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슬픔
참을 수 없는 슬픔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믿기지 않은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노무현 저느 대통령이 고향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니, 비통한 일이었다. 국가적 참극이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국가적 수치다. 누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는가?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에 남긴 말이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하는 것이다. 삶이 있기에 죽음도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 뿌리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향해서 한 발짝 한 발짝씩 내딛는 것이다. 죽음이란 인생의 소풍을 나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죽음 자체는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슬퍼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비통하고 안타까운 죽음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나? 검찰의 수사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갖추어 사실 확인 때까지 비공개 수사를 했어야 했다. 또 무분별한 언론의 여론몰이 보도가 노 전 대통령으로선 치명적인 상처였을 것이다. 청렴과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겼던 노 전 대통령으로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스스로 극단의 선택을 했을까. 안타깝기 짝이 없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들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 놓고, 예수님께 말씀하셨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했는데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자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하나씩 떠나갔다. 그 여자를 단죄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요한8,5-11)
과연 이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 모두가 죄인인 것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크다.”
노 전 대통령이 쓴 유서 내용이다. 얼마나 인간적인 내용인가. 자신이 다 지고 가겠다는 뜻이리라.
나는 두 친구랑 셋이서 맥주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눴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서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그들과 논쟁을 벌였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애도는커녕 비아냥거렸다. 엄청난 사건을 놓고 이렇게 시각이 다를까. 나는 조그마한 맥주 집 공간에서, 더구나 세 사람의 대화 가운데서 우리사회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갈등의 양극화 현상을 봤다는 이야기다. 이게 바로 우리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는 모습, 먼 길을 마다않고 봉하마을까지 찾아와 분향하는 사람들,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사람들, 땡볕이나 비가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조문객들, 추모행렬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을 보았다. 또 자발적으로 설치한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비롯해 전국 300여 곳이 넘는 분향소에 500여 만 명이 넘는 추모객이 다녀갔다는 소식, 온 국민이 슬픔과 비탄에 빠진 모습을 보았다.
나는 친구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면 으레 문상을 가곤 했었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봉하마을에 가서 조문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지만, 나는 이곳 전주에서 조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오거리 시민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근조’라고 쓴 검정리본을 달아주는 사람, 국화꽃을 주는 사람, 방명록을 내미는 사람, 신발을 정리하는 사람, 상주를 대신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봉사하고 있었다. 광장주변에는 추모의 글을 쓴 종이들이 빼곡히 줄에 걸려 있었고, 노란 풍선들도 삥 둘러 매달려 있었다. 나는 분향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바라보았다. 서민적이고 친근감이 가는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풍운아였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인권 변호사’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노동운동을 돕다가 변호사로서 구속되는 시련까지 겪었다. 대통령이 된 뒤에 검찰과 정보기관을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고, 민주화운동, 지방분권, 지역구도 타파, 정경유착 단절, 서민 경제건설 등을 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사람은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이다. 공은 살리고 과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인간 노무현과 노무현 정부의 공과는 공정하게 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에 남긴 말이다. 그분은 참으로 바보 대통령이었던 것 같다. 바보가 아니고서는 자기한테 자살하라고 한 K교수 같은 이들과 서거가 아니고 자살이라고 표현해야한다는 인간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J씨, 그리고 비아냥거렸던 정치인과 언론인들, 인격적인 모욕을 준 검찰들을 어찌 원망하지마라 하는가. 정말 바보 대통령이 아닌가.
그러나 그분은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화해와 용서로 치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뜻을 살려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성현의 말 같게 들리지 않는가.
“좋은 곳에 가셔셔 편히 쉬십시오.”
나는 방명록에 이 글을 남기고 돌아왔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은 슬픔의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아! 슬프고 슬프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09.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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