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9-10-06 (화) 12:12

ㆍ추천: 0 ㆍ조회: 3539

못질을 해서야
못질을 해서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관 뚜껑을 닫고 쾅쾅 못질을 한다. 이 세상과 아주 헤어지는 순간이다.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옛날이야기도 관 뚜껑을 닫기 전의 일이지 못질을 한 뒤에는 돌아올 수 없다. 관의 못질은 이 세상의 끝이다.

옛날 사람들은 집을 비우고 돌아오지 않으려면 문에 빗장을 대고 못질을 했다. 다시 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어렸을 때 옆집에 살던 사람이 집을 비워두고 만주로 떠난 일이 있었다. 고향집이라 팔고 떠나기도 그렇고 그냥 놓아둘 수도 없으니 문에 못질을 하고 간 것이다. 영영 돌아오지 않으려는가 걱정했었고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단단히 각오를 했을 때 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못질로 나타냈다. 절대 되돌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할 때 썼다. 확고부동하다는 의미로는 좋은 말 같지만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에서는 쓸 말이 아니다. 신종플루 같은 병균이나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죄인을 가두고 못질을 한다면 모르지만 착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그렇게 좋은 표현은 아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서로 못질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판을 보아도 그렇다. 여‧야가 죽고살기로 싸운다. 국민이 먹고 사는데 시급한 문제도 아닌 것을 가지고 끝까지 싸운다. 양보하거나 타협할 줄을 모르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못질을 한다. 그것이 작전인지는 모르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안타까운 때가 많다. 두 걸음 나아가려면 한 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찌 세상이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것인가.

노사관계도 어려운 때가 많다. 서로 물러서지 않으니 타협점을 찾을 수가 없다. 투쟁할 때 자기의 의사는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못질을 한다. 서로 살자는 것이 노사인데 너 죽고 나 죽자는 협상 같다. 사(社)는 경영을 하여 이익을 내려는 것이 목적이고 노(勞)는 보수와 근무조건 개선이 바라는 바이니 불꽃 튀는 접전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서로 양보하는 선에서 협상이 되지만 그렇게 강하게 나아갈 때의 주장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도 비슷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의견이 다른 것이 정상인데 끝내 자기만 옳다고 우기고 못질을 해 버리니 다툼이 일어난다. 수레의 두 바퀴처럼 살면 될 텐데 싸움뿐이다. 한쪽에서 반대시위를 하면 저쪽에서는 찬성데모를 하니 언제나 한 목소리를 낼 때가 있을지 멀기만 하다.

못질은 저승 갈 때나 하고 이승에 살 적에는 박힌 못도 모두 뽑고 살자. 우리 역사에서도 박힌 못이 얼마나 많은가. 일본과 우리나라는 지금도 박힌 못을 빼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없었고 정신대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한 때 잘못으로 전쟁을 벌였더라도 지금은 오고가며 살아야 하는데 툭하면 못질하는 소리다. 서로 돕고 산다면 세계에서 부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을 터인데 못질하는 소리 때문에 자주 꼬인다.

나도 마찬가지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상대가 나를 얕보고 싫어하여 말도 않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제 풀고 싶어도 그 사람이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불행한 신세가 되어 어쩔 수 없다. 조금만 상대를 허용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되는데 순간을 못 참고 서로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그래서 평생 고개를 돌리고 살았다. 이제 별 수 없이 저승에 가서나 풀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대화와 타협의 시대다. 한 나라 안에서는 물론이고 세계가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세상이다. 글로벌시대라 하지 않는가. 일본이나 북한과 얽힌 문제도 서로 양보하여 풀고 지내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조금 대화가 열리는 기분이 드니 다행이다. 개인도 다른 사람과 협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옛날에는 개인이 우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 연구도 그룹을 지어 해야 한다. 단독 연구보다 훨씬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제간의 협동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이 좋은 세상에 못질하는 일은 없애고 박힌 못이 있더라도 뽑아버려야겠다. 서로 소통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 2009. 9.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