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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세명
작성일 2009-09-15 (화) 04:40
ㆍ추천: 0  ㆍ조회: 2926      
천도시비
♡天道是非(천도시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세명







   공직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보니 선하고 의롭게 사는 자에게 온갖 명예와 부귀가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청백리라고 하면 승진보다는 동료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고, 술수를 써서 돈을 긁어모아 엄청난 부를 모은 사람이 허다하며, 어쩌면 명예와 부만을 쫓다보면 선도 악으로 변하고, 정의도 불의로 바뀌어 버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종교는 현세의 선과 악을 자(尺)로 하여 내세의 천당과 지옥으로 심판하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 아닐까?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한탄도 선이 대접 못 받는 불만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는 내세에서보다 현세에서 악은 징벌을 받고 선은 칭송 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소설에서 권선징악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면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고생하다 보면 하늘도 무심치 않겠거니 희원해 보고 진실된 인간이 그에 걸맞은 대우는커녕 핍박을 받을 때 과연 진리는 추구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의 유명한 사학자인 사마천(司馬遷)은 '이릉(李陵)의 화(禍)'에 의해서 차마 견딜 수 없는 궁형(宮刑)을 받고 남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여 옥에 갇힌 몸이 되었다. 청렴결백하고 용맹 강직한 무장 이릉이 불과 5천 명의 군졸을 지휘하여 흉노의 수십만 대군과 용전 감투하다가 천한 2년에 중과부적으로 부대는 전멸하고 자신은 인사불성에 빠진 채 포로가 되었다. 이릉에게서 승전보가 올 때마다 무제와 한실(漢室)의 백관은 갈채와 만세를 부르며 좋아 날뛰었을 뿐 악전고투를 거듭하는 이릉에게는 응원군을 보내지도 않다가 급기야 패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동정은 못하나마 입을 모아 비난과 욕설을 퍼부어댔던 것이다.
이때 사마천 한 사람만이 감연히 일어나서 이릉을 변호했기 때문에 어리석은 무제의 역린(逆鱗; 왕의 분노)를 건드려 투옥을 당했다. 이것이 바로 '이릉의 화'라는 것이다. 옳은 일에 대해 옳다고 주장하다가 억울한 형벌을 받은 사마천은 차라리 죽음보다도 백 배 견디기 어려운 치욕을 씹어가며 오로지 자기 손으로 인간의 정당한 역사를 기록해서 후세에 남기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심이 그러했던 만큼 그는 120권으로 이루어진 사기(史記) 전질을 통해서 사람의 폐부를 통렬하게 찌르는 필치로 엄청난 비판을 가하였다.  흔히 "천도는 정실이 없으며 항상 착한 사람을 돕는다(天道無親 常與善也)"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인간이 쓸데없이 하늘에 기대를 거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대로 하늘이 진정 착한 사람만을 도와준다면, 이 세상에서는 언제나 선인(善人)이 번영할 것이다. 그런데 실로 그렇지가 않으니 웬 일인가?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어진 마음을 쌓고 언행을 깨끗하게 했음은 세상이 다 아는 터이지만, 그러나 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고 말았다.

또한 공자의 제자 72현 가운데 공자가 진실로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은 안연(顔淵)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그 출중하고 비범했던 수재 안연도 항상 가난에 쪼들려서 헐벗음과 굶주림 속에 신음하다가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했으며 끝내는 영양실조에 걸려서 젊은 나이에 죽고 말지 않았던가? 반면에 악당 도척은 사람을 죽이고 그 고기를 말려 파는 천인공노할 죄를 짓고도 천수를 다 누렸다.



조금만 주의를 해 보면 예의범절도, 인간세상의 기초적인 상식도 배우지 않은 채 사회질서를 마구 휘젓고 그러면서도 한평생 호의호식하며 권세나 부귀를 자자손손에게 물려주는 예도 드물지 않다. 반면에 한결같이 공손겸양, 청렴결백해서 바른 길, 옳은 일만을 인생의 업으로 삼다가 재난과 악화의 제물이 되는 사례가 현세에도 많다. 광주민주화운동 때 많은 무고한 시민을 죽인 일이 있지만 책임자 처벌도 없지 않던가?

'천도시비'란 비통한 말은 백이열전에 있는 것으로 사마천이 하늘을 의심한다기보다 하늘을 우러러 피눈물로 호소한 말이라 하겠다. 사마천의 한탄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니 하늘은 왜 이렇게 직무유기를 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정직하고 법을 지키며 성실한 사람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된다면 사회정화가 되어 불의와 부정과 불법은 통하지 않는 진정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천도시비야 말로 하늘의 도는 옳은 쪽에 바르게 설 것이며 그릇된 쪽은 하늘의 징벌로 권선징악이 되어 그릇된 일을  바로잡는 사회가 되어야 천도시비가 바로 섰다 할 것이다.

                                                (2009년9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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