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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세명
ㆍ작성일	2009-02-17 (화)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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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그 천 년의 사랑
주목, 그 천년의 사랑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세명

주목을 가리켜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고 한다. 나는 주목 나무를 사랑한다. 우리 집 정원에 잇는 주목은 내가 구천동에서 근무하다 전근되는 바람에 집을 팔면서 그 주목나무를 이식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했을 정도로 애착이 남다르다. 그때 80년생쯤 됐으니 얼추 백년은 되었으려니 싶다. 그래바야 크기는 별로다.속 나무가 단단하고 마디게 커 백년쯤 되어야 직경 7쎈티 정도 된다. 씨로 큰 것은 외대로 크지만 삽목한 것은 여러가지로 번져 정원수로 쓴다. 고산지대에 군락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사는 朱木은 붉은나무라는 뜻이다. 몇 년 뒤에는 이 나무를 선산 적당한 곳에 이식하여 내가 얼마나 주목을 사랑하였는지 대대손손 천 년 동안 기리도록 할 생각이다. 또 내가 죽으면 '수목장'을 생각할 정도니 나의 주목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가.

구천동 국립공원 33경의 끝자락에 백년사란 절이 있고, 그 절 뒤 쪽으로 가파른 길을 오르면 향적봉에 다다른다. 향적봉은 백두대간의 줄기로서 그 높이가 1,950 미터인데, 8부 능선 주변에는 백년사보다 더 오래된 주목나무 군락이 있다. 살아서 울창한 나무도 있는가 하면 죽어서 고목이된 나무도 있다. 천 년은 됨직한 고목임에 틀림없다. 만약 사람처럼 이 고목이 살아온 역사를 증언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까? 수천 년 고산준령에 우뚝 서서 만고풍상을 겪은 벌거숭이, 그 고목은 세월의 무상함을 웅변하는 듯하다.

가을이면 나는 꼭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 이 주목나무군락과 남덕유산으로 이어진 갈대와 떡갈나무 단풍군락을 본다. 거기에 오르지 않으면 그 정취를 볼 수 없어서다. 지난 가을에 보니 대부분의 주목나무군락은 살아 있는 것보다 죽은 나무가 더 많았다. 리조트 쪽 스키장으로 이어진 곤도라 주변에 심어진 나무는 대부분 말라죽었고,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룬 주목도 그 천수를 다하였는지 대부분 죽은 채 서 있었다. 한자리에서 이처럼 오랜 세월 버티는 고목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찰나에 불과한 것을…….

문득 인간의 수명에 대하여 생각이 미쳤다. 사람이 철들어 활동하는 세월은 불과 4-50여 년에 불과하다. 인간은 누구든지 피안의 세계에서 올 때 망각의 강을 건너야 하고, 또 죽어서 돌아갈 때 다시 한 번 그 강을 건너야 한다. 이는 윤회 전생설(前生設)의 한 토막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사실 사람은 전생이나 사후 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

백두대간으로 이어진 긴 남 덕유산을 내려다 보며 맑고 드높은 하늘과 간간히 불어 오는 바람은 대자연의 풍광을 수천년 전의 인적까지 전해주고 있다. 모든 것은 쉬지 않고 변한다. 때로는 변화무쌍한 구름이 되어 나에게 일러주는 듯하다.
어쩌면 자연은 조물주요, 신이요, 여래일지도 모른다. 이 큰 자연속에 온갖 목숨이 몸을 바꿔가며 나고 죽고 거듭하면서 청산은 단풍의 홍엽으로 변하고, 우뚝선 고목이 되어 풍광도 견뎌내고 있으니 태어남은 죽음의 시작이요, 죽음은 태어남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향적봉 정상에 서서 계곡에 깊게 패인 산의 주름살을 보면 대자연도 인간처럼 오랜 역사 동안 고뇌에 찬 깊은 주름들이 망각의 시간들을 웅변해 주고 있는 듯하다. 지나간 세월의 번민과 고뇌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싶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긴 세월 한 자리에서 우뚝 선 고목처럼 만고풍상을 웅변하며 자기 속에 큰 자유가 있음을 발견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