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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상권
작성일 2008-11-09 (일) 17:02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714      
서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남대
서민의 품으로 돌아 온 청남대
                  -행촌수필문학회 문학기행-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상권



멀리만 보였던 청남대가 이제는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1983년 6월에 착공하여 12월에 완공된 게 청남대다. 우리일행은 11월 1일 오후 1시 40분쯤 그 청남에 도착했다. 울창한 숲, 잘 가꾸어진 정원수, 수려한 대청호수, 야생화가 어우러진 청남대는 한 폭의 가을 풍경화였다.

먼저 대통령 역사문화관을 구경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남대에서 사용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물품들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취미와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단풍으로 물든 백합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본관으로 갔다. 본관에 이르는 도로 양옆으로 줄지어 서있는 반송과 다양한 정원수를 보면서 참 잘 가꾸었구나 싶었다.

반송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원수들을 어디에서 옮겨 심었을까. 강제로 빼앗아 온 나무들이 아닐까. 그 나무들도 원래 고향은 각기 다른 산야일 텐데, 어느 날 갑자기 정든 고향을 떠났으리라. 자기가 태어난 자리에 있었을 땐 많은 서민들의 귀여움과 칭찬을 받으며 자랐을 나무들이 이 청남대로 오니 보아주는 사람은 권력가들뿐이라고 푸념도 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니 오히려 강제 이주 된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보는 사람도 많고, 일류 정원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은 어떤가. 대자연의 숲속에서 자유로이 살던 짐승들이 인간에게 붙잡혀 우리에 갇힌 신세가 되었고, 사람들의 구경꺼리로 전락하였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며 재미있어 한다. 이들도 처음엔 자유롭게 뛰거나 날 수 없어서 불평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사육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식생활에 걱정이 없으니 감옥 같은 생활이지만 오히려 고마워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에게 길들여져 본성을 잃은 채 편안함에 취한 것은 아닐까.

사람도 나라가 힘이 없으면 나무나 짐승처럼 강제 이주를 당한다. 1937년 가을, 러시아 극동지역 18만여 명의 고려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다. 초원과 사막에 내버려진 고려인들은 끈기와 인내, 노력으로 폐허의 땅을 옥토로 만들어 건실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1990년 소련의 붕괴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자 고려인들은 또다시 연해주로 이주해야 했다. 연해주로 돌아온 고려인들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때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당한 조선인은 무려 15만여 명에 이른다. 탄광 및 군수공장 등의 각종 노역에 동원된 것이다. 태평양 전쟁 중 일본으로 송환된 사람은 10만여 명이었으며, 사할린에는 5만여 명이 잔류했다한다. 이들의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들은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짐승처럼 끌려 다녔던 것이다.

본관 1층의 회의실, 접견실, 식당, 손님실과 2층의 침실, 서재, 거실,  가족실을 보았다. 아방궁처럼 꾸며졌을 줄 알았는데 평범한 구조와 집기들이었다. 침실도 우리네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회의실은 물론 방마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달력은 모두 2003년 4월의 달력이었다. 2003년 4월 18일, 그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국민에게 개방한 날이라고 했다. 그날을 기념하려고 그 달력을 걸어두었다는 것이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청남대가 서민의 품으로 돌아온 날! 그렇다. 한 사람의 열린 사고와 결단력이 이처럼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위민정치의 작은 본보기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지도력이고 리더십이 아니겠는가. 지도력이란 신뢰를 바탕으로 모범을 보이며 실천할 때 꽃향기처럼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중 여름과 명절휴가 등 1년에 4~5회, 많게는 7~8회 정도 이용했다는 청남대, 나라의 지도자나 필부필부나 휴식은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정국구상을 꼭 별장에서 해야만 국민에게 도움을 줄 좋은 생각이 나오고 청와대에서 구상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일까. 1년에 고작 며칠밖에 이용하지 않는 대통령 별장을 유지, 관리하는데 얼마나 많은 국고가 낭비되었겠는가.
곱게 물든 낙우송 산책길을 따라 초가정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이었다. 홀태며 쇠스랑이며 괭이, 삽, 망태 등을 보니 어릴 적 뛰놀던 고향생각이 절로 났다. 나는 초가정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며 오래도록 운치를 즐기고 싶었다. 또 정다운 친구와 술잔을 주고받으며 담소를 즐기고도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2003년 4월 18일, 청남대 개방행사 때 제막했다는 돌탑을 보았다. 청남대를 서민의 품으로 보내준 그 분에게 머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T다.
                         (2008.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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