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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학
작성일 2009-09-19 (토) 19:38
ㆍ추천: 0  ㆍ조회: 3040      
산사에서 만난 사바세계
산사에서 만난 사바세계
                               김 학


사노라면 때로는 오욕칠정(五慾七情)으로 얼룩진 속세를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노라면 때로는 문명의 이기라는 가면을 쓴 과학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태고의 순수를 간직한 자연의 품에 안겨 온갖 번뇌를 잊은 채 단 하룻밤만이라도 원시(原始)의 삶을 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도란도란 흐르는 맑은 개울의 속삭임이며, 청아한 산새들의 노랫소리, 그리고 찰랑찰랑 넘치도록 쏟아지는 달빛과 더불어 내 몸과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사바세계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벗겨내고 싶어서다. 무더운 여름날 찐득찐득 묻어있는 땀을 씻어낸 샤워장의 상쾌함 같은 그런 기쁨이 그리워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산사(山寺)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는 조그만 소망을 키우고 있었다. 다만 언제 어느 절을 택하느냐가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 소망을 간직한 채 세사(世事)에 쫓겨 달을 보내고 계절이 바뀌기 그 몇 번이던가.
가을이 짙어가던 어느 날, 남원 지리산 실상사(實相寺)의 손혜광 주지스님의 전화를 받았다. 함께 실상사에 가지 않겠느냐는 청이었다. 퇴근시간이 되기 무섭게 스님이 손수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88올림픽 고속도로를 달려 실상사에 이르렀다. 어느새 실상사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낮에 본 실상사와는 달리 밤에 본 실상사의 분위기는 한층 더 고즈넉했다. 나는 저녁공양을 마치고 나서 도량으로 나갔다. 끈적거리는 달빛이 산사를 휘감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 달과 나뿐이었다.
신라 흥덕왕 3년(AD828)에 홍척국사(洪陟國師)가 구산선종(九山禪宗)의 하나로 창건했다는 실상사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넘어 내달아 온 바람이 헐떡이며 내 귓바퀴를 스쳐 지나갔다.
실상사는 국보 1점, 보물 11점, 민속자료 1점, 지방문화재 1점 등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땅의 정기가 지리산 천왕봉을  거쳐 일본으로 흘러간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4천근이나 되는 철제약사여래불을 봉안하고 있다는 실상사, 보광전 법당 안의 범종에 동남아지도를 새겨놓고 범종을 울릴 때마다 일본열도를 때려 일본의 야욕을 억누르고 우리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고 있다는 호국사찰 실상사! 정유재란 때 불타버려 옛날의 위용을 볼 수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해마다 봄‧가을철 수학여행 시 남녀학생들이 이 지리산 실상사를 찾아와 호국의지(護國意志)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느 결에 다가왔는지 주지스님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뎅! 뎅! 뎅!
범종소리가 깊은 잠에 빠져있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어느새 새벽 예불시간이 되었나 보다. 범종의 여운이 멎자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이어졌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문득 이정호(李正鎬) 시인의 ‘산사(山寺)’라는 시가 떠오른다.

천년 달빛에/ 기와는 푸르렀다/ 풍경이 운다// 깊은 산 스린 야기(夜氣)/ 외로이 흔들리어/ 버레는 밤새 울었다// 떨어져 구르는 가랑잎에/ 생각마저 가거라/ 오직 정성으로 외우는 송주(誦呪)// 뜰을 거니는 그림자 하나/ 장명등(장명등) 불빛 따라/ 밤은 깊어 더욱 깊어/

실상사에서는 이따금 이적(異蹟)이 일어나 화제가 되곤 한다. 높이가 2미터 5센티나 되는 약사여래불의 얼굴과 가슴 상반신에서 땀을 흘리기도 하고, 휘황찬란한 불빛을 내뿜은 적도 있단다. 아직은 과학의 힘으로 증명해 보일 수 없는 일이다. 부산에서 온 법륜사 신도 250여 명이 목격했다고는 하나 불가사의한 일임에 틀림없다.
동녘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르자 산사는 갑자기 부산해졌다. 건너 마을에서 토해내는 앰프방송이 실상사의 정적(靜寂)을 흔들어 깨웠다. 깊은 산속이 아니라 들녘에 자리한 실상사도 내가 그리던 정일(靜逸)한 피안(彼岸)의 경지일 수는 없었다.
밤마다 눈을 껌벅이는 전깃불도 그렇고, 사바세계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요사채(寮舍채) 윗목의 텔레비전도 그러하며, 속세와 정토(淨土)를 이어주는 전화기도 그렇고, 극락교를 넘나드는 스님들의 승용차도 그렇다. 속세를 벗어나고파 찾아간 실상사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사바세계를 만나야 했다.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자가용은 본처 택시는 애첩》등 수필집 10권, 수필평론집《수필의 멋 수필의 맛》/ 펜문학상, 한국수필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등 다수 수상/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HP:011-9641-3388
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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