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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윤
작성일 2009-11-01 (일) 06:13
ㆍ추천: 0  ㆍ조회: 3554      
코피루악
코피루악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북적대는 삶을 사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고독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 고독을 느끼긴 싫다. 집에서 고독을 느끼는 날이면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바깥의 풍경도, 집안 살림도, 책 읽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게다가 집에는 인스턴트 커피 밖에 없는지 그것조차 짜증이 난다. 이런 날이면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 ‘유한마담’ 같다고 했다. 사실 힘들게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이런 짜증을 느낀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피천득 님의 수필 한 구절에 ‘남성은 자신의 여성이 자신으로 인해 호강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행복으로 안다’라는 말로 합리화 시키며 밖으로 나간다. 내가 생각해도 짠순이인 나도 그날은 나만의 사치를 부려본다. 내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은 사치를 하면서 고독을 제대로 느끼려고 한다.

‘코피루악’ 에 가는 시간도 그렇다. 그곳은 이름이 바뀌기 전부터 친구와 즐겨 찾던 곳이었다. 좀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들은 그런 곳이 있는지 잘 모른다. 나도 예쁜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그곳을 발견했다. ‘코피루악’은 고양이 배설물을 말한다. 하지만 평범한 배설물이 아니라 최고급 커피 원두를 먹은 고양이가 싼 배설물을 의미한다. 그 배설물에서 나온 원두로 만들어진 커피가 최고급이라 한다. 아마도 이 집 커피도 최고급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난 그곳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있고, 책을 읽을 때도 있다. 그곳에서 좋은 사람과의 대화를 나눌 때도 있지만 가끔은 혼자서 고독을 씹을 때도 있다. 난 원두 그대로의 ‘아메리카노’는 마시지 않는다. 생크림을 듬뿍 친 ‘카페모카’를 즐겨 마신다. 달콤 쌉쌀한 커피 맛을 느끼며 아무 구애도 받지 않고 앉아있자면 짜증이 저만큼 도망간다.

혼자 커피숍에 가는 일은 결혼 전부터 하던 일이다. 밥은 혼자 먹기 힘든데 커피는 혼자 마실 수 있다. 그곳에선 사람들도 혼자 있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곳엔 점심이 지난 오후 2,3 시경에 가는 것이 좋다. 그 시간엔 사람이 적고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거나 하면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다. 그곳에서 쉬고 있자면 집에서는 비관적으로만 흐르던 생각이 좋은 쪽으로 흐르고, 누구든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한 맘이 든다. 그 땐 고독이 참 좋다.
그곳엔 너무 자주 가, 쿠폰에 도장을 10개를 다 찍어 공짜 커피를 두 번이나 마셨다. 저번엔 책을 두고 와 다시 가기도 했는데 주인은 농담 삼아 기증하고 간 줄 알았단다. 수필 소재를 낙서하다가 문득, 내가 책을 내면 이 집에 꼭 책을 기증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 이 커피숍이 있으려나 모르지만 말이다. 그곳에서 더디게만 넘어가던 책도 금방 읽어버리게 된다. 몇 권의 수필집과 만난 시간은 참 좋았다.

내 사주를 보면 내 운명엔 고독한 기운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외롭고 고독한 사주를 타고 났다고 한다. 예전엔 그 이야기를 듣고 평생 혼자 일까봐 겁이 났지만 그 의미를 이젠 차차 알아가고 있다. 난 원래 고독을 즐긴다. 그 고독의 시간엔 문학이라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글을 읽고 쓰는 데는 고독이 동반자라고 생각하기에 고독한 것도 좋다. 내가 수필가가 되기 전에 어떤 분이 그랬다. 내 글을 잘 읽고 있다며 계속 글을 써달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나와 나이가 비슷한,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난 그 사람의 말을 생각하면 힘이 나고 행복하다. 난 수필가란 이름도 버겁고, 모자란 능력 탓에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분의 말을 생각하면 깊은 동굴에서 빛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상에 문학이란 것이 없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만, 능력 부족을 느끼며 그만두게 된다면 그것은 자신에겐 더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만큼 문학의 길은 힘들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 행복한 글쓰기를 하고 싶다. 내가 행복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하며 위로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일인가. 남을 돕는 것에 인색한 나지만 그러한 것으로도 도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 내가 문학에서 받은 것을 생각하자면 나도 글쓰기를 통해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코피루악에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종이에 무언가 써내려가고 있다.

                                  (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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