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8년 2월 전북문인협회 2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 무렵엔 IMF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였다. 그러나 나는 전북문인협회 5백여 회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회원들의 참여의식을 높이려고 주력했었다.
나는 먼저 <전북문협회보>를 계간으로 창간하여 소외지역 회원들의 작품 발표와, 회원 상호간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했었다. 또 《전북시인 자선 대표 시 선집》을 출간하여 시의 고장 전북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크게 선양했을 뿐 아니라, 향토 시인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마침내 전북문단의 숙원이던 <전북시인협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전임 회장들이 몇 번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정희수 전북문협 부회장에게 전북시인협회창립 임무를 부여하였다. 그랬더니 정희수 부회장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추진하여 마침내 성공리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전북시인협회 창립총회 때 이동희 시인이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이동희 회장은 의욕적으로 매달 시낭송회를 갖는 등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동인지 《시의 땅》을 연간 사화집으로 출간하기도 하였다.
전북을 일컬어 문향(文鄕)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라성 같은 선배문인을 많이 배출한 전북에서 선배 문인을 기리는 범 문단적인 추모행사가 없어 아쉬웠다. 그리하여 1999년에는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 추모 제1회 전국 시조 현상공모> 행사를 마련했다. 시조문단의 태두 가람 이병기 선생은 고향 전북에서는 잊혀지고, 오히려 다른 곳에서 <가람시조문학회>니 <가람시조문학상>이니 하며 추앙을 받고 있어서 가람 선생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원 받아 1999년부터 이 행사를 연례행사로 정착시켰던 것이다. 시조작품을 전국에서 공모로 뽑고 보니 심사위원들은 응모작품의 수준이나 응모작품 편수를 보더라도 중앙일간지의 신춘문예 수준과 맞먹는다고 평을 했었다.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타향에서 떠돌던 가람 이병기 선생을 고향인 전북으로 다시 모셔온 기분이 들었다.
전북문인협회 회원 38명이 1999년 8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사상 처음 '금강산 문학기행'을 다녀왔던 일도 잊을 수 없다. 봉래호 선상에서 '선상 시화전' '선상 문학강연' '선상 시와 수필 낭송' 등의 문학행사를 펼치자 봉래호에 탄 6백여 관광객들마저 깊은 관심을 가져주어 기뻤다. 또 봉래호 선상에서 가졌던 장기자랑대회에서 선산곡 수필가가 전북의 문인대표로 출전하여 판소리 한 대목을 불러 대상을 차지했던 일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금강산 호텔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들고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찍다가 북한의 감시원에게 적발되어 곤욕을 치렀던 에피소드도 잊을 수가 없다. 그밖에도 나는 전북문인협회 회장으로서 '행주치마 시화전' '컴퓨터 시화전' '도서전시회' 등 새로운 행사를 창안하여 전북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것도 잊히지 않는다. 특히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에 컴퓨터, 팩스, 카메라 등 비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마련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상을 만드는 사람, 상을 주는 사람, 상을 받는 사람
나는 문단에 얼굴을 내민 이래 상복(賞福)이 많은 편이었다. 방송생활을 하면서도 문단생활을 하면서도 꽤나 많은 상을 받았었다. 언제나 상을 받을 때마다 참 기뻤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꽤나 상을 많이 만들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으로 일할 때는 <전북수필문학상>을 만들었다. 그 상은 한 번에 두 명의 수상자에게 상을 주는 1회 때의 전통이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상을 제정할 때엔 고 정덕룡 선배와 절친한 친구 양상렬 변호사(뒷날 민선 전주시장)께서 상금을 지원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제1회 전북수필문학상 수상자는 모든 회원투표로 정덕룡, 김동필 두 분이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전북수필문학상은 지금도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또 전북문인협회 회장으로서는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 추모 전국 시조 현상공모>를 연례행사로 정착시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행사가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전북문인협회 행사에서 사라지더니 지금은 전라시조문학회가 주관하게 되어 아쉽다.
내가 KBS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에는 <전북의 어른 상>을 제정하였다. 70세 이상의 전라북도 도내 남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이 상은 현대자동차가 4천 만 원을 쾌척하여 제정되었고, 수상자 한 분에게는 2천 만 원의 상금을 드리는 상이었다. 상금으로만 따지면 전라북도에서는 가장 큰 상이었다. 제1회 전북의 어른 상은 작촌 조병희 선생께서 수상자로 선정되어 전주 리베라호텔에서 성대하게 봉정식이 거행되었다. 제1회 전북의 어른 상도 연례행사로 전해져 오고 있어 보람이 크다.
또 내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창립회장으로 있으면서는 제1회 작촌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이는 제1회 전북의 어른 상을 수상하신 작촌 조병희 선생의 아드님이신 조정형 전주이강주 사장의 효심에서 비롯된 상이다. 아버지의 명예를 크게 드높이고자 조정형 사장께서 상금과 행사비를 쾌척하여 제정된 상이다. 조정형 사장께서는 제2회 작촌문학상 시상에 맞춰 작촌문학신인상을 하나 더 만들자고 제의하기도 하였다.
전북펜클럽이 작촌문학상을 제정했다는 기사가 도하 각 신문에 크게 보도되자 모 신문사 사장을 역임하신 어떤 분이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문인으로서는 그렇게 큰 업적을 남긴 분도 아닌데 그런 상을 제정하면 되겠느냐는 요지였다. 그래서 나는,
“노벨은 문학의 ‘문’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노벨문학상을 제정하지 않았습니까?”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내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창작과정을 개설하여 강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8월부터였다. 그 이듬해 5월 이들 수강생을 중심으로 <행촌수필문학회>란 수필동인회를 결성하였고, 해마다 1년에 두 권의 동인지 《행촌수필》을 출간하고 있다. 2009년 6월이면 15호가 선보이게 된다. 동인의 숫자가 100명을 훨씬 웃돌고 작품창작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학상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2008년 5월 김정길 수필가가 제4대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으로 당선하더니 <행촌수필문학상>을 제정하였다. 마침내 2008년 12월 송년수필의 밤 행사 때 이종택, 김재희 수필가가 <제1회 행촌수필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이 문학상 역시 행촌수필문학회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어 기쁘다.
세상에는 상을 만드는 사람, 상을 주는 사람, 상을 받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을 만드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그리고 받는 사람 모두가 기쁘고 즐겁고 보람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상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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