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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장미영
작성일 2009-05-27 (수) 05:57
ㆍ추천: 0  ㆍ조회: 2651      
첫 경험
첫 경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장미영



모든 사랑은 첫사랑입니다. 그 상대가 소꿉놀이 때마다 아빠노릇을 하던 옆집 꼬마든, 여고시절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국사선생님이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귀었던 그 남자든, 50대가 되어 벼락같이 찾아든 늦사랑이든 말이죠. 사랑이란 풋사랑. 짝사랑, 참사랑 식으로 구분할 수는 있겠지만 두 번 째 사랑, 세 번 째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매번 가슴을 설레게 하고 신바람나게 해서 삶을 활기차게 해주니까요. 사랑이란 거듭된다고 해서 싫증이 나거나 짜증나는 게 아니거든요.

각설하고, 거북이와 토끼가 500m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기겠습니까? 당연히 토끼라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이렇게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철석같은 믿음을 깨고, 어떻게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는 희안한 이야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철갑 같은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가 지느러미같이 짧은 다리로 한 시간에 몇 미터나 갈 수 있을지.

도대체 거북이는 무슨 생각으로 달리기 시합에 참가했을까요?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무모한 용기? 토끼가 뛰어가다 도중에서 쉬어 갈 거라고 지레 짐작을 했겠습니까? 아무튼 거북이는 끝까지 완주했고 그리고 이겼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거북이가 이 일을 해보려고 작정해서일겁니다.

대관절 달리기 선수로는 아예 자격미달이자 능력부족인 거북이가 달리기 종목에 출전하려고 마음이나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 대체 어떤 팀에서 거북이 같은 이를 자기 팀의 달리기 선수로 내보내겠습니까?

이렇게 우리네 삶이란 귀신같은 거죠. 언제 어떻게 어떤 삶이 우리에게 다가올지 우리들은 짐작도 못하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은 언제나 처음처럼 다가오죠. 그러고도 삶이란 항상 귀신처럼 우리를 소름끼치게 합니다. 삶이란 귀신처럼 매번 우리를 가슴 졸이게 하고 겁나게도 하죠. 때론 사지를 오돌오돌 떨게도 하구요. 삶은 그 자체로 번번이 우리에게 첫 경험만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어디, 첫 귀신이라고 무섭고 두 번째 귀신이라고 덜 무서운가요? 그런 것처럼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막상 우리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나에게만 특별한 첫 경험인 것처럼 이럴까 저럴까하는 갈림길에서 당황스럽고 곤혹스런 순간을 겪곤 합니다.

거북이도 그랬던가 봐요. 아마 누군가 장난삼아 거북이에게 달리기 내기를 권했겠죠? 자기 인생에서 도대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달리기 경주의 기회가 느닷없이 생겼을 때, 거북이는 어떤 마음이었겠습니까? "어차피 질 것인데, 해서 뭐해!" 아마 한편으로 그런 절망적인 생각도 들었겠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는 안타까움도 있었을 겁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심 고대했던 기회가 저절로 생긴 것에 대해 뛸 듯이 기뻤을 수도 있어요. 남이야 뭐라든. 주제파악이나 하면서 살라고 하든 말든.

거북이는 귀신처럼 겁나게 찾아온 기회를 첫사랑 대하듯 가슴 설레면서 맞이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칠 줄 모르고 신이 나서 앞 뒤 옆을 돌아 볼 새도 없이 달리는 데만 정신이 팔렸던가 봐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의 눈치 살필 경황도 없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첫사랑처럼 맞이한 거북이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 아닙니까?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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