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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학
ㆍ작성일	2009-09-02 (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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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효순 수필집 발문
<형효순 수필집 발문>

농촌의 애환을 씨줄과 날줄로 엮은 풍성한 수필 밭
-형효순 첫 수필집 《재주넘기 30년》출간에 부쳐-
김 학
[수필가, (전)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1. 수필가 형효순과 수필의 만남

수필가 형효순, 그녀는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랐으며 또 농촌으로 시집을 가서 지금까지도 농촌에서 살고 있다. 농촌탈출을 외면한 수필가 형효순, 그녀는 지금 농촌을 지키는 농촌지킴이가 되었다.
전북 남원시 보절면 진기리에서 형종길과 장흥님의 5남 2녀 중 둘째딸로 태어나 남원시 대산면 금성리 박판수와 결혼을 했으니 한평생을 춘향골에서만 살고 있는 셈이다.
박 씨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1남 3녀를 낳았고, 그 중 1남 1녀를 결혼시켰다. 아직도 딸 둘이 결혼 대기 중이니 마음은 조금 무거울 것이다.
수필가 형효순, 그녀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무척 즐겼다. 그때는 책이 귀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고개 너머 이웃동네까지 찾아다니면서 책을 빌려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열세 살 때 《데미안》을 읽었는데 언젠가는 그 내용을 꼭 이해하리라 기대하며 그 뒤로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때가 바로 형효순 소녀가 문학의 꿈을 키우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형효순은 1991년 농어민신문사의 편지쓰기 공모에서 동상을 탔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문학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농어민신문사는 입상자들로 ‘농어촌주부들의 모임’을 만들어 주고 해마다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작품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형효순은 글쓰기에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형효순이 이처럼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회고한다. 친정어머니는 밤마다 동네 어머니들을 모아놓고 침침한 호롱불 아래서 낭랑한 목소리로 춘향전, 구운몽, 장화홍련전 등 고전소설을 읽어주었다. 곁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형효순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마음 밭에 문학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그때부터 어린 형효순은 나중에 자신이 직접 이야기책을 써드리겠다고 어머니에게 약속을 했다는데, 마침내 어머니와의 그 약속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니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형효순은 처녀시절 소설가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농촌계몽운동에 앞장 선 채영신의 활동을 본받고 싶었을 것이다. 또 유달영 교수의 수필에서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며 국민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황무지를 개간하여 부자나라 덴마크를 이룬 달가스 대령과 그룬트비 목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형효순도 농촌운동에 뛰어들어야겠다는 마음을 키웠을 것이다.
드디어 형효순은 농촌생활개선회에 입회하였고, 1990년에는 남원시생활개선연합회 회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농촌환경개선운동을 펼치기도 했었다. 농촌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고자 발 벗고 나섰던 것이다. 드디어 형효순은 춘향골의 채영신이 된 셈이다.
형효순의 활동범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농촌의 주거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되자 향토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남원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을 맡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임기 3년의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장을 맡아 전국 규모의 그 모임을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였고, 글을 쓰는 문학단체로서 뿐만 아니라 회원 각자가 농어촌 지킴이로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갔다.
형효순, 그녀는 외모와는 달리 매우 억척스럽고 추진력이 강하다. 크고 작은 회장 감투를 다 벗어버린 다음 50대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하여 5년 만에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글을 쓰다 보니 학구열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외유내강형인 형효순은 사실 욕심도 많은 편이다. 무엇이든 한 번 시작했다고 하면 뿌리를 뽑아야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린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에 나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격월간 《수필과 비평》2008년 11,12월호에서 <상수리나무>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당당히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오랜 습작활동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드디어 소녀시절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등단한지 1년 만에 이렇게 처녀 수필집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내공이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필가 형효순, 그녀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으리라. 얼마나 행복하고 자랑스러울 것인가?
이제 수필가 형효순의 안테나에는 어떤 수필 소재들이 잡혔는지 그녀의 수필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2. 수필가 형효순의 수필세계

