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905,919
오늘방문 : 97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613
오늘글등록 : 0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015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송민석
작성일 2009-05-22 (금) 08:56
ㆍ추천: 0  ㆍ조회: 2486      
5월의 행복 나들이
 ■5월의 행복 나들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송민석


5월이 오면 가슴이 설렌다. 매년 이맘때면 아내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다. 오늘처럼 비가 그친 5월의 아침은 새롭게 단장한 새색시 같다. 제자들 숫자에 맞춘 묵직한 돌산갓김치를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행복감에 젖는다. 비온 뒤 산허리를 휘감은 안개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고속도로 옆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들도 박수를 보내는 것만 같다. 아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가는 길이 행복으로 넘친다.

제자들이 초청한 스승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장성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33년 전 장성 어느 고등학교로 첫 교사발령을 받았었다. 어려운 시기에 제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참석하지 않겠다는 아내를 설득하여 나이 50이 다 된 제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제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교직에서 첫 담임으로 열정만을 앞세워 시험기간에는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오게 하여 함께 공부하던 우리들이었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면 참석하는 연례행사다. 교직에 들어와 첫 담임을 맡았던 64명의 학생들 중에서 40여 명의 제자들과 20년 넘게 만나고 있다. 특히 7년 전부터는 부부가 함께 참석하게 되어 가족한마당 잔치가 되었다. 가족이 모이면서부터 수도권과 전남지역을 번갈아 가면서 행사를 갖는다.

 해마다 개최되는 사은회 겸 친목회인 셈이다. 3년 전,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광주와 서울에서 관광버스 2대로 찾아온 제자들은 우리학교 교직원들에게 나눠줄 기념수건까지 푸짐한 선물까지 마련했었다. 점심시간에는 광주에서 뷔페 차가 와서 체육관 너른 공간을 둥근 탁자로 장식하여 진한 감동을 주었다. 어떤 해는 경기도 부평의 소공원에서, 어떤 해는 인천의 연안부둣가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하고 바비큐 파티를 여는 등 부부동반이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전생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있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지금까지도 한 가족으로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수도권에서 만날 때에는 우리 부부의 왕복 항공권에다 호텔예약, 사은품까지 마련하느라 꽤 많은 비용이 든다. 금년에는 장성 모교에서 모임을 갖게 되어 새벽 6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는 대전에 사는 ‘진수’와 서울에 사는 ‘종삼’이가 큰돈을 희사하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마음은 있으나 형편이 되지 않는 친구들에게 부담이 될까 걱정되기도 하였다.

날씨가 흐려 천막을 치고 행사를 진행하였다. 꽃다발 및 기념품 증정,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에 관한 특강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어서 부부가 함께 나와서 인사를 하고 근황을 이야기 하는 순서였다. 사회생활을 해온 제자들의 다부진 모습들이 학교생활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서울과 전남팀으로 나눠 족구경기를 하고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여 가족대항 노래자랑도 있었다. 모두가 그 시절로 돌아가 정겨움이 넘친 시간이었다. 아울러 학창시절 수북이 쌓인 추억거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그날 중으로 가정방문을 가던 일, 종례 때는 아침에 제시한 영어단어를 외우지 못하고 틀리면 벌을 받던 일 등은 해마다 이야깃거리의 단골 메뉴다.    

학교 다닐 때 말썽을 부리던 친구들도 희끗희끗 반백의 중년이 되었다. 특강에서는 철부지 신세대가 아니라 이제 쉰세대가 되었으니 각별히 성인병에 유의하고, 성년이 된 자녀들 앞에서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이자는 당부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였다.  

서울 제자들이 타고 온 전세 고속버스기사도 도시에서만 자라 시골출신들의 정겨운 모습이 부럽다며 말을 건넸다. 삭막한 도시에서 눈치를 보며 경쟁하다 고향의 품안에서 친구들과 느긋하게 한바탕 어울림이 끝난다. 오늘의 즐거움이 내일이면 일터로 돌아가 새로운 활력소가 되리라.

지난 교직생활을 되돌아 볼 때, 철들면 떠나는 것이 인생이듯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만하자 퇴임하게 되었다. 첫 발령을 받은 게 엊그제만 같은 데 벌써 정년한지 1년이 다되어가니 세월이 덧없게만 느껴진다.

 차가 가는 데 산과 강이 가는 줄 알았네
 내가 가는 데 세월이 가는 줄 알았네.

나는 그대로 있고 세월만 가는 줄 알았던 어리석음 속에서의 삶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교육만이 국가의 희망이요, 미래의 자원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가 직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제자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천하의 인재를 얻어 교육을 시키는 것을 맹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의 하나로 꼽았다. 천하를 다스릴 인재는 아닐지라도 평생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두었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어떤 직장이 평생 이만한 보람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비록 교사의 길이 외롭고 험난한 가시밭길이었지만 숨차게 달려 온 날들이 헛되지 않고 보람이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하루였다.

                             (09.5.17.)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극락이 어디메뇨 송병운 2009-07-16 2688
꿈을 운전하다 김미연 2009-07-14 2487
해우소와 근심 이승수 2009-07-14 2579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김상권 2009-07-13 2322
정자 김재환 2009-07-12 2771
부자로 살려면 박인경 2009-07-08 2459
재현이와 포대기 최기춘 2009-07-07 2614
미륵사지의 불사리 친견기 이순종 2009-07-07 2397
나의 감수성 김미연 2009-07-06 2393
무아정 가는 길 이신구 2009-07-06 2682
1%의 희망 한일신 2009-07-06 2592
솔거 이의민 2009-07-04 2943
멋쟁이 요리사 할아버지 김세명 2009-07-02 2816
내가 바람이라면 김길남 2009-07-02 2561
추어 두부요리 이순종 2009-06-30 3228
죽창 이의민 2009-06-28 2740
시골노인 서울노인 김병규 2009-06-28 2667
중국 산동성 기행(4) 김정길 2009-06-28 3148
복숭아를 닮은 아이 최윤 2009-06-26 3172
중국 산동성 기행(3) 김정길 2009-06-25 2949
1,,,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35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