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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윤
작성일 2008-11-07 (금) 05:14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548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이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컴퓨터를 켤 때마다 난 불안한 마음이다. 일단 인터넷 바탕이 뜨면 난 인기 검색어부터 검색해본다. 연예인들의 사망 사건이 자주 일어난 다음에 생긴 버릇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들이지만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런 소식이 들릴 때 마다 한없이 우울해진다.
모방 자살을 결심할 만큼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진 않아도 내게도 우울증 증상 같은 것이 생겨버렸다. 그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평범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심리학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인데 죽음에 대한 강박증도 우울증의 한 현상이라 했다.
난 어렸을 때 만화책으로 작가 ‘프란츠 카프카’에 대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땐 어려서 ‘카프카’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변신’을 쓴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 만화에선 카프카의 어린 시절을 다루었는데 카프카는 어린 시절 죽음을 많이 경험해서 늘 죽음에 대한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아마도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충격,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될까봐 불안해서 어딜 가나 늘 수행원이 따라야 했다고 한다. 그런 예민한 소년이 자라서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킨 ‘변신’이라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벌레’라는 괴물이 되어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외면 받고 처참하게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그 소설은 내겐 충격적이었지만 난 죽음을 겪을 때마다 그 소설을 생각하곤 한다.

예전의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 나의 주변은 완벽했다. 나는 ‘죽음’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건강했으며 갑자기 떠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내게 죽음이란 먼 곳의 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동생 같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버려서 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죽음’이라는 것은 더 이상 먼 곳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처음으로 사랑하는 존재가 떠나버리는 것을 보았다. 정말 가슴이 아프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 뒤로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오만하던 나의 정신세계가 많이 변했다고나 할까? 적어도 죽음에 관해서 오만하던 내 마음이 수그러졌다. 죽음은 불시에 또 언젠가는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으며,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모든 이를 후회 없이 사랑하라는 것과, 오늘을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엾고 사랑스러웠던 강아지가 내 철없던 인생의 한 획을 그어준 것이다.
그 뒤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죽음 소식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한 뒤 남편 주변 사람들이 사고로 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어이없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의 마음은 한없이 우울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내게 겪어야 할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면 그 아픔을 어떻게 견디어야할지 두렵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대로 그리고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아마 나보다 더 많은 죽음이란 이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상처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도 살아간다. 그들은 영원한 이별을 어떻게 대처하였을까?
오늘 문득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마지막 만났을 때 난 어떤 얼굴이었지? 아, 다행이다. 다행이 우린 웃고 있었다. 마지막에 웃는 모습으로 헤어졌다’라는 구절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사고가 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갑작스런 이별이 아닌가? 그들은 마지막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 ‘오늘 우리 가족들과 웃는 얼굴로 헤어졌나?’ 하고 생각할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 견딜 수가 없다. 그 이야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동생은 ‘죽음이란 갑작스레 찾아오는 거야’ 라고 했다.

얼마 전, 심리치료 강의를 들으면서 ‘유언장 쓰기’를 한 적이 있었다. 좀 섬뜩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었다. 흔히 유언장이라면 재산이 많은 사람이 재산 분배 때문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난 쓰지 않았지만, 그때 써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재산이나 남길 물건도 없다. 어렸을 때 ‘작은 아씨들’에서 막내 에이미가 유언장 쓰기를 하는 장면이 떠올라 나도 따라서 자잘한 물건이라도 누구에게 남겨볼까 하여 써 보았는데 단 한 줄밖에 쓸 말이 없었다.
“모두들 사랑합니다. 전 행복하게 떠나요!”
그 한 줄이면 될 것 같다.
예전엔 조금 힘든 일이 있으면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이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덜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런 ‘카프카 식 생활’을 한다면 인생이 너무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겠다. 그리고 남들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야겠다. 떠날 때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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