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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정길
ㆍ작성일	2009-06-02 (화)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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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기행(2)
베트남 기행(2)

-육지의 하롱베이, 닌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정길

땀꼭이라는 세 개의 동굴과 아름다운 지형을 가진 닌빈은 논과 강을 배경으로 겹겹이 보이는 석회암의 산들이 매력적이라서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린다. 이곳도 하롱베이와 같이 영화 ‘인도차이나’와 ‘굿모닝 베트남’ 영화 속의 배경이 된 곳이다.

하노이 남쪽 93km쯤에 있는 그곳은 베트남 초기에 수도였던 호아르와 꾹프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전경이 매력 포인트였다. 호아르는 968년부터 40년간 딘 왕조와 초기 왕조의 수도였다. 지형적으로 홍강의 좁은 계곡에 위치해 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를 꾀했던 곳이다. 그런데 왕도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겨우 사원 두 개와 프랑스인들이 건축한 성당만 고대 수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한 뒤부터 그곳에 커피, 야자 등을 집중 재배했고, 지금도 밀림에는 원숭이, 코뿔소, 호랑이, 표범 등 동물이 많이 살고 있다.

하노이에서 닌빈으로 가는 1번 국도는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주 5일제 근무에다 노동절과 호치민 생일 등이 겹친 황금연휴라서 고향을 찾거나 연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의 설과 추석의 귀성행렬이 연상됐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나자 도로에서 장례까지 치르는 풍습 때문에 1시간동안 차량이 움직일 줄 몰랐다.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닌빈에 닿았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첩첩이 다가오며 비경을 드러냈다. 프랑스의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 천 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으며 3만 명의 소녀 마사지사를 조공으로 바쳐서 중국황실과 고관대작 그리고 외국 사신들의 정기를 보충시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통 마사지가 유명하지만 그 내면에는 베트남민족의 아픈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

닌빈의 웅어동강 선착장에서 두 명씩 짝을 이루어 작은 나룻배(삼판)에 몸을 싣고 구경을 나갔다. 두 영화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며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웅어동강을 따라 세 개의 동굴인 땀꼭(항까, 항그어, 항꾸어이)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수초가 무성한 수로를 따라 들어가자 왕과 궁녀들이 놀았다는 협곡과 아름다운 동굴이 마중 나왔다. 무더운 날씨를 이기려고 물소들이 수초 속에 들어 앉아 고개만 내놓고 있는 모습은 특이한 구경거리였다. 빨간색 우렁이 알을 수초와 바위에 낳아 온도에 의해 부화되는 베트남 우렁이는 어미의 몸속에서 부화하는 한국의 우렁이와 전혀 다른 자연의 조화였다. 수초를 헤치고 그물로 고기를 잡는 어부의 모습은 한 폭의 정겨운 풍경화였다.

나룻배의 노를 젓는 어린 소녀에게 나이를 묻자 17세라고 해서 놀랐다. 우리부부가 탄 나룻배는 나이가 많고 무뚝뚝한 할아범으로 기운이 없는지 매번 그 소녀에게 추월당했다. 그런데 선착장에 내리자 순진하게 웃음 짓던 어린 소녀가 한화로 10달러를 환전하려면 14,000원인데 천 원짜리 7장을 내밀며 교환하자고 해 어이가 없었다.

시멘트 생산을 위해 린빈과 하롱베이에 한국기업들이 공장을 세우면서 석회질이 많은 수려한 산들을 마구 깎아내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베트남 정부에서도 산을 깎아내고 농경지를 메워서 봉제공장과 화물차공장들을 세우며 환경훼손에 앞장서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쓰레기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환경오염 상태가 심각했다. 부디 자연과 문화유산이 보존되는 친환경적인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20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