수필가 형효순은 지금까지 발표한 수필작품 60편을 6부로 나누어 《재주넘기 30년》이란 표제로 처녀 수필집을 엮었다. 대단히 발 빠른 행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산이 시름시름 아파보이더니 결국 이곳저곳 붉고 노란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리 집 뒤 작은 동산 옆집과 경계선에 서 있는 수령 백년이 가까워 오는 상수리나무 잎새까지 이별을 하기 시작했다. 정들었던 잎새와 헤어지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이다. 지금은 이별연습 삼아 몇 장 날리지만 매정한 바람이 불어오면 날마다 이별을 하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서리가 내리면 마지막 한 장까지 미련 없이 떨궈 버릴 것이다. 나는 가을을 우리 집 마당에서 맞는다. 시몽의 낙엽 밟는 소리가 매일 연출되기 때문이다.
-<상수리나무> 서두

화자는 새댁시절부터 어린 상수리나무와 친구가 되었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땐 뒤란 그 나무 곁으로 가서 하소연을 하고, 친정어머니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던 것도 그 상수리나무 밑이었다. 그 나무는 언제나 화자의 푸념을 들어주는 상담사였다. 이 작품은 형효순의 등단작품이기도 하다. 문장이 나긋나긋하고 서정적이어서 감칠맛이 나는 수필이다. 30여 년 동안 이 상수리나무가 화자와 시어머니를 지켜주었듯이 앞으로 화자와 화자의 며느리도 지켜주면 좋겠다는 화자의 마음이 무척이나 예쁘다.
누군가가 인생이란 평생을 걸려 ‘나’라는 집을 짓는 과정과도 같은데, 그 집이 완성되면 우리는 무덤으로 들어가고, 그 집은 자신의 묘비명이 된다고 했다. 사람이 한평생을 어떻게 살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려니 싶다.

아들내외가 예쁜 손녀와 함께 내려왔다. 서린이는 정교한 장난감과 예쁜 인형보다는 마당에 널어놓은 검은 콩을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더 재미있어 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주워 깔깔거리며, 풀 섶의 개미를 보고 즐거워한다. 작은 화단에 핀 꽃 속에 숨어서 내가 찾기를 기다리다가 내 눈과 마주치면 숨이 멎을 만큼 매력적인 웃음을 짓는다. 넘어질듯 뒤뚱거리면서 뛰는 손녀를 따라가 풀꽃 한 송이를 머리에 꽂아주는 할머니의 기쁨, 이런 것이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행복이다. 아직은 사람이 만든 장난감에 매료되지 않는 내 손녀의 그 맑디맑은 눈을 보면 비싼 장난감 사다 줄 수 없는 내 생활이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높은 것이 있어 낮은 것이 있고, 큰 것이 있어 작은 것이 있듯이 너와 내가 달라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세상은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게 아닐까.
-<산다는 것은> 중에서

화자의 행복론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운동장만큼이나 큰 60평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집에서 보이차를 마셨다. 그 지인의 손자가 갖고 노는 값비싼 리모콘 자동차의 모습과 화자의 집 마당에서 노는 손녀의 모습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화자는 지인 같은 부자라고 해서 기가 죽지도 않고, 그렇다고 잘 사는 이에게 거부감을 갖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세상은 큰 것과 작은 것, 높은 것과 낮은 것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너그럽고 웅숭깊은 화자의 마음씨가 몹시 따사롭다. 농촌에서 살면서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노라니 그런 의식이 몸에 밴 까닭이 아닌가 싶다.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다. 한동안 가보지 못한 채 보름정도가 지났다. 이른 저녁을 먹고 들깨가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 밭에 가보니 풀은 이미 파란 융단처럼 자라 있었다.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 어제였다. 들깨는 제초제를 사용하면 깨가 열리지 않는다. 땡볕에 밭 맬 생각을 하니 벚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공연히 시끄럽고 짜증스러웠다.
-<풀과의 전쟁> 서두

