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6,038,138
오늘방문 : 2669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827
오늘글등록 : 5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481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채선심
작성일 2009-11-30 (월) 06:32
ㆍ추천: 0  ㆍ조회: 2893      
신호등
신호등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채선심




신호등이 없었다면 나의 차는 거리를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있다는 걸 알기에 겁없이 방종하기도 한다.

때로는 생각해봐야 하는 노란빛 등 앞에서도 망서리지 않고 달려나가는 대담함도 보인다. 청운의 꿈을 안고 몇 년 전 도로주행연습을 할 때에는 뒷차가 들이받을 것만 같아 두려움에 얼마나 떨어야 했던가. 편도 4차로인 호남제일문 앞에서 U턴선까지 진입을 하지 못하고 감독관에게 차를 넘기며 여섯 번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포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내안에서 일렁이는 늦바람을 잠 재울길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면허증을 소지하고 도로를 나올 때면 거리에 신호등을 처음 내걸 줄 알았던 사람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던 심정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삼색등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인지판단에 아둔한 나는 핸들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신호등이 없는 거리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도로 곳곳에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운전자들로 넘쳐나고 인명피해 또한 적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누군가는 계속 달려도 되는 초록등과 멈추어야하는 빨간신호, 경고를 주는 노란등을 밝혀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안전하게 이끌어 준다.

그런데 문제는 바쁠 때면 더 자주 더 빠르게 달려오는 것 같은 빨강색 신호다. 시를 다투는 급한 전화를 받고 운전 6년 만에 처음으로 고속을 밟았는데 어디서 지켜보기라도 한듯 어김없이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오는 적색 신호등! 우측 주유소로 살짝 빠져 피해볼 요량으로 핸들을 꺾으려는 순간, 뒤에서 오던 대형트럭이 지축을 흔들며 정지선을 넘어갔다.

늙은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젊은 닭이 배운다고 했던가. 콩닥거리는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뒤에서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덜컹거리게 했다. 그는 우리를 세울 곳을 물색하며 유인했고 나는 저승사자를 따라가는 심정이었다. 설 곳을 찾은 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앞차가 간다고 따라가면 돼요?"
"아니요. 그런데 너무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통사정을 했지만 시간낭비일 뿐이었다. 도로의 무법자를 흉내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나서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인생행로에도 분명 가야할 길과 가지말아야할 길, 생각해봐야할 삼색 길이 따로 있었다.
그러나 빨강신호 너머에도 나를 행복하게할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거리를 무한질주했었다.

천방지축으로 나분대는 젊은이에게 어찌 바른 길만 열렸으랴. 때로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어느 때는 태산이 가로막아 망연자실했지만 그때마다 "신은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기위해 넘어뜨린다."는 말을 믿었다.

불행은 절대 혼자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겹치는 불운을 신의 장난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오기도 피워 보지만 삶이 오기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 인생의 행과 불행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던가.

누구나 행복을 만들고 싶지만 모두가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시련과 실패라는 빨강신호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적색등 너머의 희망과 버무르며 사는 법을 터득하는 데는 짧지않은 세월이 흘렀다. 삶도 계속 쉬지 않고 걷는 게 아니라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파란, 빨강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햇볕을 만날 수 있을 지를 생각하는 노랑의 조화로 이루어진 것.

젊은 패기만 믿고 삼색신호를 무시한 채 인생을 산발적으로 질주했던 지난날이 영상처럼 스친다. 이제는 평범한 삶을 위해 서둘지 말고 신호에 맟추어 쉬엄쉬엄 걸으리라.



                       (2009년 12월 29일 일요일)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네 발 가진 인간 박광태 2010-01-29 2546
아궁이 고영길 2010-01-28 3275
반으로 접힌 꿈 김미자 2010-01-28 2932
2009년 봄 그리고 어머니 박경숙 2010-01-27 3121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법 백봉기 2010-01-26 2706
소탐대실 김양순 2010-01-26 2752
빠르게 따라오는 중국 최기춘 2010-01-26 2910
지금은 비주얼시대 백봉기 2010-01-25 3060
무창포에서 보낸 1박 2일 백봉기 2010-01-24 3358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정석곤 2010-01-23 3056
얼음 썰매 이의민 2010-01-23 3232
2009년 우리 집 10대 뉴스 오명순 2010-01-23 2995
서랍을 정리하며 백봉기 2010-01-21 2927
좌와 우 김상권 2010-01-21 2635
그해 겨울의 추억 이금영 2010-01-21 2668
아, 제주도 여행 양영아 2010-01-20 2740
결혼 임기제 백봉기 2010-01-19 2929
조영남 콘서트에서 김양순 2010-01-19 3286
1억 원을 모으기보가 추억을 만들라 서상옥 2010-01-18 3071
수저 받침대 [12] 이금영 2010-01-14 2873
1,,,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46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