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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박귀덕
작성일 2009-10-19 (월) 06:14
ㆍ추천: 0  ㆍ조회: 3399      
구절초
구절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박귀덕



옥정호를 지나서 정읍시 산내면 구절초테마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 활짝 핀 구절초의 향기가 맨발로 달려와 손님을 맞았다. 향기를 따라 행사장으로 가보니 본 행사가 끝났는데도 자원봉사자들이 진입로에서부터 주차장까지 질서 있게 안내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가을 들녘을 걸어서 동산에 오르니 생각보다 너른 땅에 많은 사람들이 구절초 향기에 흠뻑 취해있었다.

아취를 만들어 수세미와 호박을 올려놓고, 그 곁엔 옥수수와 감을 매달아 서 농촌의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난장엔 먹을거리도 풍족했다. 허수아비와 12지간의 장승들이 웨이터가 되어 손님들을 접대했다. 사진을 찍을 때면 동무도 되어주고, 무등도 태워주는 장승들이 한 곳에 줄지어 모여 있었다. 표정이 제 각각이지만 모두가 온순해 보였다. 뱀의 빨간 혀가 바라보기 거북하여 시선을 돌렸다. 허수아비라 부르지 않고 장승이라 부른 것은 나무로 깎아놓았기 때문이다. 이름이 다르다고 서운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토끼도 말도 모두 귀엽게 생겼는데 뱀은 왠지 싫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꾀어 원죄를 만들어준 뱀이라 생각해서가 아니다. 뱀을 보면 그냥 몸이 오싹해진다. 그 뱀이 구절초 동산을 지키는 장승이 되어 서 있었다.

5월 단오 때면 줄기가 5마디가 되고, 9월 9일(음력)이 되면 아홉 마디까지 자란다고 해서 구절초(句節草)라 부른다고 한다.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며, 두통에 좋고, 혈액순환에도 효능이 있단다. 약이 없던 옛 어르신들은 상처가 생기면 구절초를 찧어 상처에 붙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은 숙면을 취하도록 베개 속에 구절초를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아랫배가 냉하거나 월경 장애, 손발이 찬 여성에게 효능이 있다고 전해오는 구절초는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였다. 그뿐이 아니다. 구절초 말린 것을 한지에 곱게 싸서 옷장 아래쪽에 넣어 두면 좀이 슬지 않는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이나 수험생이 구절초 차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하여 꽃차를 많이 마신다. 이런 모든 것들이 옛날 어머니들의 지혜로운 살림살이 모습이었다.  

가을 들녘을 지날 때 야산에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고, 드문드문 구절초 꽃이 피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해맑게 핀 구절초 꽃잎에 내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피어난 까닭이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어머니가 더욱 보고 싶어 가슴앓이를 한다.

어머니는 늘 막내딸 걱정을 하셨다. 나이 들어 장가를 온 사위가 아이를 기다리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되셨던지 단방약을 만들어다 주셨다. 친정 마을엔 산이 없다. 구절초를 뜯으려면 십리 밖 어머니의 친정이나 아버지의 고향 마을까지 가야했다. 김제 만경을 지나 멀리 청하면까지 가셨다. 박 씨 종중선산에서 구절초를 뜯었다고 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며칠을 돌아다니며 구절초를 뜯어다가 가마솥에 푹 고았다. 구절초 삼은 물에 밤, 대추, 생강을 넣고 걸쭉하게 찹쌀엿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셨다. 난 그걸 열심히 먹었다. 씁쓰름하고 달콤한 그 맛은 지금도 혀끝에 맴돈다. 구절초에 무슨 성분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머니가 해주신 정성이 고마워 약단지를 깨끗이 비웠다. 그 영향이 있어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첫 딸을 낳았다.

구절초를 꺾으시던 어머니는 󰡐내가 죽으면 묻힐 자리를 표시해 놓고 오셨다󰡑며 흐뭇해 하셨다. 그 때는 그 말이 서운해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했지만 내가 나이가 들어 보니 어머니의 그때 심정이 이해가 된다.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는 장독대 옆이나 담장 밑, 대문 곁에도 홍초, 초롱꽃, 족두리 꽃, 달리아, 백합, 과꽃, 채송화, 봉숭아, 서광을 심고 가꾸셨다. 생전에 좋아하시던 꽃을 보시며 지내시도록 어머니의 묘지 둘레에 철쭉꽃을 심었다. 봄이 되면 그 꽃들이 화려하게 핀다. 잘 손질된 잔디밭에 두 분이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꽃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도록 내년 봄엔 어머니 무덤가에 구절초 몇 포기를 심어드리고 싶다.

           (20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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