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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윤
작성일 2009-02-20 (금) 07:15
ㆍ추천: 0  ㆍ조회: 2189      
달콤한 이야기
달콤한 이야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이다. 초콜릿회사의 상술이라 비난받기도 하지만 왠지 화이트 데이처럼 맛없는 사탕이 아니어서인지, 빼빼로 데이만큼 노골적인 회사의 이미지가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블랙 데이처럼 좀 억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인지, 언제부턴가 발렌타인 데이는 크리스마스처럼 은연중에 공인된 하나의 축제일이 되었다.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2주 전부터 가게엔 각종 초콜릿이 넘쳐나고 남녀 커플들은 그날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지만, 솔로들은 크리스마스 이후로 또 한 번 실의에 빠지게 된다.

초콜릿은 너무 달콤하고 맛이 있다. 그리고 색색의 예쁜 포장지에 싸여 나의 눈을 유혹한다. 난 남편과 사귈 때 화이트 데이에 사탕이 아니라 초콜릿을 사달라고 했다. 사탕은 잘 먹지 않지만, 초콜릿은 앉은 자리에서 다 먹곤 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신랑과 처음 만난 날은 1월 말이었으니 얼마 뒤 발렌타인 데이였다. 난 참 귀찮다고 생각했다. 난 아기자기한 성격이 아니어서 이른바 ‘이벤트’라는 것을 싫어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을 하나 빌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프로포즈를 한다거나 자동차 트렁크에서 풍선이 나오며 ‘00야 사랑해!’ 라는 문구가 나오   “누군가 내게 저런 이벤트를 해 준다면 난 부담스러워서 안 만나!”
라고 말했었다. 사실, 부러움을 그런 식으로 합리화한 것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내게 발렌타인 데이는 그리 좋은 날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과 만난 지 2주 뒤가 발렌타인 데이인데, 그날을 챙기기 귀찮다는 이유로 만나지 말까 하는 생각은 어리석고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초콜릿 사는 일에 동참하여 바구니를 들고서 눈이 부시게 예쁜 초콜릿을 이것저것 고르는데 왠지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초콜릿을 고르고서 포장까지 하고 쪽지까지 넣었다. 얼마 전 남편이 간직하던 그 때 쓴 쪽지를 발견했는데
“난 사탕은 싫어하니 화이트 데이 땐 케이크나 초콜릿을 주세요.”
라는 뻔뻔한 멘트가 담겨있었다. 아무튼 준 것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는지 난 한 달을 그와 더 만났고 지금은 네 번째 초콜릿을 줄 때가 왔다.
결혼생활 규칙 중에 다른 날은 몰라도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는 꼭 지키자는 항목을 넣었었다. 화려함은 적겠지만 500원짜리 초콜릿이라도 주면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잃지 말자는 약속이었다.
결혼 첫해는 예쁘게 포장까지 해 주었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그냥 제과점에서 사서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주었고, 올해는 슈퍼에서 사다가 주는 것으로 이번 발렌타인 데이 남편과의 이벤트를 끝낸 그 날 저녁, 남편의 초콜릿조차 빼앗아 먹으면서 낮에 있던 친구들과의 일이 떠올렸다.
낮에는 결혼 6년차, 4년차인 친구와 곧 결혼하는 세 명의 친구들이 만나 이야기를 했다. 결혼한 친구들은 그날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을 커피숍에서 차와 함께 내온 초콜릿을 받고서야 알았지만, 미혼인 친구는 그날 저녁 남자친구를 만난다며 초콜릿을 샀다고 했다. 우리는
“그럴 때가 좋은 때지!”
하며 우리도 별로 멀지 않은 옛 추억을 더듬었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거리로 나서니 남녀 커플들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었다. 문득 그들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날,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서로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거절당해서 마음 아픈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발렌타인 데이의 공기는 다른 평범한 날들보다 달콤하게 느껴졌다.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초콜릿’ 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갖가지 먹음직한 초콜릿이 많이 등장해서 발렌타인 데이면 그 영화가 생각난다.
주인공 비안느는 아들과 함께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사는 고장에 와서 초콜릿 가게를 연다. 사람들은 초콜릿을 탐욕과 타락의 상징으로 여겨, 비안느를 모함하지만 점차 그녀의 초콜릿을 먹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진정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게 된다. 이처럼 초콜릿은 유혹적이며 탐욕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지만, 달콤한 맛이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도 하며 행복하게도 만드는 것 같다.
요즘, 상술을 이용한 각종 ‘~ 데이’가 생겼다가 실패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는 영원할 것 같다. 사람이란 항상 달콤하고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하는 초콜릿 중독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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