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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일신
작성일 2009-03-01 (일) 07:57
ㆍ추천: 0  ㆍ조회: 2082      
만남
만남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삶은 만남이다. 모든 생명은 만남에서 비롯된다. 좋은 만남이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인생에 있어서 만남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만남의 제일은 가족이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으로 인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 좋은 부모와 형제를 만나 사랑과 정을 나누며 지금껏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으니 큰 축복이다.

 
TV에서 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떠오른다. 오열하며 몸부림치는 그 모습을 보며 동족상잔의 상흔이 온 겨레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던 날, 짧은 만남이었지만 보는 이의 가슴도 벅찼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운 누이와 동생들의 피보다 더 진한 눈물의 만남과 긴 이별 앞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리며 다음을 약속하였으리라.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다시 꼭 만나자고‥‥‥.

 
좋은 스승을 만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온다고 한다. 이는 좋은 제자 뒤에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 배움은 끝이 없다. 나는 지금도 나이를 잊고 이것저것 배우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 그냥 낯선 지식과의 만남이 즐겁다. 그러나 이제는 문학공부에 전념하려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편안하고 오래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으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친구 말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으며, 늘 보고 싶고 궁금하고 그리움으로 물들어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질 테니까.

 
어디 만남이 사람뿐인가. 사람과 동물의 만남으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치료견도 있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인의 치료에 환자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놀도록 하면서 얻는 만족감, 행복감, 즐거움이 정신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래전 일이다. 외로움을 잘 타는 나는 애완견(치와와)을 선물 받아 한 3개월동안 함께 지내며 정이 들었는데 오물처리 때문에 친구에게 보내고 허전하고 보고싶어서 얼마나 시달렸던가.

 
사람과 식물과의 만남도 있다. 나는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으나 아직 이루지 못했다. 치매가 있는 분이나 장애인들이 밭이나 화단을 일궈서 씨앗을 심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며 관리하도록 지도하고 싶었다. 운동과 더불어 협동심이나 성취감 등을 느끼게 하여 안정감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씨앗과 흙의 만남도 있다. 우리 집은 농사가 주업이었다. 아버님은 씨앗과 토양이 가장 좋은 조건에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시기를 잘 선택하여 땅을 갈고 정성을 다하여 씨앗을 뿌렸다. 그러면 씨앗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토양을 만나 토양 속에 싹과 뿌리를 내렸다. 이는 씨앗과 흙이 서로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씨앗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흙은 씨앗을 감싸 안아 주었기 때문이다.

 
만남이란 참 좋은 것이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만남, 동식물과의 만남, 씨앗과 흙의 만남 등 삶은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이다. 우리는 이런 만남의 인연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수고하며 땀을 흘려야 했던가. 거센 비바람과 폭풍우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통과 슬픔, 아픔과 분노를 삭여가며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만남을 꿈꾼다. 우리의 만남은 알게 모르게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로 인하여 내 삶이 풍요로워지고 나로 인하여 그의 삶에 아름다움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만남으로 인해 원치 않는 아픔과 상처를 남기기도 하니까.

 
나는 다짐한다. 씨앗과 흙이 서로의 만남을 소중하게 간직하듯이 내가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사랑하고 또 사랑하리라. 나 자신을 끊임없이 가꾸고 다스려 그들 곁에 언제나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다.

                           (2009.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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