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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9-08-11 (화)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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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하는 손자
한다면 하는 손자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마음속으로 서운했었다. 큰아들이 딸만 둘을 낳고 아들 소식이 없으니 얼마나 기다려지고 속이 탔는지 모른다. 5년을 말도 못하고 기다린 끝에 다행히 장손 민재를 얻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주 귀중한 손자였다.

나는 남아선호사상을 가지고 있다. 딸을 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 집에 아들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아들이 있어야 부모의 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을 보면 자손은 많은 집이다. 69대를 내려오는 동안 양자를 들인 조상이 꼭 한 번뿐이었다. 그때도 사화로 화를 입어 일찍 돌아가시니 조카를 양자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이어온 문중인데 대가 끊길 수는 없지 않는가.

민재는 태어난 뒤 건강하게 잘 자랐다. 외할머니가 업어 키우셨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건강하게 키우셨다. 몸집이 커서 힘들었겠지만 안아주고 업어주며 길렀다. 손자를 키우신 공을 잊어서는 안 될 줄 안다. 그 공을 안다면 돌아가신 뒤라도 묘에 찾아가 풀 한 포기라도 뽑아드려야 할 것 같다. 나는 한 일이 없이 그저 손자 하나만 얻은 셈이다.

어려서부터 민재는 한 번 하려고 하면 기어이 하고야 마는 고집이 있었다. 의지가 굳은 것이다. 공부도 마음만 먹으면 열심이고 외국어도 한 번 맛을 들이면 끝장을 냈다. 다른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고 모든 일을 제 마음대로 하였다. 그래서 나는 자라면 무엇인가 이루어내고 말거라 믿었다.

영어를 배우려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뉴질랜드에 가서 1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말도 서툰데 외국 사람에게 정을 붙이고 한마디씩 배워가며 학교에 다녔다. 얼마나 외롭고 어려웠을까? 어린 것이 부모 형제를 떠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외국에 나가서 살다 왔으니 더 이야기해 무엇하랴. 성인인 나도 혼자 가서 1년간 공부하고 돌아오라면 못할 것 같다. 집이 그립고 부모형제가 보고 싶었을 터인데 낯선 곳에서 공부하고 왔으니 그 의지는 알만하다.

어려서 제 엄마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기초를 가르쳤는데 바이엘, 체르니를 치고 케논곡을 친다고 한다. 중학교 때인가 클래식 영화를 보았는데 주제곡이 피아노곡 케논곡이었다. 어떻게 감명 깊게 들었는지 그 곡에 빠져들었다 한다. 그 뒤로 틈만 나면 피아노를 치고 한 번 앉으면 1시간 이상씩 빠져든다니 공부할 나이에 걱정이다. 요즘은 작곡가 이루마가 쓴 곡을 모두 외워 친다고 한다. 취미와 소질이 있는 모양인데 장래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영어와 수학은 잘 하는데 다른 과목을 소홀히 하여 성적이 고르지 못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 때 특수목적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양정고등학교에 다닌다. 이제 마음을 잡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니 다행이다. 1학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하니 칭찬해 주고 싶다.

집에서는 말도 잘 안하고 무뚝뚝한 것 같으나 학교에서는 친구를 잘 사귀어 중학교 졸업식 때 보니까 인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친구들이 서로 같이 사진을 찍으려 했다 한다. 나하고 성질이 비슷한가 보다.

뉴질랜드에 유학할 때 맛들여진 음식 맛에 젖어 지금도 피자와 치킨 등 기름진 것을 좋아한다니 몸이 비대해질까 걱정이다. 먹는 것이 건강의 요체요 영양 공급의 원천인데 염려가 된다. 우리 음식의 진미를 알게 하여 음식 맛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우리 집의 대를 이어갈 귀한 손자다. 이제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장래가 밝은 방향으로 진로를 잡아 공부했으면 한다. 스스로 앞길도 열어갈 것으로 믿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지만 공부에 더 전념했으면 한다.

( 2009. 8,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