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9-04-05 (일) 07:02

ㆍ추천: 0 ㆍ조회: 2280

푸른 꽃 바다에 빨간 나비가 날아
푸른 꽃 바다에 빨간 나비가 날아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우리sp 딸이 이렇게 장할 수가 없었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이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넘지 못했던 200점을 넘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76.12점과 프리스케이팅에서 131.59점을 받아 207.71점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내로라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상에 선 감격도 감격이려니와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가 너무 많아 눈물이 터졌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나 험난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김연아는 이제 은반의 여왕이 되었다. 미국의 언론들이‘여왕폐하여 영원하여라.’라하고 극찬하였다. 헤럴드트리뷴지는 빙판 위를 나는 것 같았다고 했고,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는 놀랍다고 찬사를 보냈다. AP통신은 피겨여왕 즉위식을 보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가 연기를 마쳤을 때 전 관중이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우리 어린 딸이 해낸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우아함을 겸비하여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연기였다. 마치 제비가 하늘을 나는 것 같고 푸른 꽃 바다에 빨간 나비가 나풀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백조가 호수에서 노는 것과 비유하기도 했다.

김연아가 우상으로 여기는 세계대회에서 5회나 우승을 차지한 미셸 콴도 ‘프로그램이 너무 아름답게 짜여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로스엔젤래스 스테이플스 센터 아이스링크에서 ‘세헤라자데’ 곡에 맞춰 4분여 연기한 김연아는 지도자를 잘 만나서 이루어낼 수 있었다. 케나가 출신 브라이언 오서가 코치이고 데이비드 윌슨이 안무를 맡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연기는 윌슨이 안무를 창안하고 코치가 지도한 것을 김연아가 지도자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소화하여 연기를 했다고 한다.

김연아는 6세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빙판에서 수없이 넘어지는 고생도 했다.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연습한 날도 있었다하니 얼마나 고통이 많았을까. 친구와 어울려 놀고 싶고 여행도 다니며 즐기고도 싶었겠지. 몸매를 가꾸려고 밥을 반만 먹기도 하고 군것질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니 안쓰럽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기고 갈고 닦았기에 세계정상에 서는 영광을 안았다. 어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있겠는가.

대회가 끝나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딸을 낳으면 피겨스케이팅을 시키겠느냐 하니까 아니라고 했다. 내가 해보니까 너무 고생스러워 싫다고 하였다. 정상에 서기까지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으면 그렇게 생각했을까.

항상 어머니(박미희)가 따라 다녔다. 엄마도 이제 코치가 다 되었다고 한다. 딸을 잘 키우려고 오랜 세월 애를 태웠다. 잘하는 선수들의 동영상을 보고 연아의 잘못을 고쳤으며 그때그때 지적하여 한 단계씩 끌어올렸다 한다. 피겨의 여왕을 키우기가 그리 쉬우면 아무나 하지. 참 훌륭한 어머니다.

여러 가지 싸움 가운데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기가 매우 어렵다 한다. 남과의 싸움은 결코 지지 않으려고 결사투쟁을 하지만 자기와의 싸움은 포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자기를 이기는 자 만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많은 분들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이다. 어느 누구 하나 그러지 않은 사람이 없다. 김연아도 마찬가지다. 온갖 어려움을 참고 자기와의 싸움을 이겼기에 오늘과 같은 영광을 안았다. 세계를 이기려거든 자기를 먼저 이겨야 한다.

요즘 경제도 어렵고 정치판을 보면 짜증만 나는데 김연아 같은 선수가 12명만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면 일 년 내내 온 국민이 얼굴을 펴고 살 것 같다. 여름 무더위에 소나기 같은 시원한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면 좋겠다.

며칠 전 LA에서 열린 WBC세계야구대회 준우승과 2009년 3월 28일과 29일에 열린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우승을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상품가치가 한층 높아졌다고 한다. 한 운동수의 우승은 몇 십 명의 외교관이 펼치는 외교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스포츠에서라도 이름을 떨쳐 국위를 선양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다행이겠다.

김연아의 인기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의 전망이 밝고 세계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도 지금같이 연습을 한다면 정상을 지키기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우리의 딸이 정상을 계속 지켜 그 이름을 오래 오래 떨치기를 바랄 뿐이다.

(2009.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