인들은 모두 차로 내려가고 나는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딸의 반찬이라도 도와 줄 겸 하룻밤을 더 자고 갈 마음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의도에서 딸이 살고 있는 곳까지 가는 것이 문제였다. 초임발령을 받은 진안에서 십여 년 산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전주에서 태어나서 줄곧 전주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서울지리도 모르고 지하철과 버스 등별로 타본 적이 없어 계속 신경이 쓰인다. 어떤 방법으로 가야하나?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6시대의 택시는 잡을 생각도 말아야 한다. 더구나 오늘은 집회가 있는 날이 아닌가? 결정한 것이 버스다. 마침내 버스를 타긴 했는데 돌아서 가야 한다고 한다. ‘돌아서 가더라도 가기만 하면 되지’하고 얼마나 되느냐고 하니 여의도에서만 돈다고 한다. 그 정도면 타도되겠다 싶어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버스를 타면서 기계에 대니 띠익 하는 소리가 나며 통과하였다. 나는 돈을 내려고 지갑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지갑에는 만 원짜리밖에 없었다. 서울에 간다고 확인하지 않고 지갑만 달랑 들고 온 것이 나의 실수다. 순간 당황하여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기사님. 제가 여기에 살지 않아서 교통카드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잔돈을 거슬러 주시면 안 될까요?”
갑자기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할머니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없습니다.”
기사님은 짤막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버스 안의 승객 중 어느 아주머니 한 분에게 다가가,
“저, 혹시 잔 돈 좀 바꿀 수 없을까요?”
하고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는 없다고 하며 안 되어 보였는지 나를 기사님께 데리고 가서 자기가 지금 한 번 찍어주겠는데 내릴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아이쿠, 내릴 때도 또 찍는가보다.” 내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그때 기사님께서,
“차라리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 낫지, 어떻게 손님께 모르는 사람의 차비를 내라고 하겠어요?”
하며 차비를 내지 말라고 하였다.
난 그때 어떤 승객이 내려서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무슨 말로 고마움을 표현하고 내릴 때는 또 뭐라고 하고 내릴까?
다른 때 같으면 버스를 타고 도는 것이 지루해서 짜증이 났을 텐데 지금은 버스를 오래 타는 것이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다. 서서 가는 것도 아니고 편안히 앉아서 가니 마치 새 새끼가 어미 새의 품에 안긴 것 같은 평온함을 느꼈다.
“건강하시고 안전운행하세요.”
하고 축복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평소 서울에 가면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말과 서울깍쟁이라는 말로 보아 그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라는 교훈을 주는 말이지 결코 서울 인심이 그리 야박하지 만은 않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지방에서 올라온 낯모르는 아주머니에게 무료버스를 태워주는 훌륭한 기사님이 계시는 한.
돌고 돌아 한 시간이나 걸려서 집에 돌아왔지만, 그 한 시간은 기사님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을 마음껏 느낀 귀한 시간이었다.
비록 천 원어치의 행복이지만 이 세상 어떤 것보다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2009.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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