농촌의 삶은 풀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한여름 삼복더위 무렵에 밭에 나가 풀을 매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도 화자는 새벽에 풀과의 전쟁을 하러 가면서도 언덕의 달맞이꽃이 해맑게 웃고, 호박꽃이 노란 웃음을 터뜨리며, 하얀 박꽃이 수줍게 웃고, 오이꽃이 풀 섶에서 작은 미소로 화답하며, 참깨송이에서 깨알들이 까르르 웃으면서 자신을 반긴다고 너스레를 떤다. 화자의 마음이 얼마나 밝고 화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생을 긍정적이며 낙천적으로 사는 자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풀과의 전쟁>이란 살벌한 제목을 갖고 있지만 서정적인 문장이어서 무척이나 향기롭다. 풀과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은빛 그물을 친 논거미와 개미, 땅강아지, 방귀벌레, 비단풍뎅이 등을 발견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묘사한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까닭에 모르는 게 없는 백과사전이다. 그러나 시어머니보다는 한 수 아래다.

시어머니는 밭을 맬 때마다 신령님이 너그럽지 못한 것을 야속해 하신다. 아주 옛날에는 곡식밭에 풀이 나지 않았단다. 곡식을 관장하는 신령님이 착하게 살겠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고 풀이 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자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날마다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하며 시기하고 미워하면서 신령님께 제사도 지내지 않고 오만해졌단다. 화가 난 신령님은 그 다음부터 풀씨를 스무날 만에 한 번씩 뿌렸다는 것이다. 풀을 뽑지 않으면 곡식이 자라지 못하니 배가 고파진 사람들은 다시 부지런해졌다는 것이다. 시멘트길 벌어진 틈새에서도 풀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신령님이 풀씨를 뿌린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풀과의 전쟁> 중에서

고부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밭을 매는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떠오른다. 시어머니가 들려 준 이 화소(話素)가 수필의 한 단락을 이룬 것을 보면, 시어머니는 언어로 수필을 쓰고 며느리는 문자로 수필을 쓰는 등 역할을 분담하여 사는 고부간인 것 같다. 보기 좋고 정겨운 모습이다. 이 작품은 제목과는 달리 살벌한 느낌이 없어 상생의 잔치마당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필가 형효순은 수필의 소재를 주로 생활 주변에 찾는다. 중수필보다는 경수필에 능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필가 형효순은 수필마다 제목을 멋지게 잘 뽑는다. <재주넘기 삼십년>이란 작품도 그렇다.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데 성공한 제목이다. 내용 역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재생적 상상력과 창조적 상상력이 잘 버무려져서 읽을 맛을 느끼게 한다. 화자가 이순이 되는 해 결혼기념일을 맞아 세 딸이 준비한 웨딩촬영에서 이야기는 비롯된다.
중매로 맞선을 보고 두 번 만난 다음 25일 만에 결혼을 한 화자는 전통혼례를 올렸을 터이니 남들의 신식결혼식을 볼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을까? 딸들이 부모의 그런 심정을 이해하고 화자의 육순 결혼기념일에 웨딩촬영을 하기로 한 것 같다.

남편의 반지에는 늑대가 내 반지에는 여우가 새겨져 있다. 아빠는 영월한 늑대, 엄마도 영원한 여우로 남아있기 바란다는 뜻으로 딸들이 만들어 준 커플 반지다. 삼십여 년 한 방에 살다보니 누가 늑대고 누가 여우인지 헷갈린다. 반지 속의 늑대는 빙그레 웃고 여우는 느린 재주를 넘고 있다. 나이 많은 늑대는 하는 짓이 서툴고 나이 많은 여우도 재주를 넘느라 숨차다. 오늘밤 남편은 그 밤처럼 내 저고리 고름을 풀지 못하고 잠들지도 모른다.
-<재주넘기 30년> 결미

화자가 구식 결혼을 할 때는 신부동네 총각들이 신랑을 다루는 풍습이 있었다. 그때 신랑에게 얼마나 술을 권했던지 신랑은 첫날밤 술에 취해 신부의 족두리도 벗겨주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단다. 어쩌다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그러기에 30여 년이 지나서 웨딩촬영을 한 그날 밤에도 남편이 화자의 옷고름을 풀어주지 못하고 잠들지 않을까 우려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어서 독자들의 웃음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가장 진솔한 삶을 보려면 시장에 가면 된다. 시장에서는 가식이나 지식도 필요치 않다. 보석을 자랑하려고 나온 사람도 없고 지위를 과시하려는 사람도 없다. 사러 나온 사람들은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사가려고 애를 쓰고, 팔려는 사람들은 제값을 받고 정직하게 팔면 된다. 다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반찬을 준비하러 나오는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알뜰한 주부만 있을 뿐이다.
-<세월을 파는 할머니들> 중에서

