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 홀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철학가 아리스토 델레스는 말했다. 사회구성원은 상부상조하며 살아가야 한다. 살다보면 여러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 해결을 위해 교섭이 필수적이다. 긍정적으로는 ‘교제요!’ 부정적으로는 ‘청탁이요!’ ‘사바사바요!’ ‘로비(lobby)’다. 어떤 사회든 표리(表裏)가 있게 마련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 이를 떠나 살 수 없듯이 부정적인 사실을 알고도 스스로 사회적 소금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별수 없이 이 길을 걸으며 살아간다.
교제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교요, 청탁은 청하여 부탁함이다. 사바사바는 속어로 어떤 목적을 위하여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하는 교섭행위다. 로비는 미국의회 내 대합실에서 특정단체 그룹의 이해를 대표하여 압력을 가하는 원외단(院外團)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특히 로비가 미국에서는 합법화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불법화되어 있지만, 공공연한 교제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등한 교제나 각급 정부기관원, 기업체 사원, 사회단체 조직원 등을 상대로 하는 교섭에는 교제비가 들기 마련이다. 결국 이 비용의 과다여부에 따라 부정과 뇌물시비에 이른다. 어느 사회학자는 “원칙만 통하는 세상은 막막해서 살기 불편한 사회”라고 했다. 부패가 만연해도 큰문제지만 “적당히 통하는 사회구조가 더 살기 좋다”는 뜻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2005년 부패인식지수가 10점 만점에 5점이고 세계 40위라니 막막하지 않고 다행히 살기 좋은 나라에 든다고나 할까?
과거 군국주의 일본도 국가적인 문제를 떠나 인간적인 사정과 청탁에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녹슨 기계에 기름을 치면 소리 없이 서서히 돌듯 부드러워진다. 일본 본토에서도 조선 사람이 초등학교를 마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은연중 억제당하고 가급적 실업계에만 권유 당했다. 온갖 핑계를 대고 형의 진학원서 써주기를 거부하였던 일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부득이 찾아가 쌀 몇 말(통제경제하 배급시대라 양곡이 품귀함)로 인사를 치르고 사정을 했더니 성의에 감동하여 해결된 예를 겪어 보았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한두 번은 겪어본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도 부패가 한 때 만연, 배경(빽:back)과 뇌물문제로 ‘사바사바 OK’란 말이 유행하고 잘 통했었다. 더욱 복사기와 컴퓨터가 행정에 도입되기 전까지는 밀리는 민원서류에 급행료를 경험했고 각종 표들도 웃돈을 준 일도 많았다. 또 보통 안 되는 일도 배경을 통하고 뇌물을 슬그머니 내밀면 이루어지는 부조리도 비일비재했다. 인사, 병사, 세정, 인허가, 이권, 민원의 불공정처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일들을 감쪽같이 해결해야 속칭 ‘마당발이’이니 ‘요령꾼’이란 칭송을 받았고, 사람을 대하는데도 배경을 고려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정책으로 꾸준히 이어온 구호는 ‘서정쇄신’ ‘청탁배격’ ‘부조리척결’ ‘사회정화운동’ 등이었다.
국가별 부패 인식지수에서 아이슬란드, 핀란드, 뉴질랜드, 덴마크, 싱가포르는 1위에서 5위, 상위권을 차지하니 참으로 부러운 나라들이다. 원칙이 통하는 사회이니 참으로 살기 좋은 낙원인지 매우 궁금하다.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고 부자나라도 하나 들지 못했으니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전 국민이 동참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요즘 정차자금법과 선거법위반혐의로 각 정당소속 국회의원들이 최종판결에 따라 줄줄이 낙마하여 보궐선거열풍이 일고 있다. 그래도 국민의 대표선량이라고 큰 소리를 치던 분들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본인의 명예뿐 이니라 지역선거구 유권자의 체면도 구겼다. 보선에 소비되는 투표비용은 세금으로 치러야하고 변상법도 없어 국가적 손실이 막대하다. 그것뿐이랴? 사회도처 공직사회와 사회단체 조직체 등에 좀도둑이 널려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국민적 각성이 있어야 하고 앞으로는 불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과 전형과정의 정비가 급선무다. 그들과 동조하는 사람들은 타성에 젖어 그래도 적당히 통하는 사회가 살기 좋은 나라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을 위해 우선 스스로 사바사바가 발붙이지 못할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그래야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다가올 게 아니겠는가?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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