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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박인경
작성일 2009-09-19 (토) 19:17
ㆍ추천: 0  ㆍ조회: 3094      

 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박인경




잠이 줄었다. 새벽이면 눈이 뜨여 잠이 오질 않는다. 호되게 앓으면서 생긴 버릇이다. 노안이 오더니 이젠 몸도 늙어 가는가 보다. 나이를 먹으면 아침잠이 줄어든다더니 나도 어느 새 노후증상이 시작되었나.

나는 '순둥이 잠보'였다. 식구가 많은 종가에서 첫딸로 태어나 사람들에 둘러 싸여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오랜만에 생긴 아이를 보려 어른들은 기다렸건만 잠순이였던 나는 그 기대를 저버리고 온종일 잠만 잤다고 한다. 잘 울지도 않아 할아버지께서 내가 자는 방에 들어 오셔서 볼을 꼬집곤 하셨는데,그래도 모르고 잠을 잤던 잠보 아기였던 것이다.

성장하면서도 잠이 많은 것은 여전했다. 항상 머리맡에 알람시계를 놓고 자야 학교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벨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것은 물론 아니었고, 한참 몸을 뒤척이고 눈을 비비다 일어났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잠을 마음껏 자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요즘 들어 잠자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아픈 동안 너무도 잠들기가 괴로워 의사의 처방을 받아 수면제를 복용했던 습관이 붙어서 그런 모양이다. 이런 날이면 옆에서 코를 살포시 골고 잠든 남편이 한없이 부럽다.

왜 사람과 동물들은 잠을 잘까? 우리가 잠을 자야하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회복설을 주장한 학자가 있다. 생물은 깨어 있는 동안에 몸이나 뇌에 손상이 가해지는데, 이런 손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에너지 보존설을 이야기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오랜 수면을 취하는 것처럼 우리의 수면도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몸의 신진대사를 15퍼센트 정도 낮출 수 있다. 세 번째는 부동설이다. 동물은 자신이 꼼짝하지 않는 편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될 때 잠을 잔다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 평균 7~8 시간을 잔다. 하루의 3분의 1을 잠자는데 쓴다. 어찌 보면 참 아까운 시간들이다. 잠을 자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면 훨씬 성공할 것 같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물들 중에 대부분은 짧은 수면시간을 가졌다. 나폴레옹, 발명가 에디슨, 고 정주영 회장 등은 보통 3~4 시간 정도 취침을 했다. 예술가 다빈치는 하루에 90분밖에 잠을 자지 않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최근 잠이 줄고 있는 것이 나도 그들을 닮아서 새삼스레 크게 성공하려나 보다.

특별한 경우지만 짧은 시간의 수면으로도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양질의 잠은 본인이 몇 시간을 잤을 때 가장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적당한 수면시간이다.

한의원에 가 보았다. 몸이 피곤하고 지쳤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불면증이란다. 심장을 싸고 있는 막(심포, 심초)이 약해지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나 면역력이 떨어져도 발생된다고 한다. 내 불면증의 원인은 면역력의 저하가 원인이기도 하다.

불면증에는 콩, 곡류, 멸치가 좋으며 우유에 꿀을 타서 따듯하게 데워 먹어도 좋단다. 토란, 상추, 양파, 마늘에도 숙면을 취하게 하는 성분이 있고 과일 중에는 키위, 바나나 속에 세라토닌이라는 자연수면유도물질이 들어 있어 잠을 쉽게 잘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아직도 낮에 조금 무리한 날은 잠들기가 힘겹다. 계속적인 수면제 복용은 습관성이 생기니 삼가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지 못할까봐 염려스럽지만, 이제부터는 건강을 위해 자연식품요법으로 잠을 청해 봐야겠다.

오늘 밤은 겨울잠을 자는 아기처럼 푹 잠들고 싶다.
                             (200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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