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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세명
작성일 2009-09-16 (수) 19:45
ㆍ추천: 0  ㆍ조회: 2672      
즐거웠던 지난날들
즐거웠던 지난날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세명





   아이들을 키우면서 상을 타오면 기분이 좋았고 보람도 느꼈었다.  너희들이 상을 많이 타서 '내가 죽거든 너희들의 상장으로 나를 덮어다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들과 딸들은 경쟁적으로 상을 타다가 아빠에게 바쳤고, 나는 그때마다 그들을 격려해 주고 상을 주었다. 이제 그 아이들이 결혼을했고, 각자 그들의 소유물들을 가지고 떠났다. 이제 덩그러니 아내와 나 둘이서 그들의 자리를 지킨다. 그렇지! 마음이 중요하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때는 그래도 소중했는데 이제 보니 소용없는 것들이다. 내 물건을 정리하고 보니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을 버리려다가 그들이 타온 상장을 세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앨범과 그 속에 간직된 상들을 연도별로 모두 정리하여 보니 그들이 자라온 과정이 주마등처럼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아내는 집에서 뒤척이는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지금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이오!  건강을 잃으면 만사를 다 잃는단 말도 들어보지 못했소?"

아내의 질책이다. 말씀인즉 천만 번이나 지당하다. 누가 그것을 몰라서 그런가? 세월이 흘러 젊은 시절의 당당한 기세는 간 곳이 없고 그저 몸을 위하여 하는 소리거니 생각하고, 내 쪽의 경우가 틀린 것이 분명하니,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나 공원 한 바퀴 돌고 온다며 집을 나왔다. 나는 평생 공직에서 탈 없이 지냈건만 지난 시절이 생각난다.



나의 아버지는 돈 한 푼 헛되이 쓰는 일 없고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논밭으로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을 하고, 틈틈이 뽕잎을 따다 누에도 치고, 담배농사로 이맘때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지나서도 밤에는 가마니를 짜서 살림이 조금씩 여유가 돌고 논밭이 점점 불어나는 재미에 고된 줄을 몰랐을 것이다. 아들딸도 불어났고, 그들을 키우는 재미도 쏠쏠했으리라. 첫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더니 우등상을 받아오고, 둘째 셋째도 공부를 잘해 선생님의 칭찬이 자자했다. 사람 사는 재미가 별 게 있나, 이런 것이 행복이지. 손마디가 생강 뿌리가 되고, 얼굴에 화장품 하나 바르지 않았어도 만족하고 살았다.
손자들이 태어나고, 명절이면 손자들 안아보는 재미로, 또 자식들의 안부전화를 받는 재미로 즐겁게 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 성묫길에 찾아보고 그 전철을 내가 받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이여!

그런데 오늘 팔각정에 앉아 주인 떠난 까치집을 바라보며, 옛날 고향집 미루나무 위의 까치집과, 지난 여름에 본 허물어진 시골집이 함께 떠오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주인이 떠나버린 집은 머지않아 그 집 자체도 사라지고 만다는 지극히 평범한 공통점 때문인가? 사람의 생명은 영혼과 육체인데 영혼은 생명의 주인에 해당하고 육체는 영혼이 거주하는 집에 해당할 것이다. 육신은 땅속에 묻혀, 허물어진 시골집처럼 앙상하니 뼈만 남아 있다가, 결국 그것마저 한줌 흙으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길에는 낙엽들이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생멸(生滅)은 거래요 인과(因課)는 여수(與受) 즉, 죽고 사는 것은 오고 가는 것이요 인과는 주고받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복을 지으면 복을 받고 화를 지으면 화를 받을 것이니 그리 집착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린다. 지난날들이 자주 떠오르는 걸 보니 나의 생애도 가을쯤에 와 있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가을 하늘은 드높고 구름도 아름답다. 천고마비의 계절 구름은 흘러다니며 눈에 위안을 준다. 구름은 축복이요, 신의 선율이자 노여움이며 죽음이다. 그래서 옛 시인은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요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즉 생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사 또한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라 노래했을까?
작열하게 거친 폭풍과 함께 번개가 빛날 때마다 놀란 듯이 정열은 아름다운 것이어서 젊음과 어울림을 알았고, 나이 먹어서는 유머, 미소, 변조하는 것 사물을 저녁 구름처럼 보는 것을 알았다. 중년기에는 긴장이 풀리어 과일이 익고 술이 익듯이 성격도 성숙해진다. 냉소를 알게 되고 인생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는 것도 알았다. 구름을 보고 인생의 리듬이 곱고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즉 뜬구름은 본래 없는 것 생사도 이와 같은 것이다. 세상은 살기 어렵다. 어려움을 깨달을 때 시가 생기고 그림을 그린다. 세상을 만드는 것은 신이나 귀신이 아니다. 근처에서 보는 허술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일자리가 없어 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뜬 구름은 본래 말이 없고 가는 길을 가르 처 주지도 않는다. 그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흐르고 싶은 대로 흐를 뿐이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나의 전철을 밟고 나도 나의 아버지처럼 손자들을 보면 그렇게 좋다. 지난날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2009년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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