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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송병운
ㆍ작성일	2009-10-09 (금)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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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교통사고
딸의 교통사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목요야간반 송병운

“아빠, 교통사고 났어!”
친구를 만나려고 외출했던 딸이 전화를 하더니만 다짜고짜 외치는 말이었다. 가슴이 철렁하여
“무슨 사고야? 다치지는 않았어?”
나도 모르게 황급히 물어 보았다.

딸이 타고 가던 택시가 다른 차와 추돌했다는 것이었다. 두 대 모두 많이 부서졌는데 딸아이는 다친 곳이 없다고 하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이튿날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목이 뻣뻣하고 무릎에 멍이 들어 아프다고 했다. 교통사고는 2,3일 지나봐야 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보라고 하였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딸아이가 입원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내는 그 정도의 상처면 입원은 필요 없고 통원치료로 충분할 텐데 이상하게 입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워낙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입원하라고 해도 답답하다며 거부할 성격인데 입원을 한다고 하여 혹시 많이 아프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퇴근 후에 병원에 찾아 가 딸을 만났다. 굳이 입원치료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딸의 입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바로 내가 혹시나 하고 우려했던 내용이었다. 어떤 선배가 이런 경우에는 통원치료보다는 입원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단다. 겨우 스물두 살의 딸이 혼탁한 세상에 휘말리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고 하늘이 뿌옇게 보였다. 어떻게 딸을 설득해야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3년 전이던가. 아내가 운전을 하다가 앞차를 들이받았다. 신호대기 중에 파란 불이 켜졌는데 앞차보다 약간 먼저 출발하여 생긴 일이었다. 당연히 미미한 추돌이었지만 전화번호를 주고 왔다고 하였다. 아내와 그 사고 얘기를 나누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 전 사고를 당한 아가씨의 엄마라면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이상하고 딸아이가 여기저기 아프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그 집 앞에 가서 그 식구들을 만났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화가라는 아빠와 엄마가 딸을 데리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부딪친 곳을 확인하다가 우리 차 번호판에 의해 그 자동차 뒷부분에 아주 희미한 자국이 생긴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자동차는 꽤 오래된 것이었고 이번 사고와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부서진 곳이 많았다. 아빠라는 사람과 운전했던 아가씨는 아무 말 없이 엉거주춤 서 있는데 엄마는 열을 내며 보상을 요구하였다.

다음 날, 그 아가씨는 병원에 입원하였고 자동차는 공장에 들어갔다. 10년 이상의 무사고 운전이었기 때문에 최저 보험료를 냈었는데 덕분에 그 이후부터는 크게 오른 보험료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 그 아가씨는 가급적 보상금을 많이 받으려고 오랫동안 입원하였으며 자동차는 공장에서 새 단장을 하고 나왔다. 젊은 아가씨가 입원하여 가짜환자 노릇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돈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으로 생각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더구나 아직 20대의 어린 딸에게 그런 식으로 세상을 가르쳐주던 그 부모에 대해 화가 났고 그것을 받아들였던 아가씨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언젠가는 이번에 번 돈보다 몇 배의 손해를 보는 사고를 낼 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비슷한 일이 내 앞에 닥친 것이다. 딸을 설득하려고 아내가 당했던 예전의 사건을 설명해주면서 입원할 만큼 다쳤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러지 말자고 하였다. 조그만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면 안 된다며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하느님이 얼마나 슬퍼하실까 생각해보라고 하였다. 다행히 딸은 나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에 갔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밤하늘의 초승달마저 손을 흔들어 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고 어지럽게 보이던 네온사인이나 자동차의 불빛마저 더없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 환하게 웃는 딸을 안아주며 아빠의 뜻을 받아주어 고맙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빠가 왜 이러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09. 10.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