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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재환
작성일 2008-11-03 (월) 04:50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773      
가을 앓이
가을 앓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재환

둘이 걸었습니다. 단풍나무와 참나무, 소나무가 빼곡히 우거진 고산 골 숲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가을 숲길은 바람결이 서늘했습니다, 송진 냄새는 코끝을 간질이고 울긋불긋한 나뭇잎은 흐릿한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옛이야기를 나누며 나뭇잎 고운 산책길을 따라 십리가 넘는 길을 - 그 길은 어릴 적 단골 소풍지였고 우리들 젊은 날의 아픔이 서린 곳이었습니다. -구름 속을 유영하듯 마냥 걸었습니다.
오솔길은 떨어진 나뭇잎들이 붉고 노란색 카펫을 깔아서 걷는 촉감이 부드럽고 포근했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길옆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와 함께 낮은 목소리로 하모니를 이루어 마음이 평안했습니다. 단풍잎은 바람에 흩날려 개울물에 떠 흘러갑니다. 이름 모를 작은 산새들의 속삭임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아하고 맑았습니다. 그녀의 아이보리색 모자에 코발트빛 바버리코트 깃에 빨간 단풍잎이 나비처럼 내려앉았습니다. 이따금 나뭇잎 사이로 비취는 늦가을의 햇살이 따사로 왔습니다.
대덕사 경내에선 풍경 소리와 만수향의 내음이 바람에 실려 오고, 빨간 감들이 다닥다닥 매달려있었습니다.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새색시의 저고리보다 더 샛노란 옷을 입고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겨우살이 준비가 덜 된 듯 마냥 분주했습니다. 힐끗 힐끗 쳐다보며 우리를 숫제 무시하였습니다. 길섶엔 노란 들국화와 연보라색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거리고 있었습니다. 왠지 쓸쓸하고 슬퍼 보였습니다. 가을의 서정이려니 싶었습니다.
한낮에 아무런 기별도 없이, 소꿉친구 C가 찾아 왔습니다. 고산 골 에 가고 싶다며 말입니다. 답답하고 울적하여 미칠 것 같고 머릿속이 지근지근 아프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이대로는 미칠 것 같다며 세 시간 거리를 단숨에 차를 몰아 달려온 것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또 그 친구는 심한 계절병이자 지병인 가을병이 도진 것입니다. 사업에 시달리고 오랜 외국생활로 많이 지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갱년기를 넘긴 사람의 히스테리는 분명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우울증이 아닐까 조바심이 앞섰습니다.
고산 골은 고산(孤山)이라고도 불리는 대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입니다. 수많은 물웅덩이와 앙증맞은 작은 폭포들, 양편엔 기암절벽의 산봉우리와 옥구슬 같이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사철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들이 자주 찾던 구원의 안식처 같이 편안하고 아늑한 그런 곳입니다. 여름 한철을 빼고 호젓하고 외진 그곳은, 젊은 날의 울분과 응어리진 가슴앓이를 할 땐, 늘 그곳에서 밤새워 술을 마시고 악을 쓰며 노래를 불러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각오와 미래에 대한 맹세를 하던 곳입니다. 방황과 질곡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젊은 날의 얼룩진 영혼과 자화상이 묻혀 있는 곳입니다.
비단폭포는 가뭄 탓으로 가는 물줄기만 내리고 있었고, 아래 세심담(洗心潭)에는 예쁜 낙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파란 물은 단풍과 어울려 얼굴을 붉혔고, 물속엔 도토리 몇 알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못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귀밑머리 몇 올이 어느새 하얗고, 이마엔 주름살이 육군 병장 계급장 같았습니다. 그녀의 머리칼도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이순의 문턱이, 사계절 중 꼭 지금 이맘때인 것 같았습니다. 오솔길이 끝나는 데까지 올라갔습니다. 뾰쪽 뾰쪽한 문필봉과 여인의 맵시 같은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에 색색으로 곱게 물든 단풍은 하오의 햇빛에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처연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억새의 은발도 더더욱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녀는 어린애마냥 울적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는 어린애 응석을 받아주듯 하소연을 들어주고 아픔을 달래주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한나절의 산책이 그녀의 헝클어진 마음을 얼마나 추슬러주었는지 그녀의 얼굴엔 밝고 환한 미소와 생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아픔을 나눠 가지며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저녁놀이 불타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언제 그랬었느냐 는 듯, 그녀는 활기차고 명랑한 모습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마치 꾀병 같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아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을바람처럼, 아니 한 잎의 낙엽처럼 홀연히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친구야, 가슴이 쓰리고 아릴 때는 언제든 나를 찾아오렴. 내겐『가을 산책』이란 명약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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