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최윤
ㆍ작성일	2008-09-27 (토)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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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맘마미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맘마미아!”
‘맘마미아’란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자면 “어머나!” “엄마야!” 하고 놀랄 때 쓰는 이탈리아 말이다. 텔레비전에서 영화 《맘마미아》의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도 “맘마이아!” 라고 외치고 싶었다. 내가 늘 보고 싶었던 뮤지컬 《맘마미아》였기 때문이었다. 지방 공연도 드물고 관람료도 비싼 뮤지컬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시간, 돈을 줄여줄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영화가 개봉된 순간부터 난 남편에게 보러 가자고 졸랐다. 조조할인을 할 시간에 보러 가자고 일찍 일어났을 정도니 나의 설렘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만하다. 남편은 좀 이상하다고 하지만 난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하는 식의 뮤지컬 형식을 정말 좋아한다. 천 마디의 말보다 수많은 의미가 농축된 한 곡의 노래가 내겐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맘마미아》는 스웨덴 출신 전설적인 그룹 아바(ABBA)의 대표곡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아바의 노래는 지금도 계속 사랑을 받고 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인생사를 담은 가사 등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러한 장점들을 살려 그들의 대표곡들을 엮어 뮤지컬을 만들었고 곧 영화화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 소피는 결혼식 전,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3명의 남자를 초대한다. 미혼모의 딸이었던 그녀는 엄마에게 젊은 시절 3명의 사귀는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 찾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재적인 시나리오 작가들이 아바의 대표곡들에 상황을 끼워 맞춰 대본을 만들었고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 초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많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아바 팬들이었던 어른을 따라왔을 것이고 2,30대는 홍보가 잘 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 5,60대는 젊은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세대는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이들이 아바의 음악에 심취해 흥겨워하고 있다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졌다. 이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한 아바는 노래 가사를 그 나라 말로 번역해 불러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원어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다른 뮤지컬 제작자와는 달랐다 한다. 아바는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노래 가사에도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아바의 ‘Dancing Queen' 이나 ‘Thank you for the music’을 들으면서 흥겹고 맑은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을 뿐이지 가사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가사를 들으면서 보니 아바의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느끼는 모든 심정들을 멜로디에 맞게 잘 쓴 것이다. 나는 여주인공 메릴 스트립이 열창한 ‘The winner takes it all’이 나오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는 말하지 말아요. 슬퍼지니까. 당신도 나도 이젠 낼 카드도 없잖아요. 냉정한 신께서 주사위를 던져서 우리 중 누군가는 지게 만들죠. 아무도 불평할 수 없죠. 연인이나 친구가 되는 것도 이긴 사람의 몫이죠. 이긴 사람만이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쓸쓸히 남겠죠. (The winner takes it all 중에서)

학창 시절에는 ‘Thank you for the music' 이 좋았다면 서른둘의 나는 ‘The winner takes it all’ 이 좋았다. 왠지 뭉클한 마음에 요즘 데면데면 지내던 남편의 손을 살짝 잡아 보았다.

마지막으로 아바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서 만든 깜짝 공연이 있다. 엔딩 자막이 나왔는데도 나가지 않은 관중들을 위해 배우들은 앵콜곡을 불러 준다.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그 노래를 감상하는 진정한 아바 팬들을 위한 깜짝 쇼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좀 늦어서 비록 조조할인 가격에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상영 시간 100분 내내 난 감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만약 할인 가격에 보았다면 오히려 미안했을 만큼 재미있던 영화였다.

음치로 소문이 난 나여서 몇 옥타브를 넘나드는 아바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순 없지만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잠드는 밤, 꿈속에서라도 난 영화 속의 ‘소피’도 되어 보고,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던 ‘도나’ 도 되어 노래한다. 실제로 내가 아바의 노래를 부른다면 아마 남편이 ‘맘마미아!’ 라고 말하겠지? 그냥 하루 종일 듣는 것으로만 만족해야겠다. 우울한 가을날. 이 한 편의 영화는 내게 즐거움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