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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학
작성일 2009-09-19 (토) 06:36
ㆍ추천: 0  ㆍ조회: 3046      
우리 부부의 고민


                         우리 부부의 고민
                                                                               김 학
             
맞선 한 번 보고 결혼한 우리는 시쳇말로 웃기는 부부다. 씨름꾼도 아닌 나의 몸무게는 88킬로그램인데 반해 미스코리아도 아닌 아내의 몸무게는 그 절반도 안 되는 43킬로그램이다. 살을 빼려고 고민하는 나는 식성이 좋은데 살이 찌지 않아 고민하는 아내는 늘 입맛이 없다며 끼니때마다 께적거린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나는 새벽에 눈을 뜨기 무섭게 집에 설치한 ‘알칼리 이온수’ 한 컵을 받아 꿀꺽꿀꺽 마시지만 아내는 물마시기를 싫어한다. 마신 물은 금세 대소변과 땀, 침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한 번 마신 물은 우리 몸속에서 90일 동안이나 핏줄을 타고 떠돌면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몸 밖으로 나온다.
우리부부는 입맛도 다르다. 비만형의 나는 대식가요 저체중인 아내는 소식가다. 내 얼굴은 갸름한데 아내의 얼굴은 둥글넓적하다. 또 나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과 오리 등 고기류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채식을 좋아한다. 나는 소주를 즐겨 마시지만 아내는 술을 사갈시(蛇蝎視)한다. 우리부부가 모처럼의 합의로 냉면집에 가더라도 나는 비빔냉면을, 아내는 물냉면을 시킨다.
우리부부는 기호도 다르다. 아내가 나에게 술을 끊으라고 하면, 나는 아내에게 장모가 술 한두 잔쯤 마실 줄 알아야 사위가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우리부부가 의견일치를 보기란 남북회담대표의 합의점 찾기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부부는 2남 1녀를 낳았다. 그 아이들이 결혼하여 우리 곁을 떠난 뒤 우리는 비둘기처럼 부부만 산다. 우리 집의 식탁분위기는 정겹다. 36년이란 오랜 세월 함께 살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서 부부애가 깊어졌다. 나는 끼니때마다 살 좀 찌라며 아내에게 내 밥을 서너 숟가락씩 덜어 주는데도 내 몸무게는 더 줄어들지 않고, 그렇다고 아내의 몸무게가 불어나지도 않는다. 나는 내 살을 떼어 주는 심정으로 밥을 덜어 주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어 안타깝다. 요즘 나는 아무리 술을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한없이 부럽다. 없어서 먹지 못하는 것도 서럽지만 먹을 것이 푸짐한데도 먹을 수 없는 내 처지는 더 괴롭다.
우리부부는 건강한 물을 마시고자 지난 7월 하순쯤 주방에 ‘알칼리 이온수기’를 설치하였다. 그 뒤부터 우리는 마음대로 이온수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끼니때마다 알칼리 이온수로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인다. 그런 까닭에 밥맛이 참 좋다.
우리부부는 아침마다 1시간 남짓 산책을 하고 돌아와 몸무게를 측정해 보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어떤 날은 내 몸무게가 줄었다고 희색이 만면하고, 또 어떤 날은 아내의 몸무게도 덩달아 줄었다며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지난 8월 뱃살을 빼려고 한약을 복용하면서 한 달 동안 금식을 했었다. 처음 나흘간은 밥을 먹지 않고 한의사가 준 환약과 고비탕(高肥湯) 그리고 저지방 우유에 섞은 대체식(代替食)을 먹고 과일과 채소반찬 그리고 이온수로 공복감을 메웠다. 또 26일 동안은 점심때만 잡곡밥 반 그릇을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대체식과 과일, 채소반찬, 이온수로 배를 채웠다. 그리하여 나는 몸무게를 5킬로그램이나 줄였다. 그 덕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나의 혈압이 낮아졌다. 남들은 하나같이 날씬해졌다며 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그런데 나만 살이 빠진 게 아니라 아내까지도 살이 4킬로그램이나 빠졌으니 그게 문제다. 두 식구가 살면서 남편이 금식을 하는데 아내가 밥을 지어 혼자 먹을 수는 없었으리라. 결과적으로 아내마저 금식을 한 꼴이다. 나는 끼니때마다 대체식을 먹었지만 아내는 그것도 먹지 않았으니 나보다 아내의 고생이 컸을 것이다. 그 뒤 아내에게 보약을 한 제 지어 복용시켰지만 아직도 아내의 체중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6․25한국전쟁 후유증이 심각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흉년이 자주 들어 먹고 싶어도 먹을 밥이 없었다. 또 끼니때마다 밥을 얻어먹으려는 거지들은 왜 그리도 많이 찾아왔는지 모른다. 그때 가난한 사람들은 상추에 된장만 싸서 빈 배를 채우는 게 예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농민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살이 찐다면서 밥 먹기를 꺼린다.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쌀 소비는 오히려 거꾸로 자꾸 줄어든다니 안타깝다.
때로는 조물주가 원망스럽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간이나 콩팥 등 사람의 장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기에 때때로 부모에게 장기를 기증했다는 효자이야기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몰래 장기를 사고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서로 살을 주고받을 수는 없을까? 요즘 우리부부의 고민은 거기에 있다. 하긴 이게 어찌 우리부부만의 고민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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