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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신팔복
ㆍ작성일	2009-03-24 (화)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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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깡 안경
수수깡 안경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신팔복

수필공부를 하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 나갔다. 어김없이 숙제검사가 있었다. 나는 내 친구 은천을 칭찬했다. 그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르게 많고 품성이 고운 사람이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재를 보려고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그런데 옆구리에 차고 있어야할 안경이 없었다. 시간에 쫓겨 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오느라고 안경을 챙기지 못한 탓이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어떻게 수업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수업을 받았다.

나는 시력이 좋지만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인다. 나이가 드니 노안이 된 것이다. 늙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약해져 가까운 곳의 초점이 맞지 않아 글씨가 어른거리고 작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이 두꺼운 안경을 쓰고 앞좌석에 앉아 공부하는 것을 보면 벌써부터 눈이 나빠서 나이 들면 얼마나 더 고생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측은해 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내가 안경이 없으면 생활하기가 어려우니 그 좋았던 젊은 시절의 시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아껴주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한 눈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오감을 갖고 있다.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생물체의 감각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이 오감 중에서 하는 일이 매우 크다는 말이겠다. 귀나 입은 쉴 수도 있지만 눈은 잠잘 때를 빼고는 항상 일을 해야 한다. 오감 중 초병(哨兵)이나 다름없다. 눈을 가늘게 뜨고 글을 읽어 보지만 어른거려 신경만 더 쓰였다. 글을 볼 수가 없어서 교수님이 교재를 읽는 모습을 보았다. 역시 금테 안경을 쓰고 책을 줄줄 읽어 나갔다. 손으로 안경을 살짝 치켜 올리며 계속 읽으셨다. 책의 작은 글에서 반사되는 빛이 볼록렌즈에 굴절되어 눈의 망막에 정확한 상을 크게 맞춰주고, 시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되고 종합 판단하여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이리라. 신경전달이 컴퓨터처럼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안경을 쓰면 글이 크게 보이고 환해서 좋다. 나는 쉰 살이 조금 넘어서 안경을 쓰기 시작 했다. 처음 안경을 살 때 나는 지금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눈의 자생력을 잃어 앞으로 안경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우니 안경 쓰기를 미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자꾸만 미루었지만 국산품을 50년이나 사용했으면 고쳐 쓸 때도 되었구나 싶어서 안경을 써보았더니 밝고 환했다. 마치 잠에서 깨어 눈을 씻고 밖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은연중 여러 곳에 안경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졌다. 사무실 책상서랍에도 있어야 하고, 컴퓨터 앞이나 거실에도 있어야 했다. 친구를 만나려 외출할 때면 꼭 안경을 챙겨 호주머니에 넣거나 허리에 차고 나가야 했다. 또 승용차 속에도 준비해 두었다.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번호를 확인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려고 해도 안경이 필요했다.

내가 아끼는 안경은 두 번째 샀던 노인용 돋보기다. 처음엔 아들의 안경을 맞춰주려고 안경점에 갔다가 그 곳에서 맞보기 정도의 안경을 사서 가지고 다녔지만 얼마 사용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도 눈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 다음엔 안경점을 지나다가 또 하나 샀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도수가 내 눈에 알맞았다. 중국여행 중에도 안경을 하나 더 샀다. 진주를 파는 가게에 들렀는데 진열대 앞에 놓인 수정안경이 마음에 끌려 끼어보고 사왔다. 약간 무겁지만 작은 글씨가 크고 밝게 보여서 아끼며 사용하고 있다. 어느덧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여러 개의 안경이 있는데도 오늘은 준비하지 못했으니 내 실수를 자책할 뿐이다. 내가 가진 안경은 처음에는 유리렌즈 안경이고 다음에는 플라스틱과 수정렌즈 안경으로 모두 6개가 된다. 저마다 필요한 곳에 놓아두고 사용하는 중이다. 이제는 하나 더 사서 수필 가방에도 넣고 다녀야 될 것 같다.

내가 그리워하는 안경은 수수깡 안경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수수깡으로 여러 가지 공작품을 만들어 놀았었다. 개도 만들고 안경도 만들었다. 수수깡 안경을 만들어 끼고 노래를 부르며 동네 여자아이들에게 뽐도 냈었다. 어설픈 자작품이었지만 가볍고 제일 밝았다. 안경알은 없었어도 그렇게 잘 보이는 안경은 지금껏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 그런 안경을 다시는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껏 탈 없이 사용해 온 내 눈에게 크게 감사하다고 늦게나마 고마운 인사를 건네고 싶다.
(200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