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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09-01-26 (월)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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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손녀 영인이
예쁜 손녀 영인(英仁)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얼굴은 V라인 몸매는 S라인 샤방샤방 우리 손녀다.
큰며느리가 열흘간 서울로 교육받으러 간 사이 큰아들 집에 가서 손녀손자들과 함께 보냈다. 우리는 단독주택 3층에서 사는데 아들집은 따뜻한 아파트라서 오전부터 늘어지게 자고나니 귀에 익은 음악 소리가 들렸다. 손녀가 아내의 청에 따라 ‘솔베이지의 노래’를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였다. 비록 사연이 슬픈 곡이지만 우리 부부가 퍽 좋아하는 곡이다. 거실 소파에 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 듣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났다. <동네방네 돈가스> 배달이었다. 손녀가 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하여 주문했단다.
아내는 손녀를 유난히도 사랑한다. 자기가 딸을 못 낳고 아들만 셋을 낳은 탓인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좋아했었다. 이름도 직접 지었다. 흔한 이름 같지만 많지 않고 부르기 좋은 이름이라고 늘 자랑한다. 그렇게 예쁜 손녀가 사준 돈가스 맛은 꿀맛이었다.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샀느냐고 농담을 했더니 어머니가 준 용돈에서 샀단다. 그 돈으로 할아버지할머니가 자기들을 위해서 애쓴다고 돈가스 점심을 산 것이 대견스럽다.

손녀가 고양시 화정동 행신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아내는 학부모를 대신해서 아침 교통정리를 하러 나갔다. 어떤 아주머니가 복장을 갖추지 않은 것을 보고,
“아주머니! 저기 앞치마가 있으니 입고하세요!”
“예! 나 이 학교 교장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전주에서 온 사람인데 엄마 대신 나와서 모르고 그랬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손녀가 커가면서 가끔 아내가 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바탕 웃는다. 아내는 손녀 일이라면 무조건 적극적으로 나선다. 3년 전 행신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전주로 와서 중학교에 입학할 때 학교배정추첨도 했다. 학군을 따라 효자동 상산타운에 둥지를 틀고 희망했던 풍남중학교를 다니게 된 행운을 얻었다. 3학년이 되더니 키가 할머니를 넘고 제어미를 따른다. 요즘 애들이 더러 그렇듯 뚱뚱하거나 키가 작으면 어쩔까 걱정했던 아내는 늘씬한 손녀가 이만저만 자랑이 아니다. 살 찔 것을 걱정 안하고 할머니가 해준 음식을 마음껏 즐겨먹으니 그렇게 좋을 수밖에 없다.
아내가 그 아이 외할머니와 전화를 하면서 10일간 그 집에 있는 동안 좋아하는 곡을 피아노로 들려주고 돈가스도 사줘서 먹었다고 신바람 나게 자랑을 하니, 외할머니는 노래방에 가서 성악을 들었는데 가수 뺨치게 잘한다고 더 자랑을 하더라는 것이다. 요즘에 손녀의 노래를 들어보지 않은 나는 손녀에게 십팔번이 무슨 곡이냐고 물었다. 자우림(紫雨林)의노래 <매직카펫 라이드>라고 했다. 보컬 김윤아가 부른 이 노래를 이번 설날 집에 오면 노래방에 데리고 가서 꼭 들어봐야겠다.

둘째며느리가 아들 쌍둥이를 낳는 바람에 손자 세 명에 손녀는 한 명이라 더 귀한 공주가 되었다. 어려서 밥을 잘 안 먹고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잘 주워 먹어 밥을 먹게 하려면 방바닥에다 밥을 흘려놓아야겠다고 했던 일. 제 아비가 큰 소식이라도 전하듯 전화를 걸어 생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아내가 롯데백화점에 가서 생리팬티를 사서 보낸 일은 우리 집안의 재미있는 일화다. 백화점 점원이 이런 할머니는 처음 봤다고 하더란다.
그러던 애가 어느덧 중학교를 졸업하고 연합고사를 거쳐 호남제일여고로 배정받았다. 요즘 학생들이 선호하고 또 제가 원하는 학교라서 우리 가족 모두 축하했다.
나도 아내만큼은 못하지만 그 애를 무척 사랑한다. 내가 그 집에 가서 잘 때면 제일 따뜻하다고 제 침대를 나에게 양보하니 기특하다. 아내는 열흘 동안 함께 지내고 오더니 정말 잘 자랐다고 느긋하게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말하는 발음이 정확하고 음성이 쟁반에 옥이 구르는 듯 고우니 장차 아나운서나 방송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서 사랑과 귀여움을 받은 사람이 나가서도 환영을 받는다. 어디를 가나, 시집을 가서도 더없이 사랑받을 손녀임이 틀림없다. 손녀가 25살만 되면 시집보내자고 큰 아들, 큰 며느리에게 말 해야겠다.
[2009.1.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