장날이면 시장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손수 기른 상추, 아욱, 도라지, 파, 당근, 토란, 부추 등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의 애환을 수필로 빚었다. 그 채소류를 모두 팔아야 몇 푼이나 되겠는가? 그야말로 세월을 파는 할머니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도 고단한 할머니들의 삶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따사로운 마음이 행간에 진하게 고여 있다.

숨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힘들었던 젊은 날, 어서 나이를 먹어 한가하기를 소망했으니 그 바람대로 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경로석과 일반석을 넘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사이에 서 있어서 좋다. (중략) 나를 찾아와 삶의 한가운데서 그것이 인생의 모두인 양 괴롭다는 젊은이를 다독일 수 있는 경험과 연륜, 눈물을 씻고 돌아가는 젊은이를 바라보는 것도 경로석과 일반석 사이여서 가능하다. 남편도 이제는 차라리 친구여서 싸울 일이 없다.
-<아쉬울 것 없어라> 중에서

세월과 더불어 변하는 게 많다 보니 이런 일들이 잦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마음을 바꾸면 즐겁고 행복한 느낌으로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 어린이 놀이에서의 왔다리갔다리 같은 존재인 화자가 지금의 나이가 오히려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도 그럴듯하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일체유심조의 경지라고나 할까?
수필가 형효순은 어떤 수필 요리자료를 건네주더라도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상에 올릴 줄 안다. 빼어난 수필요리사라고 할 만하다.

3. 수필가 형효순의 나아갈 길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며,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도 더 소중한 것은 바로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독서는 수필가로서 꼭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다산 정약용의 과골삼천(踝骨三穿)이란 가르침도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이다. 과골삼천이란 복사뼈에 세 번 구멍이 나도록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는 뜻이다. 모름지기 수필가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수필가 형효순의 성취욕과 도전의식은 알아주어야 한다. 한국농어촌문학회 회장을 맡아서 3년 동안이나 남원에서 서울까지 다니면서 의욕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였고, 한국방송통신대학을 5년 동안이나 다니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그리고 요즘엔 남원에서 전주까지 매주 한 번씩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에 다니면서 글쓰기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이 정도 집념이라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일찍이 윤오영 선생은 수필과 잡문을 감나무와 고욤나무로 비교하였다. 수필은 감나무에 열린 감이 아주 탐스럽게 잘 커서 찬 서리를 맞으며 붉게 물들었다가 껍질이 벗겨져 다시 찬 서리 속에서 말려진 것에 시설(柹雪)이 앉게 되는데 그것이 곶감이 된다. 수필은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곶감이라고 했다.
수필에서는 생각은 많이 하고 쓰기는 쉽게 쓰라고도 했다. 또 수필은 공감의 문학이다. 수필가가 아무리 힘들여 한 편의 수필을 썼다고 해도 독자가 그 글을 읽고 공감을 하지 않으면 수필가의 노력은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활자화된 수필작품까지도 다시 고칠 만큼 다듬고 다듬어야 하는 글이 바로 수필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수필가 형효순, 그녀는 지금이 바로 젊은 날을 디딤돌삼아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인생을 생각할 때다. 이제부터는 시야가 넓고 사람냄새가 나는 진솔한 수필을 더 많이 쓸 때다. 그러면 수필은 형효순 수필가의 노후를 행복하게 가꾸어 줄 정다운 반려자로 남게 될 것이다.
수필가 형효순은 농촌을 사랑하는 농촌지킴이답게 앞으로도 농촌의 애환을 심도 있게 수필로 빚어서 자신의 수필 밭을 더 풍요롭게 가꾸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