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상권
ㆍ작성일	2009-05-08 (금) 16:00

ㆍ추천: 0 ㆍ조회: 2453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신인작가 등단 시상식에 참석했다. 다른 분의 등단 시상식에는 두 번이나 참석했으나 내가 직접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에세이플러스> 창간 3주년 기념행사를 겸한 시상식으로서 2008년 6월호부터 2009년 4월호까지 수필공모에 당선된 22명에 대한 신인상과 제2회 <에세이플러스 문학상> 시상식이었다.
나는 식장에 들어서면서 먼저 홍현숙 전 사무국장을 찾았다. 이메일과 전화로 여러 번 연락을 주고받아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만나보니 예상한대로 호감이 갔고 친절한 분이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지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그녀는 박상주 회장과 임헌영 주간, 그리고 다른 임원도 소개해 주었다.
시상식장에는 약 2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남성은 10여 명 정도였다. 신인상 수상자도 남성은 나를 포함해 2명뿐이었다. 임헌영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에세이플러스 >수필문학회 회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다른 시상식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오늘도 수상자와 참석자가 거의 여성이어서 수필도 여성시대인 것을 실감했다. <신인 등단 기념패>를 수상할 때는 너무도 뿌듯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막둥이 성범이와 딸 현진이가 아이 둘을 데리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시상식에 참석해 주었다. 외손녀 소담이와 소빈이를 보니 너무 반가웠다. 딸아이가 준비해 온 꽃다발과 주최측에서 준 꽃다발을 양손에 들고 손녀들을 무릎에 앉혀 사진도 찍었다. 소빈이가 “할아버지 꽃이 무겁지요?” 라고 물었을 땐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옆에 있던 어느 문우가 ‘꽃이 무겁지요’ 를 소재로 수필을 써보세요 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수필가는 역시 남다르구나 생각했다. 현진이와 성범이의 “축하드립니다.” 손녀들의 할아버지 “축하해요.”라는 말에 천군의 군사를 얻은 듯 힘이 났다. 아들딸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내가 월간 <에세이플러스> 신인상 공모에 응모한 것은 김학 교수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나는 수필을 배운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기대하지 않고 <악수>를 포함해 6편을 응모했었다. 그 뒤 수필공모에 당선됐다는 연락을 받고 뛸 듯이 기뻤었다. 2009년 2월호에 드디어 등단 작품인 <악수)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등단이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운전학원에 다녀야한다. 보통 한 달 사이에 필기시험과 코스시험, 주행시험을 치른다. 단 한 번에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러 번 떨어진 사람도 많다. 나도 두 번이나 떨어지고 세 번째 합격했었다.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진 사람은 합격할 때까지 운전연습을 계속한다. 그만큼 운전경험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단 한 번에 면허증을 딴 사람이 여러 번 떨어진 뒤에 합격한 사람보다 운전을 잘 한다고 큰소리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누가 오래 무사고운전을 하느냐가 아닐까.
등단은 곧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공인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은 누구나 등단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다. 등단이야말로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며 자랑이다.
등단과 동시에 글 솜씨가 눈에 띄게 좋아질까? 가령 등단이 빠른 사람은 좋은 글을 쓰고 늦은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긴 수습기간 동안 많은 습작연륜을 쌓은 다음 등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인지도 모른다.
등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늑장을 부리거나 자만에 빠져선 안 된다. 또 등단은 출발선에 선 육상선수와 다를 바 없다. 100미터 단거리선수가 아닌 마라톤선수로서 출발하는 것이다. 마라톤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오랜 시간 땀과 고통을 기울이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마라톤선수가 지치고 고통스럽다고 중도에서 포기하면 그는 낙오자가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다. 독자의 사랑을 받는 글은 어떤 글일까? 아마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글이 아닐는지. 만일에 어떤 글이 독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그 글은 휴지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 글을 쓴 수필가도 따라서 독자에게서 잊혀질 것이다.
나에겐 오늘 같은 좋은 날이 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중학교와 사범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사가 됐을 때 그리고 제대했을 때였다. 희망에 부푼 날이었다. 아버지의 회갑 잔칫날도 즐거운 날이었다. 또 두 아들과 딸아이의 결혼식도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옛날의 그 기쁜 날과는 달리 그 이상의 날이었다. 젊은 나이도 아닌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신인상을 수상한 것은 나에겐 너무나 벅찬 기쁨이었다. 2009년 4월 24일은 오래도록 기분 좋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늦깎이로 글쓰기운전면허증을 얻었으니 서툴지만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천천히 운전을 할 것이다.
(2009.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