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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문선경
작성일 2009-01-03 (토) 11:20
ㆍ추천: 0  ㆍ조회: 2594      
나의 생각하는 의자, 무등산 새인봉
                                   나의 생각하는 의자, 무등산 새인봉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문선경




벌써 오래전 일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조카를 데리고 놀다가, 조카로부터 '생각하는 의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하는 의자'라는 그 의자 이름만으로도 그 의자의 쓰임새가 얼핏 짐작이 되었다.

조카의 말을 조합해 보면 분홍반 교실 한켠에 놓인 '그 의자'는 친구와 다투거나 말썽을 부린 아이가 생각하며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이었다. 추측으로는 조카도 벌써 몇 번은 그 의자에 앉아 생각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으리라.

잠자리의 날개나 나비의 날갯짓 같은 마음으로 온 교실을 헤집고 날고 싶은 마음을 누르듯, 손바닥보다 작은 엉덩이로 간신히 의자에 앉아있었을 조카의 곤욕스런 얼굴이,
마주대한 듯 선연하게 떠올랐다. 나는 혼자 벽을 보고 배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생각해보면 <잠시 다른 사람과 격리되어 나를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자리>,그 생각하는 의자 같은 자리는 내게도 분명 존재했었다. 세상살이가 달려도 달려도 끝내, 그 자리에서 발이 떨어지지 앉던 꿈속의 가위눌림 같이 느껴졌을 때, 내가 품었던 간절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고 빈 바람으로 허공을 헤맨다고 느끼게 될 때, 그때 내 삶처럼 가벼운 배낭 하나를 메고 서둘러 찾아가 주저없이 나를 내려놓고, 주저앉게 되는곳 , 그곳이 무등산 새인봉이다.

능선이 모난 곳이 없고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의 품안 같다는 무등산은 정상으로 오르는, 알려지지 않은 길만도  수십 군데에 이른다. 엉키고 설킨 실타래 같은 마음을 당기고 감아주며, 서둘지 않고 살살 풀어 다시 쓰임새 있게 감아주고 묶어줄 친구가 있어 동행하는 날은, 중머리재나 중봉을 지나 입석대로 향한다.

풀어보려고 혼자서 전전긍긍할수록 자꾸만 더 엉켜가던 실타래 같은 마음은, 그렇게 한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풀어지고 다시 감아지며 온전한 실타래가 되곤 했었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날, 혼자이고 싶은 이기심이 내 안에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날, 철 없던 유년시절처럼 엄마에게 내 억울함을 하나도 빼지않고 다 일러 바치고 싶어지는 날, 그런 날 나는 서석대나 입석대가 아닌 새인봉쪽으로 발길을 들여놓는다.

새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주차장을 지나 약사암쪽으로 오르는 길도 있지만 나는 비탈진 산기슭을 따라 주차장을 에둘러 올라가는 사잇길을 고집한다. 그렇게 구불구불 사잇길을 걷다가, 가파른 깔끄막길을 두어 번 돌아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숨고르기를 할즈음, 암반처럼 널찍한 바위 아래 아득한 절벽과 마주하게 된다.

바람에 훅 날려버릴 것 같은 빈 배낭을 바위 한켠에 내던지고, 인위적인 의자가 아니라 자연이 내게 내민 '생각하는 의자'에 가만히 앉는다. 조금 앞을 보지 못하고 허둥댔던 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누군가의 꽁무니만 무작정 뒤쫓다가 문득 길도 없어진 골목 끝 묵정밭 앞에서 혼자 황망히 서성였던 일, 늘 내가 옳다며 내 잣대로만 다른 사람들을 재고 내 잣대에 맞지 않은 사람들을 억지로 짜맞추고 밀어내던 일들,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다 어느새 나는 유치원의 분홍반 아이가 되어 버린다.

의자에 앉아 벌을 서는  아이처럼 절벽 아래 소나무 아래에서 얼굴을 수그리고 있으면
절벽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나무 향기에 취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스스로 할퀴고 생채기를 만들었던 모난 마음이 둥그러워지고, 조금은 안온해진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가 내게 조금은 더 관대해져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만큼 격리된 의자에 앉아 생각하는 것으로 잘못에 대한 체벌을 대신한 분홍반 아이처럼, 새인봉의 아득한 절벽 난간 위의 바위에 앉아 스스로 되짚고 생각하며 잘못한 것에 대한 당당한 체벌을 받은 것 같은 가벼워진 마음이 된다. 어느새 기웃해져 버린 해를 보며 '이제 그만 일어나도 된다.'는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아이처럼 깡총거리며 오던길로 되짚어 가다가 문득 돌아본 새인봉은 빨래줄에 널린 할머니의 광목치맛자락처럼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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