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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윤
작성일 2009-10-20 (화) 19:55
ㆍ추천: 0  ㆍ조회: 3562      
다시 기차를 타고 싶다
다시 기차를 타고 싶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앨범을 정리하다가 사진 몇 장에 시선이 멎었다. 탤런트를 닮은 지훈이, 여우 지예, 똑똑이 주희 등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러니까 내 나이 스물일곱 살 때 찍은 것이다. 아마 10월의 이맘때쯤인 것 같다.
이 무렵, 어린이집에서는 ‘교통안전’에 대해 가르친다. 교통시설이나 교통안전, 운송수단 등 여러 가지 탈 것에 대해서 가르치며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소풍 겸 견학을 떠난다. 그때 우리가 견학할 곳은 군산이었다. 먼저 전주에서 군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버스에 대해서 배웠다. 그 다음은 해망동 수산물센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배를 타고 금강 하구 둑까지 가면서 배에 대해서 배운 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놀다 오후 5시 무렵 우리는 집으로 가고자 ‘군산역’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배우게 될 교통수단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역이 군산시 내흥동으로 옮겨 새롭게 단장했지만 예전의 대명동 군산역은 규모가 작아 마치 1970년대 간이역 세트 같이 고전적이었다.
“와~ 기차를 타고 가나보다!”
역에 도착한 아이들은 함성을 질렀다. 나도 어렸을 때 기억이 나서 기분이 들떴다. 어렸을 때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기차 안의 사람들이 내게 손을 흔드는 것 같아 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던 기억이 났다. 잠시 뒤,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도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군산에서 전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정도였지만 아이들과 나는 먼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좋아하며 기차에 올라 자리를 찾기에 바빴다. 자리를 잡았을 때, 원장 선생님이 출발시간이 좀 남았으니 밖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가방을 놓고 내려도 됐지만 사진을 찍는 동안에 기차를 놓칠까봐 가방을 다시 메고, 짐을 챙기느라 한바탕 북새통을 치르고 기념촬영을 했다. 앨범을 정리하다 나온 사진이 바로 그때 찍었던 사진이다.
사진 속의 나와 아이들은 기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기차에 오르고 나서도 카메라맨 아저씨가 창가에 서서 계속 사진을 찍어주셨다. 나와 주은이란 아이가 같이 앉아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웃는 사진도 있었다. 드디어 기차가 출발하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뒤 역무원 아저씨가 들어오자 아이들은 인사를 했고, 아저씨도 반갑게 맞아주셨던 기억도 난다. 소풍이 끝날 무렵이어서인지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도 과자를 먹던 아이들도 하나둘 지친 듯 잠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맡았던 7세반 아이들은 자지 않고 나와 함께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스름이 질 무렵 바깥의 황금들녘과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새들, 그리고 마치 우리들을 바라보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 난 기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이 모두 지치고 얌전해져서 그런지 모르지만 교통수단 중에서 기차가 당연 으뜸이라고 느낄 만큼 가장 편안한 여행이었다. 창밖의 지나가는 풍경을 아쉬워하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기도 했다. 마치 무언가를 두고 온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기차바퀴 소리를 들으며 조용한 휴식을 맛보고 전주역에 도착하자 아쉬웠다. 잠시꿈을 꾼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리 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만나서 함께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고 일기장에 써놓았다. 다음 날, 아이들 일기장에도 기차 탄 이야기가 많이 씌어있었다. 나는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그때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군산까지 기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전주역에 물어 보니 그 노선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마도 통근이나 통학을 하던 기차 승객이 줄고 자가용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노선이 사라지기 전에 타봤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군산으로 시집을 갔을 때 기차를 한 번 타봐야지 생각했던 기억도 났다. 마음먹었을 때 타봤어야 했는데 자꾸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난 ‘기차’ 하면 늘 ‘외로운 여행’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왠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버스보다는 공간이 넓어 한적한 느낌이 들고,  여러 사람들과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며,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계란을 파는 아저씨를 만나보고 싶은 감상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유행가 가사에도 ‘기차’ 에 대한 노래가 많다.
이 가을에 한 번 더 기차여행을 가고 싶다. 늘 나의 아이디로 쓰이는 ‘데이트리퍼(daytripper: 여행자)’의 뜻 같이, 떠날 때는 정확히 갈 곳도 정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곳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돌아올 땐 누군가 나를 기다릴 것 같은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돌아올 것이다. 아마 날 기다리는 상대는 남편일 것이다. 난 어디 먼 여행이라도 떠난 사람처럼 그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와 그의 품에 안길 것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만 해도 로맨틱할 것 같아 미소가 그려진다. 정말이지 다시 기차를 타고 싶다.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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