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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의민
작성일 2009-05-27 (수) 15:57
ㆍ추천: 0  ㆍ조회: 2718      
천둥소리
천둥소리
                           전주안골복지화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먼동이 터오는 새아침에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금방 비가 쏟아지려는지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 요란하게 천둥이 쳤다. 어디서 번개를 치는지 자세히 보니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에서 번개가 쳤다. 난데 없이 무슨 번개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네 뒷산에 경호원 한 명만 데리고 등산길에 올랐다가 부엉이바위에서 실족하여 낭떨어지로 떨어져 병원으로 실려갔단다.

근래 친형은 구속되고 줄줄이 감옥에 가는 걸 보고 잠을 못 이루며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던 터에 아들과 딸, 아내 등 가족들까지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도 검찰청에 불려가서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 밑의 검사들에게 13시간이나 조사를 받고 봉하마을로 내려왔다.그러나 검찰은 3주동안 아무 말도 없이 아들딸들을 다시 부르고 권양숙 여사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포괄적 뇌물죄 협의가 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것인가 불구속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뉴-스 시간마다 중계방송을 하였다.

임기를 마친 뒤 봉하마을로 내려와 밀짚모자를 쓰고 농부로 살려고 했건만 그냥 조용히 놓아두지 않았다. 주위사람들부터 시작하여 나중에는 가족까지 조여들어 마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쐐기에 몰아넣듯 몰아넣으려 하니 물러난 권력이 어찌할 것인가.

그 쐐기에 안 들어가려고 가진 애를 써도 자꾸 조여왔고 갈 데까지 가보니 막다른 골목이었다. 대통령 재임시 전 국민에게 크게 웨쳐 온 청념과 도덕성이 한꺼번에 무너져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저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마지막 길을 택했던 것이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5시 20분경 컴퓨터에 유서를 작성하여 저장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는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는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 하지마라.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오해 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마라.
  운명이다.


이런 유서를 쓰기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머님의 위패를 모신 정토원 사찰 법당에도 들렀다고 한다. 점점 조여드는 현실에 더 버티지 못 하고 마지막으로 결심한 흔적이라고 하겠다.

어릴 때 진달래 먹고 소 먹이든 뒷산 부엉이바위에 올라서서 경호원 눈을 피하려고 했던지 담배 있느냐고 묻고 저 밑에 사람이 지나간다면서 45미터 낭떨어지로 뛰어내린 것이다. 그런데 경호원이 거짓말을 한다고 뉴-스 에 나온다.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그는 누구인가. 1946년 8월 6일 경남 김해에서 아버지 노판석 씨와 어머니 이순례 씨 사이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부산상고를 나와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9년간 독학으로 고졸출신에게 사법고시 응시자격을 주는 사법 및 행정요원 예비시험에 이어 1975년 제17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7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부임한 뒤 7개월 만에 그만두고 1978년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변호사시절 인권변호사로 민주화운동에 남달리 힘써왔다. 그리고 정계에 입문하여 국회의원도 되고 청문회 스타도 되며 부산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지방색을 없애려고 뛰고 또 뛰며 모진 고생을 다했다.

언제나 한마음으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편가르기를 없애려고 일편단심 지방색타파에 몸을 던졌다. 그러다가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었고, 뚝심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서민의 편에 서서 거친 말솜씨로 욕도 먹어가면서 권위주의를 없애려고 자신부터 낮추고 혼자 헤매다가 탄핵소추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었다. 서민의 편에서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하는 등 권위주의를 많이 없앴던 대통령이었다.

임기를 마치기 얼마 전까지도 북한과 햇빛정책 연장선에서 북과는 친밀하게 지낸 뒤 봉하마을로 내려와 농부로 살려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또 북한에서도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2009년 5월 25일 9시 45분 핵실험으로 망난이 짓을 또 저질렀다. 놀라운 천둥소리가 계속 들린다. 미사일도 연일 세 발 두 발 쏘아댄다. 앞으로 소나기도 조금 내릴 것인가. 긴 장마가 질 것인가 걱정이다.

김정일은 핵실험 4시간 전인 25일 오전 6시경 북한중앙통신이 전한 조전(弔電)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셨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전하였지만 국상 중에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건 잘못된 일이려니 싶다.

아무리 정적이라 할지라도 '조문 저지'는 너무한 것 같다. 노사모 회원 중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망자의 조문을 막는다는데 그래서는 아니 될 것이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산 11번지가 장지라니 어릴 때 뛰놀던 뒷동산에 고히 잠들게 된 셈이다.

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2009.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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