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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길남
작성일 2008-11-03 (월) 03:09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989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법주사 여행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법주사 여행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단풍이 무르익어가는 늦가을 하루를 택하여 나들이 하는 기쁨은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는 사람으로서는 다시 얻기 어려운 기회였다. 더구나 문우들과 함께 하니 더더욱 즐거웠다. 11월 1일 행촌수필문학회에서 속리산 법주사와 청남대, 대청댐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하루를 웃음으로 보낸 것이다.

아직 행촌수필문학회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회원들과 친밀감도 없는 편이어서 참석하기가 마뜩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1년간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가기로 하여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막상 차에 올라보니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은 한갓 기우였다. 김학 교수님에게서 같이 배운다는 공동체의식에서 모두 하나가 된 듯하였다.

8시에 출발한 차는 법주사에 11시가 지나서 도착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많은 관람객과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위 산들을 보니 단풍이 아름다웠다. 내장산 단풍만은 못해도 색의 조화를 이루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색깔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무에서 내 뿜는 향긋한 냄새가 숨쉬기 편하게 하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런 곳에서 한동안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법주사에는 문화유산해설사가 나와 있었다. 어찌 그리도 공부를 많이 했는지 해박한 지식으로 해설하여 그 마력에 푹 빠졌다. 미륵불, 팔상전, 쌍사자석등에 대한 역사적인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목탑형 건물이고, 쌍사자석등도 이런 형식은 다른 곳에 없다 한다. 각 유물의 구조물 하나하나의 의미와 모양, 쓰임새 등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미륵불 조성에 대한 역사적 우여곡절도 더하여 설명하였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관람하던 때와는 달랐다. 대웅보전과 사천왕석등, 원통보전, 석연지 등 국보와 보물이 가득했다. 청년시절에 처음 와 보았던 때를 상상해 보았다.

해설사는 불교의 보시는 순수하게 남을 위해 바치는 것이지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불전 몇 푼 넣고 우리 아들 사업 잘 되게 해 달라거나, 대학수능시험 잘 보도록 해 주시라고 빈다. 그렇게 빌어서는 부처님의 가호를 받지 못 한다는 것이다. 어느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한 기도는 들어 주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 발전과 세계평화, 재난방지 같은 큰 공덕을 빌어야 한단다. 그렇게 빌어도 부처님은 다 알아서 가피를 내린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욕심부터 채우려 하지 않는가. 우선 내 앞에 큰 감을 놓으려는 것이 욕심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산촌회관에서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정2품송으로 갔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데 옆에서 엿과 옥수수를 파는 아주머니가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주었다. 산골아주머니 같고 그렇게 멋있는 맵시는 아니지만 유머가 풍부했다. 사진을 찍으며 우리를 웃겼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보시를 하니 고맙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러니 그 분이 파는 엿을 여러 사람이 샀다. 차가 출발할 무렵 가지고 올라온 옥수수도 몇 명이 더 샀다. 스님의 말씀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보시를 하니 그 보덕이 바로 돌아온 것이다. 속담에 있는 말같이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얼마나 많이 남는 장사인가.

세상이 각박하다 하나 남을 위해 보시하는 사람도 많다. 평생 바느질로 번 돈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도 있고, 이름을 밝히지 않고 해마다 몰래 성금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은공을 부처님이 알아서 되돌려 줄 것이다. 하나를 주면 열을 보낼 것이다. 해설사와 사진을 찍어주는 아주머니처럼 우선 보시부터 하고 볼 일이다. 보시하는 사람은 마음이 즐거울 것이니 그 인생이 행복할 게 아닌가.

몇 푼 안 되는 회비로 오늘도 하루 즐거움을 만끽하였으니 이번 모임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인생길에 이와 같은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문학기행이 계속 이어지기를 빈다.

                      (200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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