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전북대학교 간호과학연구소에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상담치료 연수를 받고 있다. 벌써 여드레째 날이다. 태풍 ‘모라곳’이 꼬리를 감추느라 그런지 아침부터 비가 오다 개다를 반복하더니 오후 들어 굵은 빗방울이 내렸다. 두 번째 기관견학시간이었다. 줄기찬 빗방울을 가르며 가까운 인후동 사학연금회관 2층에 있는 ‘전북해바라기아동센터’에 도착했다.
입구 쪽 벽에 그려진 해바라기는 큰 키에 둥근 얼굴로 미소를 짓고 노란 손을 흔들며 우리 연수생들을 환영하는 것이 아닌가? 잔뜩 호기심이 생겼다. ‘해바라기아동센터’가 현재 전국적으로 4개가 있고, 올해 6개를 늘리는데 전북이 먼저 개소를 했다고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전 직원이 해바라기만큼이나 반갑게 맞이하였다. 넓은 공간이 여러 방으로 나뉘어 꾸며져 안정감이 있고 온화했다.
먼저 회의실로 갔다. 부소장은 개소한 지가 겨우 한 달이라 안내 준비가 제대로 안되었다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동센터’에 대한 안내를 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13세 미만의 아동 및 가족, 정신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속한 응급진료와 상담, 치료는 물론 법률지원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동센터 개소의 목적이라고 하였다.
아동센터는 여성부가 후원하고 전북대학교가 운영한다고 했다. 소장은 비상근 직으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K교수이고, 부소장, 상담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놀이치료사, 도우미들은 상근직이었다.
맡고 있는 네 가지의 업무는 학생들의 버팀목이 될 것 같아 든든하였다.
하나, 먼저 피해아동 긴급구조와 의료 및 법률 지원활동이다. 24시간 신고 접수를 받아 상담을 하며 응급진료와 치료를 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응급구조를 위해 One-stop 서비스로 증상에 따라 치료를 권장하고, 바로 전북대학교 산부인과와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법률지원활동 즉, 진술한 내용의 녹취와 녹화, 72시간 내 증거채취, 신고동행 등을 한다고 했다. 모든 과정이 인권을 존중하며 비밀이 보장되도록 한다니 안심이 되었다.
둘, 피해아동과 가족을 위한 치료프로그램 운영이다. 피해자의 가족 상담과 가족치료도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는데 심리평가를 하며 아동심리치료와 가족 상담치료를 한다고 하였다.
셋, 가해자 치료프로그램 운영이다. 가해자에 대한 개인 및 집단 치료와 성폭력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가해자교육도 한다고 하였다. 처음 들어 본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넷, 건강한 사회를 위한 성폭력 예방활동이다. 성폭력 예방교육과 사회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아동성폭력에 대한 연구를 하며, 사후관리로 성폭력 재발 예방도 한다고 하였다.
끝으로 연수생들은 부탁을 받았다. 학교․지역별로 성폭력예방교육을 신청하면 무료로 교육을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행동을 잘 관찰하여 성폭력에 대한 인지와 추억을 기억나게 하여 노출된 증상을 조기치료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인지되면 바로 신고할 것을 강조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최고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다는 것을 두어 번이나 이야기했다.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더 심각해졌다.
이어서 시설을 견학하였다. 각 방은 쓰임새에 따라 상담실, 놀이실, 취침실, 검사실, 등이 있었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였다. 양쪽 방들 사이 공간에 휴게실이 있는데 밖에서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개인 비밀을 보장하려는 의지가 뚜렷하였다.
아동기의 성폭력 피해자의 20-30%가 성인이 되어 성적 증상이 나타난다는 전문가의 말이 있다. 18년 전 김부남 사건이 생각났다. 자신이 9세 때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력을 당하였다. 결혼을 하였지만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당했던 성폭행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30세 때 그를 살해한 것이다. 초기 성폭력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이 뼈저리게 느껴진 사건이 아닌가?
성폭력 피해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부모가 당황하지 않고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빨리 신고를 하였을 때 의료지원에서 법률, 소송지원까지 신속하게 연계되어 가해자에 대한 법의 심판은 물론 피해 아동의 치료 및 회복에 큰 효과를 거둔 사례가 많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고하는 의무감이 몸에 배야 한다. 학생들이 성폭력을 당하지 않고 밝고 명랑하게 자라도록 예방교육에 힘써야 한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성도덕 회복과 아울러 성폭력예방교육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해를 보고 활짝 웃으며 이웃을 향한 미소를 선물하는 해바라기처럼 우리 아이와 청소년들을 돌보았으면 참 좋겠다. 전북해바라기아동센터가 이 땅에서 밝은 사회, 밝은 나라, 밝은 지구촌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200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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