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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미자
작성일 2008-11-05 (수) 03:42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484      
눈물너머 그리움
눈물너머 그리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미자



오늘 문득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을, 이맘때만 되면 눈을 뜰 수 없는 그리움에 몸살이 난다. 여덟 살 적 엄마 손을 잡고 전주행 버스에 올랐을 때 버스가 정류장을 돌아 나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던 눈물너머 할머니의 모습이, 사는 내내 그리움이었다. 내 마음 속의 시계는 그날, 그곳, 그 시간에 멈추어 서있다.

내 작은 아이가 열일곱 살 때, 심각한 표정으로 ‘나 사춘기입니다’라고 시위를 했었다. 그 아이 손을 잡고 무작정, 내가 엄마 손을 잡고 떠나왔던 것처럼 버스를 탔다. 왜 그날 그곳에 갔는지는 나도 모른다.

날마다 다녔던 길처럼,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에 빠져들었다. 나물 캐러 갔다가 미끄러져 빠졌던 신작로 앞 냇물, 마을에서 제일 커 보였던 허정기 아저씨 방앗간, 할머니 손을 잡고 과자를 사먹었던 구멍가게, 마을에서 제일 부자라고 했던 의원집, 내가 한 학기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 여덟 살 적 그때로 돌아갔다.

평생 나를 기다린 것처럼 왜 이제야 왔느냐고, 그렇게 오기가 힘들었느냐고 원망하면서, 붙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병호 아저씨를 만나면서 내 가슴의 응어리가 풀렸다.

아저씨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내가 살던 집, 내가 태어난 곳이었다.
“네 할머니는 너를 보내고 얼마 못사셨지. 당신 아들을 땅에 묻던 날보다도 너를 보낸 날 더 정신 놓으셨단다.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셨지. 그 뒤 내가 여기 살다가 마을회관으로 만든 지 얼마 안 되었다.”
아저씨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내시며 내가 죽기 전에 주인을 찾아 주어 다행이라고 하셨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사진 속에는 학교운동장에서 막 축구를 끝내고 찍은 건장하고 풋풋한 청년들이 있었다. 그 사진에는 한 청년이 노을을 뒤로한 채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43년 만이다.
내가 미처 태어나기도 전에 꽃보다 더 예쁜 스물한 살 내 엄마를 두고 그 먼 길을 그렇게 쓸쓸히 가시다가 얼마나 뒤를 돌아 보셨을까. 그 숱한 세월 꿈속에서라도 한 번쯤 다녀가시지.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었던 그 이름, 가슴이 아리다. 내가 아버지의 손자 나이였을 적 내 뿌리에 대해 혼란스러웠을 때가 있었다. 그때 외삼촌이 하셨던 말씀을 병호 아저씨가 다시 하셨다.
“네 아버지는 시대를 잘못 만났지. 아까운 사람을 허망하게 잃어버렸어.” 외할아버지께서 엄마와 나를 그곳에 둘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아버지는 세상과 타협하기가 그렇게 힘드셨을까? 짊어서 지고 가기에 너무 무거운 꿈이었으면 그냥 살며시 내려놓으시지, 혼자 세상 짐을 다 지고 떠나면 편해질 줄 아셨을까? 남겨진 우리들의 고통은 당신의 짐보다 가볍다고 생각하셨을까? 그래도 한 번쯤은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정말 모르셨을까? 슬프다. 가끔 엄마의 삶이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토록 나에게 집착하는 엄마를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면 방문 앞에 내 신발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엄마를 보고 울었던 적도 있었다.

오늘, 꽃보다 더 예쁜 그 스물한 살 내 엄마의 칠순잔치를 하고 있다. 하늘의 구름도 내 마음을 아는 듯 잔잔하다. 외로움과 그리움에 등이 휘어버린 엄마, 먼 길 네가 있어 힘들지 않았다고 웃어주는 엄마, 오늘도 엄마는 참 곱다. 그리고 또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내가 사는 날까지 보듬고 사랑해야 할 나와 엄마의 울타리, 또 한 분의 아버지가 웃고 계신다.
                         (200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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