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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정세현
ㆍ작성일	2008-09-24 (수)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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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세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정세현

가는 줄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 오는 줄 모르게 찾아오는 나날들. 친구와 내일 만나자고 약속을 해 놓고 내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도 그렇게 긴지 모르겠다. 새벽잠까지 설치고 기다리던 어제의 내일이 겨우 오늘로 다가왔다. 반갑게 친구를 만나 술을 한 잔 마시면서 재미있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고, 전깃불이 반짝이는 밤이 되었다.

“어! 벌써 한밤중이야!”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 자기 아내한테 전화를 건다. “여보, 나 아무개 만나서 술 한 잔 마시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저녁 먹고 들어갈 터이니 염려 말고 먼저 저녁밥을 먹어요. 미안, 미안!” “여보게, 자네 부인한테 미안하네!” 하니까 친구는 모처럼 만나서 한 잔 하니 헤어지기가 싫다는 것이었다. 자꾸만 옛날 나랑 놀던 시절의 생각만 떠올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했다. “정말, 나도 그래! 우리가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빨리 가버리더라니까. 하지만 자네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날을 기다리면 어찌도 세월이 느린지 모르겠어. 세월은 기다리면 천천히 오고, 기다리지 않으면 눈 깜박할 새에 찾아오니 말이야. 얄미운 조물주의 장난일까? 그냥 허허허 하고 웃어 넘겨야지.”

오늘은 약속 없이 한가로이 집에서 지내다 보니 답답하여 침대에서 뒹굴었다. 기다리면 늦게 오고 기다리지 않으면 빨리 오는 게 시간이다. 얄미운 하느님을 원망하자니 죄를 짓는 것 같아 허허허 하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다. 그것이 편하다. 내가 세월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백년이고 천년이고 살려고 욕심을 내겠지?

슬며시 웃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염치 좋은 ‘김정일’의 얼굴 같았다. 혼자 민망하여 또 웃고 말았다. 세월은 이 세상을 꾸준히 지배하며, 새롭게 가꾸면서 모든 만물을 잘 다스리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세상을 지배한들 세월만은 절대로 지배할 수 없다.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나도 이 진리에 순종하면서 세월을 흘려보내고 세월을 기다리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세월아, 잘 가거라! 그리고 세월아, 어서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