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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세명
ㆍ작성일	2009-09-23 (수)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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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사는 건 숨 하나 차이
♡죽고 사는 건 숨 하나 차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세명

사람이 살고 죽는 게 숨 하나의 차이라는 말을 실증(實證)이라도 하듯이 문우(文友) 한 분이 위독(危篤)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약속된 시간에 전북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모였다. 평소 건강하셨던 분이라 곧 회복 되겠지 기대하면서 3층으로 가 중환자실 입구에 이르자 얼굴이 닮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슬픔에 북받쳐 눈뭃을 보였다. 어쩐지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당황한 우리 일행은 병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위 환자 대부분이 산소마스크에 주사 바늘과 약병이 서너 개씩 달린 침대에 누워 있어서 야전 병원 같았다. 가까이 가 보니 심각했다. 조석으로 전화를 하고 모임에서 늘 보던 건강한 분이 완전 뇌사상태였다.

가족의 설명을 들어보니 구랍 12월 31일 오후 3시쯤 전북은행 본점 앞 도로에서 눈 오는 길을 걸어가다가 대리석 바닥에서 미끄러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다. 당시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이 쿵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사람이 미끄러 넘어졌는데 심상치 않아 119로 신고하여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하다 중단하고 봉합하였다니 살 가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민이 보행하는 큰 도로에서 이런 변을 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흔히들 나이를 먹으면 낙상하여 불행을 겪는 경우가 많다지만 대로상에서 그런 일을 당하니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도로를 관리하는 당국이나 건물을 관리하는 은행 측에 알려 후일 경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동행한 문우 한 분이 시나 은행측의 책임을 거론하자 피해자의 가족들은 명이 짧은 걸 누굴 탓하냐면서 반대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은행에서든 시청에서든 사람이 죽어가니 나와 볼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인부를 시켜 대리석을 정으로 쪼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나 할까? 죽은 사람은 얼마나 억울할까? 공공의 시설인 도로에서 시민이 미끄러져 사망했다면 이런 일은 언론에서 다룰 법도 한데 이런 일에는 관심도 없다.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 일행은 눈시울을 붉히며 일을 당하면 연락을 달라며 대책을 숙의하는 차에서 사망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번 넘어진 사람의 생명이 먼 길로 가고 말았다. 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하고 수필가로서 ‘모악 에세이’ 편집을 맡은 우리 모임의 좌장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셨는데 그렇게 가시다니,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숨 하나 차이에 있다더니 참으로 허망했다. ‘웃음 꽃’이란 수필집을 내면서 손수 연적산에 집을 수리하여 ‘德山房’ 이란 옥호를 걸고 좋아하시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하루를 즐겼다는 ‘철렵 이야기'며 고향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자상하신 분이었다.
우리 수필가 일행은 지나온 이야기로 석별을 고해야 했다. 동인지 ‘모악 에세이’ 출판이 마지막 유고집이 될 줄이야! 모순이 많은 세상사에 글줄이나 쓴다는 사람들이 유족이 원치도 않는데 넘어진 돌 뿌리를 탓해 무엇 하랴. 그러나 그냥 덮어 두기는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인지라 마지막 가시는 길에 명복을 빌고 싶다.

고 이종덕 님! 2007년 마지막 날 오후 세시 눈길을 밟으며 무슨 생각을 하시다가 한 순간에 넘어지셔서 다시 못 올 그 먼 길로 떠나 셨을까? 한마디 말도 못 남기고 사람의 명이 그렇게도 허망하니 남아 있는 유족이나 생전에 교육에 헌신하신 모든 일들 다 잊으시고 편히 잠드소서! 남아 있는 수필가 동인회원들은 이렇게 영원히 이별을 고합니다.

(2008년 세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