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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유
작성일 2009-09-22 (화) 06:07
ㆍ추천: 0  ㆍ조회: 2690      
남편과의 데이트
남편과의 데이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친한 언니한테서 연락이 왔다. 경기도로 시집 간 언니인데 텔레비전에서 나를 봤다고 했다. 전주 ‘경기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인터뷰하는 사람 뒤로 나와 남편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든 동생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본 것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니의 말은 우리 두 사람이 아직 다정한 연인 같아 보여 좋았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라고 했다. 그 언니의 당부가 마음을 찡하게 하여 늘 머릿속에 있던 남편과의 데이트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나는 결혼 전부터 꿈이 있었다. 평생 연인처럼 살진 못하겠지만 1년에 몇 번쯤은 남편과 차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 일이었다. 조용한 공간, 맛있는 차를 좋아하는 나는 커피숍에서 좋은 사람과 3,4시간은 버티고 앉아있을 수 있다. 남편도 이런 나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기에 기념일이면 레스토랑에 가지만 난 ‘밥’이 아닌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밥을 먹는 것과 차를 마시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묻는 다면, 밥은 배가 고파 살기위해 먹는다면 차는 그 본능적인 것에서 벗어난 문화생활이라는 생각이다. 또, 음식을 먹으면 먹는 자신에게만 정신을 집중해버려 주변 사람과 이야기 거리도 적어지고, 분위기도 감상할 수 없으며 상대방의 감정에도 소홀해지는 것 같다.
군산에 살던 어느 여름날 저녁이었다. 너무 무료하고 더워서 커피숍에서 ‘파르페’ 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남편과 함께 갔는데 정말 거짓말 않고 파르페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먹다가 30분 만에 나와 버렸다. 난 무슨 대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집에서도 대화하기를 기피하는 남편과 이야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난 남편과 4년만의 데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의 반응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는 남편과 데이트하던 시절로 하루 동안만 돌아가고 싶었다. 그 날 난 남편이 오기 한 시간 전부터 꽃단장을 하고 남편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 시간의 설렘이란! 왠지 예감이 좋았다. 빗은 머리를 다시 고쳐 빗고 립스틱 색깔을 다시 고쳐 바르면서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은 아무 기념일도 아닌 오늘 같은 날에 나의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이 놀랍기도 했겠지만 워낙 무던한 사람이라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결혼 전 우연히 들렀다가 음식과 차 맛에 반해버린 ‘B’ 라는 레스토랑이었다. 분위기는 예전과 많이 바뀌어 실망스러웠으나 결혼 후 처음 오는 거라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가 행복했었지 하며 자리에 앉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돈까스’를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앞에 앉은 남편을 바라보았다. 4년 전 데이트를 하던 그 사람 그대로인데 우리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 침묵이 어색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지쳐보였다. 내 기억속의 그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늘 내 이야기를 경청했었다. 하지만 지금 남편의 눈빛은 피곤에 찌들어 멍해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니 했고 음식이 나오자 우린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돈까스가 왠지 느끼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실 난 요즘 식성이 바뀌어 ‘밥’을 즐겨먹기 시작했다. 아까도 그냥 한식을 먹을까 고민 하다가 오랜만의 데이트니까 이곳으로 왔던 참이었다. 남편은 12시에 점심을 먹어서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나도 그 속도에 맞춰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결혼 전엔 이야기 하느라 돈까스 한 쪽 먹는데 시간이 걸렸었다. 그리고 난 결혼 전엔 음식을 늘 남겼는데 그날은 돈이 아까워 다 먹어버렸고, 먹는데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후식으로 차를 마시다가 문득, 드라마 ‘밥 줘’ 볼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생각을 했다. 난 뜨거운 차를 후루룩 마시고 일어섰다. 드라마 시작 시간이 가까워 초조한데 남편은 가는 길에 한옥마을로 산책을 가자고 했다. 그곳도 우리가 즐겨 찾던 데이트 코스였다. 저녁이어서인지 조금 쌀쌀했다. 난 드라마를 봐야하는데 하는 생각에, 별 얘기 없이 빨리 걸었다. 그 순간 난 깨달았다. 언제나 연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남편이 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던 나였지만 그런 내게도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시간이란 녀석은 정열적이던 사랑의 감정도 조금씩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우린 옥동자를 낳기 위해 정기가 강하다는 600년 된 은행나무에서 5번 심호흡을 한 후 3시간여의 데이트를 끝냈다.    달라진 게 분명한 것은 집 앞에서 헤어지지 않고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의 사랑의 테마 ‘Take as I am'을 반복해서 들으며 집까지 왔다. 남편은 그 당시 그 뮤지컬을 1등석에서 보여주고, CD를 사주고, 뮤지컬 설명까지 해주었던 기억이 났다.

연인이 되기까지 또는 부부가 되기까지는 처음 만남 4분 만에 뇌 안에서 모두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와 남편은 4분 만에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된다. 그리고 사람의 정열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최대 3년이라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체적으로 우린 정열적인 사랑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서적인 안정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사실 나와 남편의 뇌 속에서 정열적인 사랑단계에 분비되다가 사라진다는 ‘도파민’이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의 생활도 좋다.
우린 그리 ‘닭살 부부’는 아니다. 그러나 우릴 목격한 몇몇 사람들은 두 사람이 아직 연인 같아 보인다고 한다. 그 말을 맘속에 새기며 살고 싶다. 매일은 아니겠지만 1년에 한 두 번은 연인처럼 데이트를 해보아야겠다. 그리고 4년 후에 데이트를 하고서 글을 써봐야겠다. 그땐 어떤 마음이 들지 궁금하다.

                         (200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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